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사유
나에게 힙합은 어려운 장르다.
나는 습관적으로 언어를 해독하는데
영어와 욕설, 한글이 뒤섞인 랩은
의미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
그나마 몇몇 좋아하는 랩들은
비트가 좋거나 목소리가 나의 취향이거나
인생이 담긴 이야기를 쓴 가사이거나.
셋 중 하나다.
펀치 라인에서는 ‘쾌감’을 느끼지만
그것만으로 힙합을 즐기기엔 어렵다.
그래서 지난 스무 무렵 동안
힙합을 즐겨온 그에게 질문했다.
왜 힙합을 좋아해?
그가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에 솔직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서.
처음에는 온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수려한 가사의 인디 음악, 발라드,
성악에도 솔직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나?
다음 대답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자면
힙합은 이런 매력을 지녔다.
그 어떤 장르에서도
사랑, 나, 사회,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힙합만큼이나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
하긴. 영어와 욕설, 한글이 뒤섞일 때
힙합만큼 자연스러운 장르가 있을까.
(여기서 ‘자유로움’이란 표현이 제한되지 않고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힙합은
어떤 장르보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장르로 느껴졌다.
유난히 힙합 장르에서는
래퍼의 힘이 강한 이유도
[말]에 있겠지 싶다.
[말]은 그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으니
[랩]은 그 사람의 삶이 조각조각 담겨 있겠지.
좋아하는 래퍼의 음악을, 무대를
듣고, 또 듣고, 그러다 문득
새로운 힙합의 탄생을 기다리는
그를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