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베아트리체를 향한 연가 또는 이상한 세상의 단테
신곡, 베아트리체를 향한 연가 또는 <이상한 세상의 단테>
<신곡>은, 불과 스물 넷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를 향한 단테의 그리움을 담고 있는 ‘연가’의 일종이다. 연가임에는 분명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다른 연가들과는 다른 형태이기에 ‘단테 식의 사모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성의 유리면을 말갛게 닦고 문장과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신곡>은, 연인을 찾아 나선 단테의 환상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얼토당토 안 한 이상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원 제목은 <Alice in Wonderland>이다.)가 신기한 세상(Wonderland)에서 겪은 환상적인 경험을 담은 이야기이듯 <신곡>은 <이상한 세상의 단테>가 겪은, 어쩌면 겪기를 갈망하는, 환상적인 경험을 담고 있는 신기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에 <The Divine Comedy>이라는 제목보다는 <Dante in Wonderland>라는 제목이 <신곡>의 내용을 더 충실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신곡>은, 그것이 비록 단테 혼자만의 일방적인 사랑에 불과하였지만, 단테의 가슴을 일생동안 들끓게 만든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를 찾아가면서 겪은 일들을 문학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단테가 <신곡>을 집필할 당시 베아트리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기에 베아트리체를 찾아가는 단테의 걸음은 [저 세상]의 이곳저곳을 딛고 있다.
[저 세상]은, “오른다.”거나 “내린다.”라는 이 세상의 문장을 통해 표현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래서 단테의 여정에서는 확고한 방향성이 그려지다가도 문득 길을 잃은 것 같은 당황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저 세상]은 오직 인간의 상상력만으로 그려낼 수 있는 세상이다. 단테는 [저 세상]을 그의 환상과 상상력을 통해 문학적으로 담아내었다. 단테에게 있어 [저 세상]은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가 있는 곳이기에, 그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그곳이 어디이든, 지옥이든 연옥이든,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인해 단테의 <신곡>에 묘사된 저 세상은, 아름다운 베아트리체가 머물고 있는 신비로운 세상과, 단테가 살아간 중세시대의 종교적 상상력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신곡>을 탐닉하다 보면 앞에서 언급한 단테의 트라우마들 이외에도 또 다른 형태의 트라우마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베아트리체의 요절로 인한 ‘상실감’으로 인한 것이다. 상실감이 발현시킨 단테의 트라우마는 단테를 일말의 주저함 없이 [저 세상]으로 이끌었으며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무죄’에 대한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사실 ‘아름다운 여인은 무죄’라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있어 온 남자들만의 어리석은 믿음이다. “아름다운 여자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표현은 ‘아름다운 여인은 무죄’라는 오래된 믿음의 현대적 해석인 것이다. 단테는 거기에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은 무죄’라는 믿음으로 승화시켰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아름다운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단테의 상실감이 얼마나 깊었을지, 그 상실감이 단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를 상상해 볼 수 있게 된다. <신곡>은 이러한 단테만의 환상과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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