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th IQ를 읽으며...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간 홍콩에서 <공차>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약 700ml 정도의 버블 밀크티가 한화로 1500원, 더 작은 사이즈는 천원이 되지 않았다.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1평 남짓의 가게에서 <공차>를 팔았다. 큰 버블 밀크티 하나면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마시고 난 후에는 배가 든든했다. '아!!! 이거다.' 나는 대만 본사에 연락을 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공차 코리아를 계약했습니다. 한국에서의 모든 계약은 공차 코리아와 문의해주시길 바랍니다.'이런 답을 받았다. 아~ 한발 늦었구나.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고급화 전략으로 비싸게 팔리겠구나 싶었다. 그 후 대만과 홍콩에서 타피오카를 공수해 줄 수 있다는 지인의 권유에도 <공차>가 아니면 안 된다는 꽉 막힌 사고로 더 이상 시도를 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이주한 지인과 동업을 준비하면서 2번의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건강기능식품을 제조, 판매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제품 샘플링까지 마쳤지만, 어마어마한 검사비와 물류비 등에 더 진척을 시키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온라인 스쿨을 준비해서 3년 정도 운영을 했었다. 온라인 스쿨과 미국 현지 영어 캠프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준비해보았었다. 너무 좋은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2019년 말 아쉽게 마무리를 지었다. 동업한 지인과 우리가 조금만 더 버텼으면 코로나 시기에 수혜를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티파니 보바의 <Growth IQ>를 읽으면서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혹은 성장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들을 배울 수 있다.
그녀가 제시한 10가지의 성장 경로는 무수한 기업이 매출을 증가시킬 목적으로 사용해 검증을 받았고, 거대 다국적 기업, 소형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성장 전략을 배치하는 맥락과 계획의 결합과 순서이다. 왜냐하면 다른 기업의 성장 전략이 본인 기업에 통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기업의 사례를 보면서 어떤 성장 경로를 어떤 순서로 어떻게 결합했는지 파악하고 성장 달성 방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첫 번째 경로인 고객 경험에서는 셰이크 쉑(Shake shack)과 스타벅스를 다루고 있다. 한국에 상륙하여 서울 강남에 1호점이 생겼을 때 버거를 먹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있는 고객들의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셰이크쉑은 마케팅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음식의 질과 직원의 환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브랜드에 열광하는 고객을 확보했다.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전략도 갖추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기대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사 바리스타들에게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을 재교육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 7,000개가 넘는 매장의 문을 동시에 닫았다. 그날 6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매출은 놓쳤으나 고객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성공하였다. 내가 사는 도시에 '미즈 컨테이너'라는 음식점이 있다. 대학교 구매 식당에서 시작하여 도시 중심가에 위치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는 고객이 음식점을 들어가면 직원들이 환대를 하였고, 음식이 다 제공되었을 때, 직원과 고객이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그 후 이 곳은 현재 15개의 매장을 가진 전국 체인으로 성장하였다.
두 번째 경로는 고객층 침투 경로이다. 새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5~25배 더 비싸다고 한다. 충성 고객이 재구매할 가능성은 5배, 새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은 7배 된다고 한다. 예시로 레드불과 맥도널드를 다루고 있다. 지나치게 충성스러운 코카콜라와 펩시를 마시는 고객들에게 '에너지 드링크'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폭풍 성장을 하였다. 구매 가능성이 큰 소비자(장시간 근무하는 노동자, 트럭 운전자)를 구별하고, 스포츠 행사와 팀을 후원하고, 학생 브랜드 매너저와 소비자 교육자 등을 활용하여 고객층에 침투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체인인 맥도널드는 음식이 진부하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여기기 시작한 고객들에 의해 2004년부터 2014년 노쇠 징후를 보였다. 2016년부터 기존 고객들이 원하는 에그 맥 머핀을 포함한 올데이 브렉퍼스트 메뉴를 출시하면서 매출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경로는 시장 가속화 경로이다. 시장 가속화 경로는 완전히 새 제품을 새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존 제품을 새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 나스닥 상장을 한 어니스트 컴퍼니(The Honest Company)를 다루고 있다. 제시카 알바는 시중 세제를 사용했을 때 자신의 아이에게 발진이 생기는 것을 보고 무독성 가정용품만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을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구매하는 유아용품에 석유화학 물질과 합성향료가 함유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새내기 부모들에게 적중하였다. 기저귀와 유아용 물티슈 사업에서 시작하여 다목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네 번째부터 아홉 번째 경로에 대해서도 성공 사례 2개와 실패 사례 1가지를 책에서는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부분은 <Growth IQ>를 읽을 독자들에게 알아가는 재미를 남겨두기 위해 이야기를 생략하겠다. ^^;;;
열 번째 경로는 비인습적인 전략 경로이다. 선행을 해서 성장하는 기업들의 이야기이다. 탐스 슈즈(Toms Shoes)는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아르헨티나와 기타 개발도상국 아동들에게 새 신발 한 켤레를 무료로 제공한다. '일대일 기부 공식'을 바탕으로 설립된 탐스 슈즈는 빠른 시간에 상당한 규모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제품 판매 수익으로 시력 검사, 의료 서비스, 수술 등을 돕고, 개발도상국에 7,000만 켤레 이상의 신발과 17만 5,000주 동안 쓸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무료로 전달하고 있다. 레모네이드 보험(Lemonade Insurance)은 고객에게 보험에 처음 가입 할 때 자선 단체를 지목하라고 요청한다. 같은 자선 단체를 지목한 사람들의 보험료를 모아 단일 범주로 묶고 여기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고객이 선택한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 청구되지 않은 보험료를 '환원'이라는 명칭으로 사용사가 선택한 비영리 단체에 매년 기부를 한다.
나는 <Growth IQ>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성장 경로를 선택하고 배치했었으면 좋았을까?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코로나 19 이전에 쓰인 책이어서 출판 시점과 지금의 기업들의 주가를 비교하며 앞으로의 성장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성장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라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
(2021. 5. 23)
참고도서 <그로스 아이큐> 티파니 보바
사진출처 어니스트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