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로의 초대

베네치아, 낭만과 사색으로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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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로의 초대


어떤 작은 흔적조차 찾아지지 않는 아주 오래전에 세상의 첫 생명을 키워낸 것이 바닷물이기 때문일까. 베네치아를 흐르는 바다의 물길은 중년 여인의 세심한 손길같이 아늑하면서도 평온하기 그지없다.


밤의 장막이 걷히는 새날의 첫 시간이 되면 수면에서 반짝이는 햇살에게서는 마을축제에 살그머니 끼어든 계집아이의 사랑스러운 웃음이 느껴지고 한낮의 볕을 따라 섬에 오른 물의 입자에서는 큰 불평 없이 곁을 지켜온 옆지기의 편안한 체취마저 느껴진다.


수평선 위에 걸린 구름에서 잘 익은 오렌지빛이 뭉글하게 배어날 때면 물고기 떼의 퍼덕임 같은 빛의 산란에 눈이 멀어버릴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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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비늘 같은 자잘한 일렁임이 저녁 햇살에 반짝일 즈음, 아무런 일 없다는 듯 지나치는 바람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외딴 섬마을 오두막집 평상 마루에 퍼질러 앉아 선잠을 꼬박이는 손자 놈의 가슴을 토닥거리는 늙은 할미의 나지막한 자장가 가락이 끊길 듯 느릿느릿 들려오는 듯하다.


“그래, 그 어떤 얘기를 아무리 수다스레 늘어놓는다고 해도 결코 입술 마를 일 따윈 없을 것 같은 것이 베네치아, 너에 대한 것인가 보다.”


벌렸던 입을 꼭 다물고 아드리아 바다의 노랫소리를 향해 귀를 세운다.

파랗게 짙어가는 늘어진 오후 빛의 반짝임에서 오래전, 탑에 갇혀있는 공주님을 찾아 모험을 떠났다는 이름 없는 기사의 무용담이 행복한 저녁의 속삭임이 되어 가만가만 들려온다.

저기 베네치아의 바닷가 어딘가에서 나의 인연이, 사랑스러운 나의 공주님이 기다리고 있다고, 은밀하게 유혹한다.


<베네치아, 낭만과 사색으로의 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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