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선 '자기확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을 확장하여 넓혀가는 걸 뜻합니다. 일레인 아론을 비롯한 여러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사랑이라는 형태의 관계를 맺는 이유가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강화하여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그 대상, 즉 이상형이라고 일컬어지는 대상이 가진 특징으로 '자신의 개성 또는 특징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혹은 자기와는 다른 점을 갖고 있어 '나'를 새롭게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걸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연애의 감정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많은 걸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사랑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 혹은 지나간 추억이 머물렀던 시간을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일을 사랑할 수도 있고, 내 앞에 놓인 물건을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라고 말하면 너무 모호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죠. '관심'이라는 말로 바꿔봅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반드시 관심이라는 태도가 포함됩니다. 사랑한다는 건 곧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다는 의미입니다.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아요. 지나가는 사람들, 풍경, 그 속에 담긴 요소들을 집중해서 살펴보는 거예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걸 찾아 더 깊이, 오래 관심을 써 보는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꼭 연애를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서 오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존재론적 고독이랄까요. 철학적인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연애 유무와는 관련 없이 누구나 외로운 순간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연애 유무와는 관련 없는 '무엇인가 사랑하는, 관심을 가지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나요? 무엇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나요? 어제는 붉은 달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달에 관심을 보이고, 지켜봐 주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똑같은 달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신기하다'로 끝나고, 누군가는 오늘의 달을 사랑했을 거예요.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모든 걸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대상도 없습니다. 우선 많은 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계속 보다 보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스러운 부분이 보이면 언제든지 사랑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걸 사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우리는 세상을 마음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니까요. 마음가짐을 바꾼다는 건 렌즈를 바꾸는 일입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걸 볼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바라보셨나요? 그건 여러분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었을까요? 혹시 지금 외로운 분이 계시다면,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기다리는, 아주 사랑스러운 무엇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