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바로크 양식, 정신의 발전과 예술적 시각의 본질적 변화

바로크 양식, 정신의 발전과 예술적 시각의 본질적인 변화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는 자연주의(Naturalism)적이고 사실주의(Realism)적이면서, 빛과 어둠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종교적인 기품을 캔버스에 담아낸 화가, 카라바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카라바조는 사람과 사물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빛과 어둠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관찰하였고,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실적인 형상과 질감을 바탕으로, 진지하고도 엄숙해야 하는 종교적 사건을 조명이 설치된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 듯이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내었다. 


카라바조는 자신의 눈이 관찰한 것과 가슴이 느낀 그대로가 '거짓 없는 가장 진실한 모습'이라고 믿었으며, 화가라면 그런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어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믿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건축가의 설계를 따른 듯한 완벽한 구도에, 조화를 고려한 색채와 인물의 묘사,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환한 색조를 사용함으로써 현실세계를 넘어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였다면,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현실적인 리얼리즘과 종교적인 사실감을 드라마틱하게 살려내었으며, 이를 통해 추한 것은 추한 그대로, 일그러진 것은 일그러진 그대로, 움직이는 것은 움직이는 상태 그대로를 그림 속에 담아내었다. 


카라바조는 당시 유행하던 [후기 마니에리슴(매너리즘) 양식]에서 벗어나 [바로크 양식]이라는 새로운 예술 양식을 개척한 위대한 화가이자 서양 예술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어 넣은 거장이다.

카라바조가 개척한 [바로크 양식]은 피사체의 구도와 인체에 대한 연구에 기반한 [르네상스 양식]의 인문학적인 소양과, 감상적이면서도 극적인 효과를 바탕으로 한 [매너리즘 양식]의 계승이자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크 양식]의 정의와 예술사적 의미

[바로크 양식](Baroque Style)의 정의와 예술사적 의미에 대해서 대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바로크 양식]은 극적인 대비와 활달한 움직임, 사실적인 디테일과 진한 색채를 사용하여 웅장함을 자아내는 서양 예술의 한 양식이다.

- [바로크 양식]이란 17세기에서 18세기 (17세기 초반에서 1740년대 까지) 이탈리아의 로마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 북부, 스페인과 포르투갈,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남부지역 및 러시아까지 확산된 음악, 무용, 조각, 건축, 회화적인 특징을 일컫는 용어이다. 

- 예술사에서 [바로크 양식]은 [르네상스 양식]과 [매너리즘 양식]의 뒤를 이어 나타난 양식으로써, [후기 바로크 양식](late Baroque Style)이라고도 불리는 [로코코 양식(Rococo Style)]과 [신고전주의 양식](Neoclassical Style)에 앞서 나타난 예술 양식이다.  

- 유럽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이베리아 반도를 포함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바로크 양식]의 뒤를 이어 나타난 [로코코 양식]과 함께 18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 1730년대에 이르러서는, 18세기 중후반까지 프랑스와 중부 유럽에서 유행한 [로코코 양식] 또는 [로카유 양식](Rocaille Style)이라 불리는 훨씬 더 화려하고 다채로운 양식으로 발전하였다.   

  


[바로크]의 어원

[바로크](Baroque)라는 영어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남성형 명사인 baroque([baʀɔk])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프랑스어 사전에서 바로크의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이상한, 괴상 야릇한

2. 바로크의

3. 바로크 양식, 남성 명사(n.m.)로는 바로크 양식(바로크 풍, 앙리 4세-루이 13세 시대의 자유로운 스타일의 문학 풍조)


또한 학자에 따라서는 포르투갈어의 '흠이 있는 진주'(a flawed pearl)을 뜻하는 [바로코](barroco)라는 단어에서 유래하였다고도 보고 있으며, 이 견해는 1911년에 발간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1번째 개정판에 공식적으로 수록되었다. ("Baroque", Encyclopædia Britannica. 3 (11th edition.). 1911.)   


