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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엄마 May 26. 2022

4. 예체능 입시에서  학과 학원의 딜레마

선택과 집중

제목을 고심하여 타이핑하면서도 나도 여전히 딜레마 상태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교육대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의 메카인 강남에 거주하며 자녀를 국영수 학원에서 해방시킨다는 모험과 도전에 대한 딜레마이다. ‘사교육을 꼭 받아야 해?’ ‘국영수를 꼭 학원을 다녀야 할 수 있어?’ 이런 이야기들은 예민하고 원초적인 더 큰 주제이니, 여기서는 하지 않기로 한다. 일단은 공교육 외 학원이 필요하다는 결론 아래, 예체능 하는 아이들은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하여 학과 학원을 다닐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예체능도 엘리트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예중과 예고 입시를 치르고 미대로 진학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끼리의 걱정과 한숨과 의논의 글이지 싶다.       




예중 입시를 결심하고 미술학원을 본격적으로 다니게 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라고 한다.(내 딸도 그러했고, 땔램 주변 친구들도 그러했고.) 대체적으로는 영수 학원을 한두 개씩 다니고 있을 때이기도 하다. 5학년 때는 이러저러하게 미술학원과 병행하며 학과 학원 스케줄링이 가능하기는 하다. 아이만 따라와 준다면. 나름대로 공부에 욕심도 있고, 소질도 있는 아이라면 꽤 열심히 병행하는 아이들도 보았다. (진짜 몇 안되지만) 우리 아이는 끌면 끌려오는 아이 기는 했으나, 그다지 욕심을 내는 편은 아니었어서, 학과 학원 다니는 스트레스를 버거워했다.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는 없어서 수학만은 어떻게든 보내려고 했지만, 초6 되면서는 미술학원 외 다른 학원들은 다 그만두게 했었다. 딸의 경우 특이하게 학과 학원보다 더 놓지 못했던 것은 악기였는데, 어릴 때부터 시작한 바이올린을 못내 아쉬워했다.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입시에 일찍 발을 넣는 아이들이 안타깝지만, 그만큼 입시 당해연도엔 시간이 정말로 없다. 아니다. 시간은 어떻게든 있다. 있어도 입시 이외의 것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없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입시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학업을 위한 사교육을 올스탑 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만에 하나라도 입시에 실패 시에는, 공부만을 위해 달린 아이들보다 몇 개월치 분량의 학업이 뒤쳐질 텐데, 그때는 아이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경제적인 이중부담을 안고서라도 아이를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지원하고 응원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예중 입시를 치르고 나서의 나의 의견은 감히 그렇다. 입시 진행 중에 미술학원과 학과 학원의 병행은 지양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없는 시간 쪼게어 한 만큼의 효과가 없어서이다. 아이가 해내어야 하는 양이 늘어 학과와 실기, 그 어디에서도 효과를 볼 확률이 줄어든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굳이 하나를 찾는다면 학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안심’ 정도. 선택과 집중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면 아이가 학과 학원을 그만두는 시기는 언제여야 하는가? 이것도 정답은 없다. 아이마다 학업 진행상황이 다를 것이니, 잘 조율하여 결정해야 한다. 어쨌든. 입시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이의 역량에 따라 이후의 학업에 대한 조치상황이 분명 다를 것이니, 다음 스텝의 학습계획과 대안은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모든 일은 때가 있기 마련이고, 공부는 더더욱 그러한 것 같다. 실기만 주구장창 달리다가 입시가 끝나는 9월, 10월 한숨 고르며 재충전  한 후,  날 추워지기 시작하면 학과 공부를 돌아보아도 늦지 않을 듯하다. 입시가 끝난 후 결과 상관없이 다음 학년 진급까지의 시간은 충분하다. 그 시기의 선택과 집중은 오롯이 학과에만 두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도 잘 알고 있다. 억지로 몰아가지 않아도 분위기만 조성해주면 충분히 능동적으로 학습시키기가 수월하고, 그래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것이 일률적일 수는 없는 법, 아이와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 나의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 것이므로, 아이에게 맞게 시간을 배분해 실기와 학과를 끌고가게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는데, 예중 입시에는 초5~초6 과정의 학습을 평가하는 면접고사라 부르는 학과시험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안내되는 내용은 정상적으로 초등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면 무리 없이 풀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시험이라 명명된 것이 무리 없을 리가. 어쨌든 고만고만한 실기 성적대에서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소문 아닌 소문이 차치하더라도 꼼꼼히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2022학년도 기준 각 예술중학교의 면접고사라 부르는 구술시험을 정리한 표이다. 면접고사는 문제지를 나누어 주고 일정 시간 풀게 한 후 면접관 앞에서 답을 말하는 형태인데, 아이의 성향에 따라 면접관 앞에서 엉뚱한 태도를 보이거나, 하필 면접고사가 실기고사 전이라 그 결과에 따라 실기고사 컨디션도 달라질 수 있는 터라 상대적으로 작은 배점임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선화예중과 예원학교의 각 홈페이지에 예시된 평가 문제지들이다. 난이도가 크게 높지는 않으나 전체 시험 범위가 넓은 데다가 문제 수가 적어 예상문제 적중률이 낮을 수밖에 없어서, 따로 준비를 시켜주어야 한다.

대체적으로는 집에서 부모와 함께 교과서 위주로 전 범위를 읽고 또 읽고, 필요하다면 해당 문제집을 풀어보면서 정리하는 식이다. 혹은 실기학원에서도 나름 면접고사 준비를 신경 써주는 추세라서, 범위를 정하여 공부를 하게 한 후 계속 시험을 치루어서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어떤 화실은 근처 보습학원과 연합하여 실기 외에 시간을 할애하여 입시 준비생만을 위한 반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입시생들이 많은 대형학원의 이야기이다.   




혹은 예체능 입시생들을 위해 구술면접시험에 특화된 학과 학원도 있다. 알려진 곳으로는  

뉴청★(압구정), 탑브레★(신사), 엘 브라★(대치), 최★(목동) 정도이다. 어떤 종목의 학원이든지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여러 군데를 둘러보며 비교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이 가장 아쉬운 아이들이라서 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없는 동선을 만드는 것이 학원 선택의 1순위라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보았을 때 어쨌든 간에 강남에 몰려있는 학과 학원들을 보며, 부동산 가격의 강남 강북 편차의 씁쓸한 현실이 와닿는다.




이제는 예중입시가 아닌 예고 입시를 진행중이다. 역시 똑같은 문제로 갈등중임을 밝힌다. 예고입시는 중학교 내신의 문제지만, 예고 입시 이후의 학업을 위해 또다시 선택과 집중을 놓고서 고민한다. 국영수 학원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할 것인가. 예고 실기학원을 위해 아이의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여 갈것인가. 이런 고민은 3년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그 때보다 더 난관인 상황은, 아이들이 부쩍 자랐다는 것이다. 엄마가 짜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말. 고민고민하고, 시간에 시간을 쪼게어 학과학원과 실기학원을 세팅해 놓아도 아이는 그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입시 + 사춘기를 갓 지난 자존감 최상상태 + 본인의 미래는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는 MZ세대의 당참. 외 고 또래만이 가지는 반항기가 결합하여 부모는 이래저래 힘들다. 엄마만의 선택과 집중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관심과 소통이 끊기면 안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는 대로 행동하여 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문제인건가...나는 여전히 딸을 대신하여 무엇을 선택하여 집중할지 고민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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