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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철 Jan 20. 2022

21세기 귀족(실질 주택가격의 공포)

21세기. iii

일찍 경고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챕터 6, 7을 통째로 건너뛰고 마지막 챕터 8을 선공개하는 바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다시 '경제위기'가 15년이라는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눈을 뜬 그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21세기 귀족> 연재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인데, 그 원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부정의하고,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현대의 부동산제도로 21세기 귀족으로서의 삶을 누려온 자들의 '거품 파티'는 머잖아 수년 안에 끝난다.


그 파티장에서 사라진 거품은 피눈물이 대신할 것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라, 그리 머잖았다.




주택금융은, 단지 시간에 흐름에 따른 주택 가격의 증가와 그 시세차익 때문에 그 금융성이 강화된 것이 아니다. 특히나 부동산의 임대 가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도 꾸준히, 그리고 실질적으로 증가해왔다. 설득력이 있는 단적인 예시는 프랑스다. 아래의 그래프는 프랑스의 국민소득에서 순이윤과 임대료의 합이 차지하는 몫의 비율이다.[1]    



프랑스가 독일에게 공격당하고 점령당하던 시절인 1940~1944년까지는 순이윤과 임대료 합의 비율은 곤두박질쳤다. 허나 종전 이후 지금까지 1975~1985년까지 제외하고는 국민소득(GNI)에서 차지하는 순이윤과 임대료 합의 비율이 대략 25% 내외를 오갔는데 2010년대까지 큰 증감 없이 유지하였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반면에 아래의 그래프는 프랑스 1900~2010년 간 부동산 임대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2]



명백히 부동산소유자의 소득(임대료)는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명백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하자마자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주택 임대료의 비율이 막대하게 감소하다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하고 전례 없는 감소추세를 보이며 2%에 도달하고, 종전 이후 뚜렷하고 급격한 우상향을 그리며 2010년에는 기어코 10%에 달했다. 


앞서 보았던 자료와 함께 분석하였을 때에 얻을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피케티의 사고방식대로 순이윤과 임대료의 합을 자본소득이라고 본다면 앞서 본 자료에서 프랑스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25% 내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순이윤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감소했으나 임대료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것을 상쇄하며 증가하였던 덕분이었던 것이다.


허면 현대인이 그토록 선호하는 금융재인 주택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해왔을까? 대표적인 경제 선진국이자 우리가 본서에서 지금까지 토지법제사적 관점으로 깊게 살펴본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를 보도록 하자.[3]


<1700~2010년 영국, 국민소득 대비 부의 비율과 각 부의 종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의 비율>


<1700~2010년 프랑스, 국민소득 대비 부의 비율과 각 부의 종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의 비율>


1700년경 영국의 자산의 총량은 한 해 국민소득의 7배였고 그 중의 약 550/700은 농경지(Agricultural land)와 주택(Housing)의 합이었으니, 명백하게 이 시기까지는 ‘부동산의 시대’였다. 이후 점차 국외 자본(Net foreign capital)과 기타 국내 자본(Other domestic Capital)의 비율이 높아졌다. 기어코 1880년 이후로는 국내외 자본의 합이 350/700을 넘어서면서 ‘자본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허나 1910년대부터 세계대전이 연달아 터지면서 모든 종류의 자산 가지가 쪼그라들었다. 종전 이후 1950~1970년대에 자본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 듯하더니 1970년대에 부동산이 다시 승기를 잡아 두 번째로 부동산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지주귀족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부동산의 시대와 두 번째 부동산의 시대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후자는 주택이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21세기 지주귀족은 주택으로 돌아왔다. 다만 과거의 지주귀족들에 비하자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수가 많고,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부의 집중도가 덜하다.


또한 피케티가 영국인과 프랑스인을 기준으로 한 개인의 총 자산이 18만 유로라고 하였을 때 그 개인의 1700년경, 20세기경, 현대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각 자산들의 평균치를 간단하게 정리했던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4]


 필자가 그 내용 그대로 표로 정리해 보았다.



비록 전 세계가 아닌 영국인, 프랑스인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지만 개인의 총 자산에서 주택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300년 간 1/6에서 꾸준히 늘어 1/2를 차지할 정도에 이르렀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공업이 발달하고 그에 반해 농업이 쇠퇴함에 따라 농경지가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얼마든지 납득이 되다. 우리 인류는 지난 수천년 간의 농경사회와 작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또 기타 국내외 자본이 3만에서 12만으로, 12만에서 9만으로 줄어드는 것은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하면 납득이 된다. 


