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잡담 Jan 06. 2023

어서와 파리는 처음이지?



! ~~ 파리가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프랑스 파리는 새로움과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책에서 보던 불어들이 굴러 굴러 귓속에 꽂혔다 “봉쥬~”  더불어 동물원에 온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항이라 그러려니 싶었는데 다양한 인종들의 향연은 도심까지 이어졌다.  백인 흑인 아랍인 아시아인 등 이게 한 나라가 한 도시가 맞나 싶은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검은 머리에 황색 피부, 적당히 낮은 콧날에 검은색 눈동자. 딱 봐도 한국 사람(?)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는 그런 주가 되는 인종을 나눌 수 없을 거 같다. 아무리 봐도 딱 프랑스인은 없었다. 아, 이래서 이민자의 국가라 하는 건가. 글로 배우던 보던 파리가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파리는 냄새는 복잡하고 미묘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갈 때 모두가 냄새를 풍겼다. 향수 냄새, 비누 화장품 냄새, 그리고 담배 냄새. 히잡은 쓴 아랍계 여인들이 지나가면 짙은 허브향의 알싸한 냄새가 났고, 백인 유럽인들이 지나가면 비누 화장품 냄새가 흑인 아프리카 여성들에겐 짙은 향수 냄새가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 더 대단한 건 그들 모두의 사이사이로 담배 냄새가 만연했다. 파리 (혹은 프랑스 전역일지도) 카페의 모든 야외 테이블엔 재떨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더불어 공원은 물론이고 횡단보도 심지어 걸으면서 노상 흡연(일명 길빵)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웃으면 말이다. 한국에서는 흡연자들이 죄지은 것처럼 쪼그리고 숨어서 담배를 구애하는 느낌이라면 여긴 담배가 스타벅스 커피처럼 당당했고, 손가락에 붙어있는 장신구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5년 전에 끊은 담배가 스리슬쩍 생각났다. 그녀는 그런 나를 어떻게 눈치챘는지 단번에 “ 담배 피우면 죽어 “ 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파리 길빵


프랑스에 가기 전부터 가장 걱정했던 건 지하철이다. 에브리바디 모두가 파리의 지하철을 혹평하였기에 냄새에 민감한 내가 파리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마저 들었지만, 다행히도 지하철 냄새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가기 전부터 기대했던 (?) 지린내는 다행히도 겨울이라 어디로 숨은 듯했다. 지하철은 낡고 좁았지만 본연의 목적인 이동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보다 계단이나 지하철 안에서 이동 거리가 적어 더 편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지하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인종들)과 가까이 부대끼다 보니 가끔 암내(?)가 훅 찌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견딜 만했다. 지하철마저 타고나니 나에겐 다행히 파리 증후군은 없는 듯했다


@파리 지하철 8호선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은  파리를 방문한 사람이 도시가 예상했던 것만큼 미학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는 현상으로 망각 이인증 불안 그리고 현기증 발한 및 구토 등의 정신적 신체적 이상이 나타남.


파리 증후군도 없으니 어서 집을 구해야 했다. 파리 관광은 다음으로 미루고 파리의 부동산을 찾아 나섰다. 시내 곳곳에 부동산이 있었지만 집을 구하는 일은 생각만큼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의 가장 큰 착오(?)는 부동산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야 이사 갈 동네에 부동산을 들어가면 부동산 중개업자님들이 컴퓨터에 단지 혹은 동네만 입력하면 그 동네에 있는 매물들을 싹 다 보여준다. 설사 내가 들어간 부동산에서 취급하지 않는 매물들도 다른 부동산들과 공유해 계약을 성사하게 시킨다. 다시 말하자면 같은 동네에서 두 개의 부동산에는 거의 가볼 필요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랑스의 부동산 시스템은 달랐다. 거긴 딱 자기네 부동산에서 취급하는 물건만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들어간 프랑스의 부동산에서는 그 동네 월세 물건을 딱 2개만 가지고 있었고 그것조차도 우리의 조건과 맞지 않았다. 그러니 구미에 맞는 집을 찾으려면 한 동네에서도 여러 군데 부동산을 찾아다녀야 한다. 심지어 그 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에서 그 지역 물건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파리 부동산


그렇게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원하는 집 크기는 얼마인지 방 개수는 몇 개인지. 발코니는 필요한지. 화장실은 몇 개여야 하는지,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는지 없어도 되는지. 예산은 얼마인지. 을 모두 맞춰보면 그에 맞는 집을 사진으로 보여 줬다. 근데 집을 어떻게 사진으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 어서 직접 보고 싶다고 하면 오늘은 안되고 2~4일 뒤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아 이렇게 더뎌서야 일주일 안에 몇 개의 집이나 볼 수 있으려나…


결국 우리는 일주일 동안 직접 눈으로 본 집은 4곳 밖에 없었다. 4곳을 공통점은 하나같이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있어도 코딱지만 한 엘리베이터라는 것. 2인 이상 타는 것이 불가능한 엘리베이터. 2인이 타더라도 서로 부비부비해야 하는 엘리베이터라는 것.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본집 중에 가장 최신형 아파트가 1965년에 지어졌다는 거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재개발에 재개발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여기선 부동산 아주머니가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최신식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떤 집은 1800년도의 집도 있었다) 다행히 그 최신식(?) 아파트가 전망도 좋고 구조도 나쁘지 않은 데다 우리가 생각했던 대부분의 조건에 부합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단번에 여기라고 찜을 했다. 뭐 난 두 다리만 뻗으면 되니까.


@에펠탑이 보이는 발코니

이렇게 7일간의 집 구하기 미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부동산 계약은 파리에 있는 그녀의 회사 인사팀에서 해주기로 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 다리 쭉 펼 수 있는 집이 정해졌으니 맘이 훨씬 든든해졌다. 이제 본격적인 이사까지는 25일이 남았고 남은 미션은 짐 정리와 짐 싸기다




ps. 파리에 갔다온지 일주일  그녀의 프랑스 회사 인사팀에서 메일이 왔다. ‘쏘리 한데 너희가 찜해둔 집이 이미 계약이 되었대.’

이런 된장. 어찌 이런 일이.  구하기 미션  폭망ㅜㅜ 다시 맘이  요동치며 불안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 파리의 명당자리는 어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