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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잡담 Dec 30. 2022

프랑스 파리의 명당자리는 어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 했던가

발을 뻗고 누울 자리. 분명 우리에겐 (그녀와 나) 프랑스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는 자리 즉 집이 필요했다. 프랑스의 거점. 파리의 베이스캠프. 나의 15번째 이사는 프랑스 파리다. 한국에선 고향인 경북 김천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춘천 대전 안양 서울(영등포구 마포구 용산구를 거처) 분당까지 총 14번의 이사를 했다. 지난 14번의 이사 경험으로 미뤄 이제는 2주 안에 집을 물색하고 계약하고 짐 싸고 이사하는데 도가 텄지만 8,965km 떨어져 있는 프랑스 파리라면 이 경험치가 먹힐지 의문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기에 더욱 치밀해야 한다. 마치 처음 이사하는 것처럼 설레고 두렵지만 프랑스로 떠날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집이라도 구해야 심신이 조금이라도 안정될 거 같았다. 파리에 어디쯤이 풍수지리학적으로 터가 좋은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교통이 편리한 곳,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어딘지 폭풍 서치를 시작했다. 덕분에 맹탕이던 나의 프랑스에 대한 지식도 조금씩 쌓여갔다. 파리는 서울의 1/6보다도 작은 도시고 중심 지역은 20구로 나눠진다. 우리는 강남구 용산구로 나누지만 파리는 그냥 1, 2, 3 구 숫자로 명칭 했고 각 구마다 중심부보다는 외각, 남쪽보다는 북쪽에 할램지역이 많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 중 하나이기에 각종 사건·사고와 인종차별 역시 심한 도시라고 한다.



 파리가 워낙 오래된 도시다 보니 시내 중심가 쪽 아파트들은 낡고 비싸다고 했다. 그나마 한인 마트도 있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구가 15구라는 정보도 얻었다. 그리고 집이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레 냉난방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국처럼 온돌은 꿈도 못 꾸고 라디에이터 난방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또 에어컨은 대부분의 집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이야기다.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걱정이 또 늘었다. 그렇다고 호텔 같은 집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 집을 구하는 데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1. 위험하거나 우범 지역은 아닐 것 (1순위 15구, 2순위 16구, 3순위 6, 7, 8구)
2. 시내(중심가)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일 것
3. 도둑이나 강도에 대비해 경비나 혹은 경비 시스템이 갖춰진 건물일 것
4. 1층은 제외
5. 방은 2개 이상 이상일 것
6. 월세 0000유로 미만일 것
7. 4층 이상이라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함. (프랑스는 한국과 다르게 로비 층이 있고 한국의 2층이 1층이다 즉 4층이면 한국의 5층)
8. 창밖의 뷰가 트여 있거나 이국적일 것 ( 당연히 이국적이겠지만)
9. 주차 공간이 있다면 금상첨화
10. 에어컨은 하늘에 맡기기로


간단한(?) 조건이니 이제 이런 집을 찾는 일만 남았다. 어? 근데 프랑스 부동산은 어디야? 먼저 프랑스의 부동산 사이트를 찾아야 했다. 한국 같으면 머릿속에서 바로 직방, 부동산114, 네이버 부동산 등 바로바로 접속해 서치를 시작했겠지만 내가 가야 하는 곳은 프랑스. 프랑스 부동산 사이트는 어떤 게 있는지 당연히 모른다. 커뮤니티를 뒤지고 검색해 부동산 사이트 하나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세 식경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매매 월세를 구분하는데 또 한 식경, 주소 읽는 법을 알아내는데 또 두 식경. 벌써 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날 멘붕에 빠트린 건 Pièce 와 Chambre이다. 한국에서는 방이 2개인 집 방이 3개인 집 이렇게 부르고 구분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어서 난 room 2개 또는 3개짜리 방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의 room, 한국어의 방에 대한 말을 불어 사전으로 검색하면 Pièce와 Chambre 두 단어가 동시에 나온다. 그리하여 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구나!라고 지레짐작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면 같은 집인데 5 Pièces / 2 Chambres 뭐 이런 식으로 표기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방이 5개란 말인가  2개란 말인가? 감이 안 잡혔다. 다시 사전으로 돌아와 검색하면 Pièces 조각, Chambre 침실이란 말이었다. 아, 그럼 방 5개에 침실 2개? 뭐 그러면 어마어마하게 큰집이잖아. 그럼 난 방이 5개나 필요가 없으니 2 Pièces 정도 되는 집을 구해도 되는 건가? 그래서 2 Pièces 정도 되는 집을 한참을 검색했다. 근데 뭔가 잘못된 거 같았다. 2 Pièces 집들은 잘 없을뿐더러 방 사진이 없었다. 아 다시 제자리걸음. 이게 당최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를 무렵 그녀가 옆에서 툭 던지는 한마디.

“Chambre 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이고 Pièces는 구역이라 생각하면 돼. “

“엉? 그게 무슨 말이야?”

“Pièces는 방 거실 주방 화장실 이런 거까지 다 포함한다고”

뭐시라. 그러니까 방 2개 주방 거실 화장실이면 5 Pièces라는 거다. 그걸 아는 데까지 꼬박 3시간이 걸렸다. 벌써 난 이놈의 나라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내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그렇게 힘들게 알아낸 정보들로 우선순위에 맞는 집들을 검색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집에 하트를 날리고 어설픈 불어로 그리고 영어로 메일을 보냈다. 물론 메일도 그녀가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하루 이틀이 지나도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몇몇 물건들이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계약이 되어서 사이트에서 삭제된 듯했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서 집을 구할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집을 구하는데 어찌 안 보고 구할쏘냐. 우리는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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