허나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어째서 개인의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주택 자산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위 자료를 일반화 해본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주택 자산의 가치가 커져왔다. 한 세기 동안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고 고도화된 결과가 고작 이것이다. 주택에 우리의 자산 대부분이 몰려 있다.  


 독자들은 20세기경 자산 구성과 현대의 자산 구성의 순서를 바꾸어 놓으면 위화감이 사라지며 되려 자연스럽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현대 경제와 문명 수준이 고도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있는 현실 때문에 발생하는 아이러니다. 즉, 피케티가 말한 바와 같이 오히려 한 세기 전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현대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5]


 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3년에는 영국인의 자산 중 무려 1/3을 구성하고 있던 것은 해외 자산이었는데,[6] 그 시기는 영국이 전세계를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압도하고 있던 최고의 전성기가 아닌가? 2012년 기준으로 영국인의 전체 자산에서 거주 주택 자산이 34.6%, 거주주택 외 부동산이 2.8%를 차지하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7]


 비율을 비교하여 보자면 현대의 영국인들은 100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했던 자본만큼이나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에 자본을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비롭고 이해하기 힘든 변화에 대해 피케티는 그다지 명쾌한 설명 없이 단지 이런 감탄만 덧붙였을 뿐이다. “18세기, 겨우 한 해 국민 소득에 해당되는 수준이었던 주택 가격은 오늘날 국민소득의 3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런 평균치들은 연간 소득 대비 자본의 총량이 대략 같은 수준이지만 18세기 이후 국민 총 자본의 구조가 얼마나 크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8] 아마 그는 심층적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감탄으로 그 원인 분석에 대한 부담을 넘어간 것 같다.


국내판 <21세기 자본>의 표지. 많은 이들에게 낯익은 책일 것이다.(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2014.)


혹자는 주택 등 부동산 건축 비용이 실질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실질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허나 아래의 자료를 보라.[9]



위 자료는 경제선진국 14개국에서 주택 건설비용이 실질적으로 크게 증가하지도 않았음에도 1차 대전 이전의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이 거의 0%였으나 2차 대전 이후부턴 2% 이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20세기 중반부터 1950~2020년 간 ‘토지의 실질 가격’이 대략 80% 폭증했던 것에 기인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10]


이어지는 아래의 두 자료는 더 긴 기간을 연구 대상으로 두어 실질 주택 가격의 증감을 보여준다. 1990년을 기준점 100으로 잡았을 경우 1870~2012년 간 14개국의 실질 주택 가격의 평균값의 역사적 증가 추이와, 1925년을 기준점 100으로 잡았을 경우 1970년대에 일본, 프랑스, 핀란드, 미국부터 시작하여 1980년대 초중반을 지나며 모든 국가의 실질 주택 가격이 증가하는 추이다.[11]



위 세 자료에서 명확히 드러나듯이, 실질 건축 비용과 실질 주택 가격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그 반문의 논리대로라면 주택보다 명백히 더 고도의 기술력이 소요되는 컴퓨터의 실질 가격 또한 높아졌어야 한다. 허나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현실은 그 반대다.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References

[1] Thomas Piketty/장경덕 외 옮김,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 그림 6.8.

[2] 상게서, 그림 6.7.

[3] 상게서, 그림 3.1~3.2.

[4] 상게서, 148~149쪽.

[5] 상게서, 443쪽.

[6] 박지향, 『영국사』(까치, 1998), 90쪽.

[7] Christian Badarinza, John Y. Campbell, and Tarun Ramadorai, INTHERNATIONAL COMPARITIVE HOUSEHOLD FINANCE, NBER(2016), panel A.

[8] Piketty/장경덕 외 옮김, 전게서, 146쪽, 149쪽.

[9] Katherina Knoll, Moritz Schularick, and Thomas Steger, “No Price Like Home: Global House Prices, 1870 - 2012”, 2014, figure 24. 이 연구의 대상 국들로는 영, 미, 일, 캐나다, 호주, 벨기에 ,덴마크, 프, 독,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10] 상게서, p. 6, 21.

[11] 상게서, figure 15, figure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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