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포르투갈 포르투
이스탄불과 아테네를 거쳐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먼저 여행지로 넣은 포르투갈로 넘어갈 차례가 되었다. 포르투갈은 몇 년 전부터 매우 핫해진 유럽 여행지로, 한국 사람들에게 가고 싶은 유럽 국가로 굳건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포르투갈 친구가 사는 곳이라 애정이 가는 나라였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포르투갈은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곁다리로 가는 그런 나라였는데 이제는 포르투갈을 위해 스페인을 거쳐 갈 정도로 그 자체로 매력이 넘치는 나라가 되었다.
포르투갈보다 스페인이 유럽 여행지로는 먼저 유명했던 것 같다. 대학 시절 주변에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명한 유럽 도시인 파리나 런던을 갔다가 명성에 비해 실망을 하고 온 친구들이 왕왕 있었지만, 스페인은 항상 기대이상인 또 가고 싶은 나라라는 칭찬을 익히 들었었다. 날씨도 좋고 물가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다고 칭찬만 자자했던 스페인이었다. 그러다가 포르투갈이 스페인보다 더 물가도 저렴하고 예쁘다는 후기가 퍼지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호불호가 없는 실패 없는 유럽 여행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명성 때문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유럽 여행지에 가장 먼저 포함한 것도 있지만, 유럽에 유일하게 있는 친한 친구가 포르투갈 사람이라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한 달과 일주일이라는 유럽여행의 절반을 이 두 국가에 투자했다. 포르투갈에서는 포르투와 리스본 두 도시를 선택했는데, 포르투는 특히나 요즘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도루강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포트와인 와이너리가 유명하다. 또한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JK 롤링이 영어 선생님으로 지내면서 해리포터를 집필한 곳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늦은 시간 포르투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철도를 타고 포르투 시내로 향했다. 아테네에서 조금 편하게 가고자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를 탔다가 사기를 당하고 나서는 웬만하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음의 안정을 위해 대중교통을 사수했다. 포르투 공항 철도는 매우 편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이제야 이스탄불과 아테네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한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포르투가 한국인에게 핫한 여행지라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설렘보다는 여행의 피곤함으로 찌들어서 얼른 숙소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 도착한 포르투 시내는 고요하지만 매우 아름다웠다. 탁 트인 광장과 걸어가는 길에 깔려있는 예쁜 돌길이 진짜 아기자기하고 예쁜 유럽에 온 느낌을 가지게 했다. 10kg 배낭의 무게와 여행의 피곤함도 잊고 포르투 시내에 나서자마자 예쁘다란 소리만 반복하며 흥분 상태에 이르렀다. 깜깜해서 가로등불밖에 없는 거리였지만 그것조차 왜 이렇게 예뻤는지 모르겠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도 예뻤고, 모자이크처럼 작은 돌들로 메워진 보도블록도 예뻤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모두 예뻤다. 예쁘고, 예뻤고, 예쁘기만 했다.
그런데 조용하고 한적한 거리를 걸어가다가 숙소가 있는 건물에 다다르자 내 눈을 의심했다. 조용했던 거리와 너무 대비되게 왁자지껄한 청춘들이 가득한 유흥 거리가 나왔고 그 거리 한가운데에 숙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술집과 사람들로 꽉 찬 거리였다. 진짜 그 거리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가 숙소였다. 그래도 창문을 닫으면 외부 소리가 많이 차단된다는 위안을 가지며 포르투의 첫 밤이 저물었다. 며칠 뒤 포르투 최대 축제인 상 주앙 데이에는 이 창문의 방음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포르투의 예쁨에 취해 잠이 들었다.
포르투의 첫 아침, 마지막으로 남은 소중한 컵라면을 먹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침부터 생수를 사기 위해 혼자 밖에 나섰다. 하지만 아침 댓바람부터 문을 여는 가게는 거의 없었다. 포르투갈의 하루는 다소 늦게 시작하는 것 같았다. 생수를 구해야 한다는 걱정과 상반되게 아침 햇살과 함께 바라본 포르투는 너무 아름다웠다. 색색깔 타일들로 아름답게 장식된 건물의 외관 하며,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가게들, 고풍스러운 성당까지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걷다가 발견한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렐루서점은 숙소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명성과 함께 조앤 JK 롤링이 해리포터의 영감을 받았다는 바로 그 서점이었다.
생수를 사기 위한 짧은 외출이었지만 그 사이에 너무나 아름다운 포르투의 모습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앞으로 포르투에서 있을 5일이 너무나 기대되었다. 포르투는 도루강 하구 언덕에 펼쳐져 있는 도시로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붉은 지붕의 건물들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는 곳이다. 대체 포르투갈 사람들은 건물 외벽을 화려한 아줄레주로 꾸밀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지, 거리를 걷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들의 미적 감각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곳, 바로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럽지만 동화스러운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포르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