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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엽수집가 Jun 23. 2023

잔잔한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I 일본 영화 한국판 리메이크

쉼없는 갈등 상황으로 긴장감을 주는 영화에 지쳤다면,  

잔잔한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추천합니다.


간략한 소개

2018년 2월 개봉작으로 원작은 일본판입니다.

임순례 감독의 작품으로, 이번에 소개하는 영화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주인공 혜원(김태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 혜원의 엄마(문소리)가 등장합니다. 



리틀포레스트 힐링 POINT1 - 잔잔함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긴장감을 줄 만한 큰 갈등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 밥을 지어 먹고, 농사하고, 도시에서의 일이나 과거를 회상하며 자연 안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영화의 전부이다. 그러나 약 100분 정도의 러닝타임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혜원과 재하는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온 두 인물이다. 아직 직장생활을 겪어보지도, 고시 준비를 해본 적도 없지만, 도시에서 힘들어하는 그 둘의 모습은 마치 내 모습처럼 다가왔으며, 자연에서 생활하는 그들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어디에서나 청년들은 똑같이 노동하고 있지만, 도시에서는 위태로워 보이고 시골에서는 행복해 보였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도시에서의 혜원



리틀포레스트 힐링 POINT2 - 대조적 캐릭터


개인적으로 혜원과 재하 각각이 가진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도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온 혜원과 달리 큰 포부를 갖고 시골에 온 재하. 둘의 상반되는 서사로 인해 혜원에게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혜원은 숨 가쁜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며칠만 머무르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다짐은 무너지고 만다. 겨울 동안만 머물겠다는 혜원은 다시 겨울이 찾아올 때까지 시골 마을에서 지내니까 말이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혜원은 도시에서의 삶을 잊은 것 같다가도 그곳에서의 삶을 잊지 못한 듯하다. 정확히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 비 내리는 자연을 구경한다거나 마룻바닥에 누어 가만히 밖을 응시할 때면 더욱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혜원과 달리 시골에서의 삶에 확신을 지닌 재하는 어딘가 모르게 빛나 보였다. 혜원보다 더 여유로워 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비를 바라보는 혜원과 농장일을 하는 재하



리틀포레스트 힐링 POINT3 - 혜원의 성장


그래서인지 혜원이 자신만의 작은 숲을 만들기 위해 다짐하는 장면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만 같은 시골 마을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도시로 떠나기전 곶감을 먹는 혜원


시골은 생각해보면 참 많은 것이 도시와는 상반되고,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기 좋은 곳이다. 도시에서는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던 혜원은 시골 마을에서 모두 자기 손으로 만들어 밥을 먹는다. 자신이 만든 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는다. 그 무엇보다도 천천히, 스스로 완성하는 식사여서 시골의 매력이 잘 드러났다. 뭐든지 빨리,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도시의 분위기와는 참 상반된다. 매일같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자신의 밥을 해 먹으니 바쁘지 않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 모든 행위가 주체적이다. 그렇기에 시골이 여유로운 공간처럼 보였고, 그 안에서 혜원은 그 어느 곳보다도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한다.





총평: 100분 동안 한 사람의 숲으로 빠져드는 경험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유진목 시인의 시집 <식물원>이 떠올랐다. <식물원>은 시집 전체가 한 편의 이야기 같은데, 다 읽고 나면 식물원 안에 들어가 한 사람의 생애를 경험하고 나온 느낌이 든다. 이 영화를 보며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자연 가득한 공간에 들어가 한 사람의 성장을 경험하고 나온 느낌이 들었다. 시집은 ‘그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시행으로 끝난다. 무언가 모호한 엔딩이지만 ‘그’의 ‘다시 태어’남을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다가왔던 것 같다. 혜원의 엄마가 다시 돌아온 것을 암시하는 듯 혜원의 얼굴을 포커싱한 정지 화면으로 끝나는데, 굉장히 모호한 엔딩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녀가 시골 마을에 돌아와 어떤 것을 하는지 다 알려줬더라면, 이렇게까지 큰 연대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2020.11.10. DDWU 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영상문예특강에서 

제출한 과제를 수정하여 업로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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