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걱정이 많은 편인가요? 저는 현재로선 걱정이 많지 않은 사람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걱정하기 바빠서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걱정쟁이였어요. 누가 보면 걱정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볼 정도로 최선을 다해 걱정을 했었죠.
심리학에서는 걱정을 '부정적 정서와 관련되며, 상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사고와 심상의 연쇄'라고 정의합니다. 일단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과 많은 관련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걱정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통제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안 좋은 상상을 하게 돼요.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물고 오고, 그 걱정을 하다 보면 또 다른 걱정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걱정이 늘 안 좋은 건 아니에요. 걱정의 순기능에 대해서, 심리학자 그레이엄 데이비는 걱정을 '미래에 일어날 외상적인 사상을 막고, 외상적인 사상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인 문제해결과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걱정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대비하려는 노력을 하고, 그래서 똑같이 나쁜 일을 겪어도 타격을 덜 입을 수 있죠. 또는 미리 대처하다 보니 일어날 수 있는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결하게 될 수도 있고요. 걱정 또한 우리의 생존에 있어 꼭 필요한 도구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분명 우리 삶을 지켜주기보다는 갉아먹으며 괴롭히는 존재입니다. 앞서 걱정 자체는 꽤 적응적인 면도 있다고 강조한 심리학자 그레이엄 데이비는 '개인의 성격특성이나 상황특성에 의해' 걱정이 영향을 받으면, 인지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해로운 걱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어떤 성격특성과 상황특성이 걱정을 건강하지 않게 만드는 걸까요? 먼저 성격특성으로는 대표적으로 비관주의, 완벽주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통제감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미래에 일어날 일에 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기대를 갖고 있을수록 걱정을 많이, 더 심각하게 하는 경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실수를 저지를까 봐 더 많이 염려하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계속 의심하는 완벽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심각한 걱정과 가장 관련이 높은 요인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 부족이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할수록 병적인 걱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는 마지막 요인은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인한 것일 수 있어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잘 헤쳐나갈 자신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가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운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걱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지금 주어진 문제 상황, 즉 걱정하고 있는 어떠한 일에 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집중하고, 계속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나요. 계속 보고 있으니 더 불안해지고, 불안한 스스로를 보면서 '역시 나는 걱정만 하는 약한 사람이야'라는 느낌에 더 걱정을 하게 되고, 그러니 더 불안해지고 실제로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요.
스스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느껴지신다면, 가장 먼저 '내가 걱정을 하는 이유는 나를 안전하게 지키고 싶기 때문이야'라는 걸 인정해주고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여러분에게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에게만큼은 결코 쓸데없지 않아요. 그러니까 걱정을 하는 거죠. 그러니 내가 걱정을 한다면 나에게만큼은 그게 아주 중요하다는 걸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나의 문제해결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어요. 정말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는 문제해결을 할 능력이 없는 걸까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경험해왔어요. 10살 아이에겐 10년 동안의 위기가 있었고, 20대에겐 20년치, 30대에겐 30년치의 위기와 그 위기를 견뎌온 세월이 있습니다. 비록 매번 삶에게 지고, 쓰러졌다 할지라도 최소한 '몸빵'은 늘어있다고 보는 게 객관적이지 않을까요? 다음 위기에도 또 쓰러질 거라고 예측하기엔 우린 보통 어려운 삶을 산 게 아니에요. 어쩌면 그중 절반 이상이 돌부리에 걸리기도 전에 내가 먼저 풀썩 주저앉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내가 어떻게 위기를 견뎌왔고, 혹은 극복해왔는지 돌이켜보세요. 나만의 방법을 믿어보세요. 믿기 힘든가요?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보고 평가를 받아보세요. 다른 사람들도 그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해준다면 더 믿을 수 있을 거예요. 혹은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드백한다면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물어보면 돼요. 그럼 우리는 더 멋진 대처전략을 배울 수 있어요.
[참고: 유성진, 권석만 (2000).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성격특징. 심리과학, 9(1),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