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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돌 Jul 17. 2024

소년의 눈물

나도 한 때는 그랬다.

어제 내 담당 청소년이 찾아왔다. 정확히는 활동실에 들어가서 울고 있었다. 평일에 2번 화요일, 금요일에 워낙 성실하게 동아리 활동을 잘하는 친구였기에 오늘은 혼자 왔구나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울고 있었다.


처음 발견한 것은 그 동아리 활동을 많이 도와주던 선생님, 들어가서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조금 혼자 두고 이후에 말을 걸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30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활동실에 들어가 혼자 울고 있던 친구의 옆에 앉았다.



무슨 일이에요?


옆에서 꺼낸 첫마디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있던 친구는 내 첫마디에 대답을 하려다 다시 눈물이 차올라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말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되는 일은 있었다. 3명의 부원 중 제일 열정적이었던 부장, 마음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부원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까지.



나도 고등학교, 특히 남자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엇비슷한 경험을 통한 갈등과 성장을 경험했었기에 이 소년의 고충에 동감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상이 적중했다. 소년의 뜻대로 따라오지 않는 부원의 태도를 지적했고, 오고 가는 험한 말속에 결국 동아리활동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 선언했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완성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동안 쌓인 양가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우선,  감정의 전환이다.



먼저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정의 전환을 통한 분위기 환기를 노렸다.


시작은 MBTI,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전 소년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ENTP란다. 외향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이성적이고, 즉흥적인 개인적으로 나랑 제일 안 맞는 MBTI였다.


고등학교 친구 중 ENTP의 전형적인 유형을 가지고 있어 정말 친하지만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ENTP의 특징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덧붙여  자존심에 세서 잘 울지 않냐는 질문에 소년은


피식 웃었다.


됐다! 이젠 다음 단계다.




다음은, 직면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친구의 말에 화가 난 것인지, 제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것이 속상한 것인지, 향후 활동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단계에 따라 천천히 물었다.


처음엔 그 친구의 태도에 화가 난 것 같았다는 소년은 이내, 지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험 기간은 자신이 배려해서 시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나무라지 않았지만, 시험이 끝난 지금 시점에 각종 게임을 하며 시간 투자를 하는 것이 아깝다는 말만 하는 것이 화가 났다는 것이다.


비단 근래에만 보이는 태도가 아니라 작년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보였던 태도에 상하는 감정이 쌓였고 그것이 폭발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말하는 중간중간 눈물을 보였다. 눈물은 정화의 효과가 있기에,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등을 쓸어주며 기다렸다.




공감, 위로, 격려


이야기를 들려준 소년에게 해줄 말을 고민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와 함께 소논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친구가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 속상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통해 배운 교훈, 결국 지나가고 성장할 것이라는 위로와 격려


비단 고등학교 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대학 조별과제, 직장생활 중 업무를 하며 느끼는 감정 등 수없이 많은 풍파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조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시간은 흘러갔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1. 그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2. 그 친구를 제외하고 남은 두 명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 여기서 그만둔다.


대략 세 가지의 방향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은 당연히도 그 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 친구와 함께 어떤 일이든 일궈냈을 때 좋은 점은 성취감을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라 벅찬 감정과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는 것 등을 이야기해 줬다.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며, 다시 등을 쓸어주었다.


엄청 힘들어도, 그 순간을 통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을 알기에 내 역할은 여기까지임을 알고 조용히 활동실을 나왔다.




이야기 도중 평소 알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해 많이 들었다.


스카우트 대원으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청소년 활동 경험이 있다는 것.


앞으로의 향후 활동 계획까지


그 외로는 '청소년지도사'가 참 좋은 직업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관심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웃어넘기더라


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작업'은 많은 시간의 누적을 요구하며


정성과 진심 등 추상적이지만 필수적인 요소들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1년 간 봐왔지만 오늘은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인 소년을 통해


과거의 상처받고 힘들어하던 내가 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성장의 발판이었음을 이제는 알고 있기에


공감 안 되는 지도사의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힌트를 주고 싶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소년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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