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위치한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은, 이른바 아이비리그를 대표(?)하는, 미국을 가보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세계적인 명문 대학교이다. 그런데, 그 대학 맞은편에 있는 '나름' 지들이 명문 여자 대학으로 떠들고 싶어 하는 버나드 칼리지(Barnard College)는 1889년에 설립된 여자대학교이다. 컬럼비아 대학과 연계해서 그쪽의 과목도 듣고 학위는 아예 Columbia University 이름으로 받을 수 있는 묘한 구조를 가진 여자대학이다.
왜 뜬금없는 듣보잡 대학을, 그것도 미국에 있는 여대를 언급하냐고?
내 손길을 멈추게 했던 오바마의 2012년 버나드 칼리지(Barnard College)의 졸업연설에서 세 가지 조언 중에서 마지막 조언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졸업한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도 아니고, 명문이라고도 꼽기 98% 부족한 여대의 졸업식에 오바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틀거리며 단단한 유리천장으로 뛰어오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그 여자 대학교를 졸업하는 졸업생들에게 대중 연설로 대통령까지 된 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역시나 명연설을 남겼다.
오바마가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을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로 직행하여 그 유명한 하버드 로 리뷰의 편집장을 하고 수석졸업을 했다고 사람들은 기억한다.
그런데 사실관계는 조금 다르다.
그는 두 살 때 케냐 출신의 아버지와 백인 엄마가 이혼을 했고, 엄마가 인도네시아 유학생과 재혼을 했지만 다시 파경을 맞는 모습을 함께 하면서 마약에까지 손을 대는 나락까지 떨어졌던 젊은이였다.
하와이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이 들어가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가 입학한 대학은 명문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이 아니라 미국 국내에서도 100위권 한참 밖에 있는 L.A에 소재한 Occidental College라는 듣보잡 사립대학이었다. 그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그다음에 각성한 그의 행보만이 부각된 내용을 슬쩍 보고 그러려니 어림짐작을 했을 뿐이다.
그는 모종(?)의 계기를 통해 각성하고 자각하여 그의 인생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게 탄탄대로였을까?
그의 프로필 행간을 보면 그 험난했던 자빠짐의 역사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하버드 로스쿨에 직행하지 못하고(?),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DCP) 감독으로 3년이나 일하게 된다. 그것은 그에게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하버드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나서도 잘 나가는 로펌이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리노이 주 투표 프로젝트(Project Vote) 대표로 6개월이 넘도록 일하게 된다.
그리고 시카고 대학의 헌법학 강사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후 무려 12년을 대학 강사로 일하게 된다.(전임강사였지만, 분명히 교수직은 아니었고, 12년간 교수직은 받지 못했다.)
사족이 길었다. 하지만 이 사족을 알고서 그의 연설을 들으면 그의 연설이 왜 사람을 움직이는지 좀 더 정확하고 면밀하게 읽어낼 수 있다.
그런 그였기에 <타임>지에서 2012년에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그 해에 메이저도 아닌 여대에 가서 졸업연설을 하며 이런 명언을 남기게 되었음을 당신도 읽을 수 있게 된단 말이다.
Persevere. Persevere.
Nothing worthwhile is easy.
No one of achievement has avoided failure -- sometimes catastrophic failures.
But they keep at it.
They learn from mistakes.
They don’t quit.
견디세요. 참고 견디세요.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성취도 실패를 겪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매우 심각한 실패일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계속해나갔습니다.
그들은 실수로부터 배웠습니다.
그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실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는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물론 최선의 노력을 모두 쏟아붓지 못하고 그저 밀리고 쓸려서 시도가 아니라 그냥 원서내고 그냥 지원하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하고 한번 안되고 두 번 안되고 계속해서 되지 않는다고 하여 쉽게 포기해 버리면 그 일은 그저 거기서 끝이 난다.
일은 그렇다 치자. 삶은 어떠한가?
부모님에게서 소중한 생명을 받고 태어나 숨쉬기 시작하고 걷고 말하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심지어 기어 다니다가 걷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 아무런 말도 배우지 못하고 부모님의 입을 보며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할 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이 있었던가?
삶이 고단하다고 포기할 텐가?
실패를 하다 보면, 그리고 그 실패를 분석하다 보면, 정말로 어이없는 방향으로 내가 삽질을 했었던 것을 깨닫는 허망한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계속 실패를 하고 분석을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이지 그저 멍하니 누워 입을 벌리고 있다고 해서 입안으로 쏙 떨어지는 감일 리가 없다.
미국의 대통령을 연임해서 8년까지 한 사람, 유색인종으로 처음 미국 대통령이 된 사람.
그렇게 퇴임하고서도 이게 겨우 환갑의 나이를 넘긴 것을 감안한다면 그는 그 젊은 날들을 얼마나 치열하게 보냈을까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지금 각성해서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아무도 권하지 않는다.
당신도 피식 웃을지 모르겠다.
허나, 조금 범위를 좁히고 레벨을 낮춰보자.
당신은 지금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있는가?
매번 상대적인 당신의 위치를 보며 분하다고 억울하다고 평가절하되어 왜 이런 삶을 사는지 모르겠다고 술잔만 기울이기 일쑤는 아니었는가?
아직 당신의 인생은 진행형이다.
누구에게나 한 번 쥐어지는 이 인생에 그렇게 허망하고 무기력하게 살다 가는 것은 억울하지 않겠는가?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함에 주저하지 마라.
마음대로 안될 수 있다.
실패하고 실패해서 나는 도저히 이 정도 깜냥이 되지도 못하는가 보다, 하고 좌절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실망했으면 내일 다시 해보면 되는 거다.
실패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일을 이루기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시기가 아직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당신의 분석이 아직 많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