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곤 합니다.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사람,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보다 격동적인 사람, 생전 처음 보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 등 세상엔 아주 참신하면서도 피곤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리학에서 행동의 원인을 찾는 걸 '귀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행동이 대체 어떤 원인으로 인해 기인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사고과정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죠. 귀인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독특성'입니다. 쉽게 말해 '평소와 다른 점이 있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때 쓰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서 자꾸만 목을 쓰다듬고 만지는 행동을 보입니다. 목을 가리거나 만지는 행동은 거짓말을 할 때 자주 나타나는 행동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이때 이 사람이 평소에는 전혀 목을 만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늘 목을 수시로 만져왔던 사람이라면 그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하는 건 섣부른 오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일치성'입니다. 위에서 목을 만지는, 평소에는 하지 않던 독특한 행동을 했을지라도 아직 거짓말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다른 행동 특징이 있는지, 증거를 더 모아볼 필요가 있죠.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할 때는 손을 감추거나 가리는 행동도 자주 일어나는데, 목을 만지고 손을 감추는 등 자꾸만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면 더욱 거짓말일 수 있다고 의심해 볼 수 있죠. 일치성은 일반적으로 '이럴 때 사람들은 이렇게 한다'라는 사실과 맞춰보는 걸 뜻합니다. 위에서는 '거짓말을 할 땐 보통 이러더라'에 맞춰본 거죠. 그래서 일치성은 '보편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개인 안에서의 일치성과 개인 밖에서의 일치성으로 나눠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 세 번째로 '일관성'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일관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목을 만지고, 거짓말을 할 때마다 손을 가린다면 우리는 그 행동이 거짓말을 의미한다고 확신할 수 있죠. 이렇게 세 가지 요인을 종합해서 우리는 행동의 원인을 꽤 믿을만하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인을 썸을 타는 관계에 적용해 볼까요? 남자와 여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빼빼로데이를 기념하여 빼빼로를 선물했어요.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해서 선물을 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예의상 준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럼 세 요인을 하나씩 맞춰봅시다.
먼저 독특성을 확인해 보죠. 여자는 남자의 지인들에게 "혹시 나 말고 다른 여자에게도 선물을 했나요?"라고 물어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나에게만 이 행동을 보였습니다. 독특성이 확보되었군요. 그럼 일단 '빼빼로 선물하기'라는 행동의 원인이 여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일치성을 확인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를 이성에게 선물하는 건 호감의 표시로 이루어지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개인 안에서, 이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이 있다는 다른 증거와 일치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늘 웃고, 늦은 시간에는 여자를 자주 집에 데려다주곤 했습니다. 여자가 지나가듯 흘린 말을 잘 기억했다가 나중에 챙겨주기도 했죠. 빼빼로 선물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일치성을 가진 호감의 표시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일관성을 확인해 봅니다. 기념일에 선물을 준 행위가 예의상 했던 행동이 아니기 위해서는 기념일이 아닌 평범한 어느 날에도 선물을 해주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가 일관적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이유를 호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안전하게 유추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100%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도 말했듯이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도 세상엔 너무 많기 때문이죠. 여자가 세 가지 요인을 토대로 남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확신하고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가까워지려 했을 때, 남자가 갑자기 거리를 두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땐 또 거리를 두는 행동에 대하여 원인 분석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에 대하여 항상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을 수는 없고, 어떤 행동들은 독특성, 일치성, 일관성을 분석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행동 분석 방법을 기억한다면 이전보다 더 타인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처하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행동 원인도 파악해 볼 수 있으니,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기이해는 높일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나 스스로 대부분 갖고 있기도 하니까요.
행동의 원인을 찾아보고, 상대방과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여 우리 사회가 공감 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