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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생각 Jul 11. 2022

세븐틴 가사-1: 너를 노래해 유후

사랑의 원형과 너라는 진심 (Rock with you/우새낮뜨/아낀다)

    문득 작사가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케이팝 가사는 달에게 쓰는 편지, 인어의 비극, 첫사랑의 치통과 같은 것이었다. 사랑에 대한 색다른 시선과 위트가 담긴 기출 변형들. 오래도록 이를 동경하고 흉내 내던 나에게 어느 날 누군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그렇다면 사랑의 원형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 노래가 내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준 네가 다가온다 셋 둘 하나 -세븐틴 Rock with you


    사랑은 수렴하는 감정이 아닌 발산하는 감정이다. 미래를 꿈꾸고 욕망하며 숨길 수 없어 몸부림치는 움직이는 감정. 그 어떤 화려한 사랑의 모양도 에너지의 뱡향성, 즉 사랑하는 대상이 없이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사랑의 본질은 '너'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어쩌면 세븐틴인 듯하다.


에숟갈쓰

   아낀다부터 달링까지, 세븐틴의 사랑 가사 속에는 불변의 태도가 있다. '너'에 대한 관심. 수많은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그중에서도 'Rock with you'가 그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에는 '네'가 없는 소절이 없다. 멜로디가 진행되는 모든 순간 모든 멤버들이 찾는 '너'. 때때론 형식이 메시지 그 자체이듯, 너라는 동어의 반복은 가사의 의미를 상황으로 만들었다. 노래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이들은 정말로 당신을 노랫말로 담고, 당신을 위해 달리고 있다. 그 사실에 눈을 떴을 때 이 노래의 질주하는 밴드 사운드는 새로운 힘을 얻는다. 속력이 아닌 너를 향한 속도로.

   작사가 우지는 롤링스톤 인터뷰에서 'Rock with you'라는 번역하기 애매한 문장을 잘 전달하기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이 문장을 진심으로 대했고 해답을 찾아냈다. 너 없인 이 가사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이 음악의 근원이 너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부터 마지막 'stay' with you 로의 변주까지. 저 문장의 정답은 'Rock'이 아닌 'you' 였다.


I just want to love you 널 혼자 두지 않아 난
I just want you, I need you 이 밤은 짧고 넌 당연하지 않아


    사실 이들의 메시지는 처음부터 확고했다. 키워드와 이미지 중심의 가사 트렌드에 몸을 싣지 않고 음악의 존재 이유와 사랑의 본질에 대해 자신들만의 철학을 고집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가사 한 줄을 이만큼 부풀려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세븐틴이 음악 밖에서 보여주는 현실과 가사의 내용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의 의미, 의미대로 이끌어지는 화자의 태도, 8년을 관통하는 연속적이고 일관된 메세지, 멤버 및 팬들과의 관계성. 이 모든 세계의 결합을 느끼고 세븐틴롹윗유밴드라이브세션버전스페셜비디오 속 너(you)라는 단어를 세다보면 벅차오름으로 기절하게 된다. https://youtu.be/jx9LezLlD8s



    ’너‘ 못지않게 세븐틴의 음악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 우리. 이들은 언제나 너를 찾아 우리를 완성한다.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는 앞선 노래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라는 단어를 새긴다. 광활한 우주와 드넓은 땅 사이에서 우리라는 장면을 찾아 시작하는 이 음악은, 멜로디 속 모든 프레임에 '우리'를 담는다. 그리곤 등장하는 모든 새벽 풍경을 '우리'에게로 데려온다.


저 멀리 달빛

우리의 조명이 되고

스치는 바람

내게서 네게로 번져서 갈 때에


    일반적인 시선에서 접근했을 때, 조명 앞의 우리라는 단어는 상당히 대체 가능하다. 눈부신 조명/포근한 조명 등, 오히려 감각을 선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예쁜 감각어의 자리로 보인다. 그런데 세븐틴은 그 중요한 자리에 '우리'를 놓았다. 스치는 바람 을 수식하는 뒤의 여섯글자도 그 어떤 감각보다 예쁜 것은 내게서 네게로 번지는 모양이라 말한다. 새벽의 풍경보다 우리에 방점이 찍힌 가사. 모든 멤버의 입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내뱉어지는 세계관. 세븐틴은 정말 우리라서 행복해보인다.


Already beautiful 우리라서 좋은 건
아무런 말 필요 없이 바라보는 눈빛 손짓 -세븐틴 Second Life



갓기

    세븐틴 가사의 진정한 가치는 텍스트 속에 없다. 세븐틴 가사의 매력을 설명하는 어떤 말도 결국 얕고 쉬운 수박 껍질 맛이다. 너라는 음악을 안고 우리를 향해 걸어온 이들의 발자국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이들의 음악이 시작된다. 세븐틴이 얼마나 너와 우리에 진심인지, 얼마나 입술이 마르게 하나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지 느끼고 난다면 이 그룹의 사랑 앞에 과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세븐틴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를 노래하고' 있다.


그니까 내 말은 너를 다 알고 싶어 너를 노래해 yoo-hoo 너를 노래해 yoo-hoo
입술이 말라도 할 말은 해야겠어 baby 아껴 널 아껴 널 현기증 날 정도로 -세븐틴 아낀다



    작사가의 꿈을 접으며 나의 가사들을 돌아본다. 우리는 가끔 주객이 전도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상대보다 나의 감정을 변명하기 급급한 사랑이라든가, 메시지보다 있어 보이는 표현에 매몰된 가사들. 그리고 음악과 스토리가 아닌 발매 자체에 목적을 두고 촉박하게 제작되는 앨범들. 각 트랙의 가사는 주제 없이 여기저기 찢어져 곡 단위 경쟁으로 붙여지고 앨범의 메시지는 키워드의 큐레이팅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무엇을 위한 음악을 하고 있는 걸까? 음악보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부수적인 이미지가 주목받고, 트렌드와 멀어져있는 가사라고 평가받던 세븐틴은 ‘Rock with you’ 활동을 통해 커리어 하이를 찍고 8년차인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븐틴의 가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아시아 최고의 캐내디언 래퍼 이마크씨의 한 마디를 빌려 글을 마무리한다. 'people call it love while i be calling you.'


22년 4월


https://brunch.co.kr/@eaca218ff84d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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