[바로크]라는 용어가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견해에 따르면 [르네상스 양식]으로 넘어오기 전까지 약 3세기 동안 중세 예술을 대표하던 양식인 [고딕 양식]에서의 [고딕](Gothic)이란 단어가, 비록 [고트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고트족적'이라는 경멸의 뜻을 그 어원에 담고 있는 것처럼, [바로크]라는 용어 또한 그러한 차원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바로크]라는 용어를 포르투갈어의 '흠이 있는 진주'를 나타내는 단어에서 온 것 또는 프랑스어의 '이상한 또는 괴상 야릇한'을 뜻하는 단어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은, 18세기 중후반에 와서 독일의 미술사학자인 [요한 빙켈만](Johan Joachim Winckelmann, 1717 – 1768)과 같은 [고전주의 양식]의 옹호론자들 눈에 [바로크 양식]은, '비례와 구도가 잘 맞지 않고, 과장과 왜곡으로 인해 조화와 가치를 잃어버려, [르네상스 양식]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퇴보시킨 양식’ 정도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크]의 개념적 해설과 논리적 확장

16세기경에 [바로크]라는 용어는,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를 떠나 ‘터무니없다고 할 만큼 지나치게 복잡한 것’을 묘사하는 특별한 단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미셸 드 몽타이뉴](Michel de Montaigne, 1533 – 1592)의 경우는 [바로크]를 "이상하고 쓸데없이 복잡하다."라는 개념과 연관 짓기도 하였다.  ("BAROQUE : Etymologie de BAROQUE". www.cnrtl.fr.) 


[로버트 빈센트](Robert Hudson Vincent)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의 자료들에서는 [바로크]를 마법, 복잡성, 혼란, 그리고 과잉과 연관시키고 있다. (Robert Hudson Vincent, "Baroco: The Logic of English Baroque Poetics".  Modern Language Quarterly, Volume 80, Issue 3 (September 2019))

[로버트 빈센트]의 이 연구에서는 [바로크]라는 용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서의 [삼단 논리](Syllogism)를 암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라틴어 연상 기호 단어(암기어, mnemonic word)인 [바로코(baroco)]에서 온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크 양식]과 [바로크]의 개념에 대한 또 다른 연구로는 스위스의 미술사학자(Art Historian)인 [뵐플린](Herinrich Wolfflin, 1864-1945)의 것을 들 수 있다. [뵐플른]은 1915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 <<미술사학 원론(Principles of Art History, 1915)>>에서 16세기와 17세기 사이에 형태(form)와 양식(style)에 있어서 예술적 시각의 본질에 변화를 보인 변천을 ‘인간 정신의 발전’으로 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고전주의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대비를 선線의 상태, 평면의 상태, 형식에서의 폐쇄와 개방, 다수성과 통일성, 명료성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5쌍의 반대 또는 대조되는 변천의 규칙(precepts)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1) 선線적인 것(객체의 투영된 관념화의 윤곽과 관련된 데생, 조형)에서 회화적으로(from Linear to Painterly) 변천

(2) 평면적인 것으로부터 심층적인 것으로(from Plane to Recession) 변천

(3) 폐쇄적인 형식에서 개방적인 형식으로(from Closed (tectonic) form to Open (a-tectonic) Form) 변천

(4) 다수성에서부터 통일성으로(from Multiplicity to Unity) 변천

(5) 주제의 절대적인 명료성에서부터 상대적인 명료성으로(from Absolute Clarity to Relative Clarity of the Subject) 변천


[바로크 양식]에 대한 [뵐플린]의 연구에 대한 이해는 "인간 정신이 발전함에 따라 예술적인 시각에 본질적인 변화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예술 양식 또한 변화하게 된다."는 것에서 그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의 연구가 지나치다 할 만큼 논리학적인 접근으로 인해, [바로크 양식]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크 양식]이 탄생하고 발전한 시대가,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와 문화 전반에 있어 인본주의 사상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되새긴다면, '인간의 정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예술적 시각의 본질적인 변화'에 중점을 둔 [뵐플린]의 연구가, 하나의 예술 양식에 이어지는 또 다른 예술 양식으로의 변화라는 게, 단지 예술의 형태와 양식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 자체가 더욱 성숙해져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