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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엽수집가 Jun 23. 2023

천천히 나아가고 싶을 때
여름 감성 영화 추천

고레다히로카즈 감독 I 바다 마을 다이어리


간단한 줄거리

작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모두 희미하고 흐릿하지만 '사치'는 새엄마에게서 자라게 될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 '스즈'에게 마음이 쓰인다. 이에 '사치'는 '스즈'에게 함께 살지 않겠냐 제안하고, 그녀는 이를 받아들인다. 이후 영화는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가 함께 살아가며,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추천 포인트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잔잔한, 그렇지만 그 안에서 소소하게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스즈가 자전거 뒷좌석에 탄 채 벚꽃길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나, 그녀가 기차역에서 달려 기차를 보내는 장면을 보며 그렇게 느꼈다. 

어느 영화에서나 한 번 즈음 봤을 법한 장면들인데,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유난히 그런 사소한 장면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런 사소한 일상 같은 일을 다룬 영화여서 그랬었던 건지, 아니면 고레다 히로카즈의 한 인물을 그리는 방식에 다시 한번 놀라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유난히 평가하기 어려웠다.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해 본 가족의 진짜 의미는 이런 것이다."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천천히 모두 되찾는 일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맏언니 사치는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인물다. 그녀는 자신의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갔다. 그녀와 다른 어머니를 둔 스즈를 원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삶 깊숙이 다가가려 손을 내밀었으며, 미안하다고 하였다. 과연 그녀라고 그 어떤 절망도, 어려움도 없었을까. 그녀에게 함께 미국에 가자며 손 내미는 유부남 병원 상사. 그녀의 아버지처럼 결혼한 사람을 만나는 사치는 결국 그 관계를 끊어내는데, 그 상대의 입에서 그녀 역시 어려움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사치는 스즈의 유년 시절에 자신이 같이 있어 주지 못함을 말하는데, 상대는 “당신도 빼앗겨 버렸잖아. 주위의 어른들한테.” “천천히 모두 되찾아”라고 한다. 그의 대사는 사치의 삶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천천히 모두 되찾는 일”. 그 말을 들은 뒤 사치는 미소로 그를 떠나보낸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계절의 변화와 그녀의 당찬 발걸음을 보인다. 유년 시절의 사라진 것들을, 그러니까 온전히 나로 채우지 못한 시간을 비로소 나로 채우는 일. 그것은 스즈가 온 그 순간부터 진행되었을 것이다. 스스로 ‘나의 존재만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스즈를 채우며, 그리고 그런 스즈가 부족한 사치를 채우며 서로 사랑하는 과정 안에서 말이다. 불꽃놀이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제는 친해진 채 산을 오르는 일. 아무도 듣지 않는, 메아리만 울리는 산 위에 올라가 속마음을 외치고, 서로를 얼싸안는 일. 그 모든 것이 아마 천천히 되찾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가족이란 태초의 탄생으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서로 사랑함에서 오는 것이기에,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유년 시절의 가족으로부터의 사랑을 채워갔을 것이다.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하게 된 이야기.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 현대에 찾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느껴졌다. 보는 내내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영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견뎌내며, 성장한 나로 나아가는 사치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천천히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품을 보며 왠지 모르게 입가에는 웃음이 눈가엔 눈물이 지어졌다. 꼭 여름날의 추억이 담긴 바다에 가면, 그런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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