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팀원들에게 자꾸만 화가 났다. 우리는 네다섯개의 아이템에서 오랜 논의와 실험 끝에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거 하나 제대로 끝을 봐야 계속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아이템인데, 어쩐지 나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일을 벌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두 세개의 일을 병행하고 있었고, 반대로 나는 하고있는 것이 정말 이것밖에 없었다. 돈을 벌 수 있는 곳도 없었고 경력도 없었다.
그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창업의 기회를 정말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대학생때 엄청난 지원 아래서 할 수 있었던 창업의 기회를 내 발로 뻥 차버렸고 그 뒤에 갑작스럽게 대행사로 취업을 했으나 1년째 되던 해에 쫓기듯이 나오게 되었다. 다시는 대행사에 가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나왔으니 더이상의 경력도, 모아둔 돈도 없었다. 옛날에는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이제는 점점 시간도 없어지고 있다. 어쩌면 정말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몰랐다.
그러다보니 다른 일들을 병행하고 있는 팀원들이 아니꼽게 보일 수 밖에. 같이 일을 벌렸으면서 나는 하기 싫은 대행사 일도 꾹 참고 하고 있는데 본인들은 하고 싶은 일들만 골라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만 당신들이 벌린 일을 수습하고 있는 거지? 나도 개발도 하고 싶고 만화도 그리고 싶고 다른 아이템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그런 생각이 드니 계속해서 팀 내에 나로인한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난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팀에서 나의 역할이 분명하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 나는 잔반 처리반 마냥 누가 벌린일을 수습하고 있어야하나. 이런게 내가 바라던 창업이었나. 이 아이템이 내가 하고자하는 일은 맞았나?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속에서 곪아갔고, 고름이 넘쳐서 결국 뒤에서 팀을 욕하는 사람이 됐다.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건만, 그런 사람이 됐다. 무슨 일만 생기면 친구나 남자친구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치는. 그리곤 팀에서 벌린일을 수습하는 일 잘하는 피해자 코스프레에 도취되고 있었다. 웃기시네, 너가 한 일이 뭐가 그렇게 많다고.
없다곤 할 순 없지만 많지도 않았다. 솔직히 내가 두 세개씩 일을 하지 못한건 순전히 내 체력과 게으름 탓이고, 하나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팀에서 휴가를 가장 많이 쓴 사람은 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를 평가했을때 솔직히 100%를 썼느냐 하면 한 50% 밖에 쓰지 않았다. 데이트하고 잘 거 다자고 놀 거 다 놀면서 일한다. 어쩌면 9-6 직장인으로 일했을 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돈은 떨어져가고 하고 싶은 일은 많아져가고 이렇다 할 결과도 없었으니 나에 대한 결핍이 팀으로 튈 수 밖에.
내가 돈이 넉넉했고, 쌓아논 경력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속좁게 굴었을까? 좀 더 너그럽게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이런것도 해보고 저런것도 해보고 천천히 했겠지.
내가 자꾸만 내 생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분노하고,
일이 진척이 안된다고 답답해하고,
무조건 1월에 결과를 내야한다고 조급해하는 건 순전히 나의 결핍때문이다.
사실은 모두 나만큼의 애정이 있고, 그들은 그들대로 자기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고 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