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은 어느덧 방영한 지 6년을 넘기며 MBC의 간판 예능 대열에 올랐다. 포맷이 해외로 수출되며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리메이크되었다는 성과 또한 보이고 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복면으로 감추는 것. 더 나아가 올 추석에는 복면 안에서 ‘전 국민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스핀오프가 등장했다. MBC와 프랑스 ‘Herve Hubert’의 공동 개발로 지난 추석 이틀에 걸쳐 방영된 <더 마스크드 탤런트>. <복면가왕>과는 어떻게 달랐는지, 그리고 스핀오프로서 새로운 재미를 주었는지 분석해보았다.
+: 새로웠던 점
코로나 상황과 함께 ‘비대면’이라면 뭐든 떠올랐다는 사실은 이제 익숙하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메타버스가 직접적으로 등장한 것은 매우 신선했다.
<더 마스크드 탤런트>에서는 많은 청중들이 실제로 무대를 보러 모이는 대신 메타버스로 모였다. 그들의 소감이나 감정을 메타버스 속 캐릭터를 통해 표현했고, 두 복면 가수 중 더 좋았던 무대를 판정하기도 했다. 너무 갑작스럽거나 낯설지만은 않게 가상현실 생활을 판정단의 역할로 함께 녹여내어 소소한 볼거리가 되어 주었다.
<더 마스크드 탤런트>에는 다양한 복면 가수가 등장했다. 복면을 쓴 그들의 노래 실력은 매우 탁월했다. 가창력 면에서 <복면가왕> 속 연예인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다. ‘질 좋은 노래’를 듣고 싶은 시청자에게 이를 충족시켜주면서도, 노래하고 싶던 일반인들과 그들의 서사가 <복면가왕>보다도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만들어주었다.
음악을 ‘하는’ 이들에 비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훨씬 많다. 오랜 연차의 가수인 패널 김연우 역시 음악을 업으로 하는 것에 따르는 어려움을 언급하고, 노래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잠재운 채 지내온 여러 이야기에 공감을 표했다. 도전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복면 가수는 더 이상 유명 스타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라는 <더 마스크드 탤런트>의 모집 문구처럼, 음악은 내뱉고, 듣고, 함께 즐기기에 좋은 쉬운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면가왕>과 가장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자신의 정체성에 쌓인 짐을 던다면 누구나 노래할 수 있다는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주었다는 것이었다.
-: 아쉬웠던 점
<복면가왕>에서 배출한 가장 큰 밈(meme) 또는 짤(짤방;이미지)은 역시 ‘상상도 못 한 정체’이다.
그리고 이 짤 하나는 <복면가왕>의 정체성을 매우 잘 드러낸다. ‘정체가 무엇일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 그리고 복면을 벗고 누가 등장하더라도 모든 패널들이 ‘상상도 못 한 정체’라는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진부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더 마스크드 탤런트>에서도 ‘어떤 사람인가?’란 추측을 풀어가는 모습이 <복면가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비슷한 한계를 보였다.
결국 패널들은 노래를 듣기 전후로 복면 가수들의 나이와 직업에 대해 추론했다. 그리고 흐름은 결국 반복적이었다. “목소리와 반전인 나이이다” 또는 “일반인, 전혀 다른 직군 종사자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다니!”라는 결론이 패턴처럼 등장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들의 꾸준한 등장은 10년 이상 지속되었다. 게다가 그 안에서 트로트나 아이돌 선발 경쟁 프로그램처럼 장르 세분화까지 되며 유행을 몇 차례 탔다. 이제는 시청자들은 누가, 언제 깜짝 놀랄 만한 노래 실력을 가지고 나와도 놀라지 않는다. 처음엔 반전이었던 결론도 지금은 예상 가능한 뻔한 흐름이 되었다. 빗발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 사이에서 이 모습의 반복은 다소 진부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노래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창력이나 목소리이다. 그러나 대개는 그 밖의 것들도 함께 무대를 만든다. 현란한 퍼포먼스가 가미되는 무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부르는 이의 표정에서부터 그가 가진 인간적인 서사 또한 노래의 표현력이 되어 다가온다. 복면이라는 장치는 그것들을 잠시 지워준다. 부르는 이에게 편견, 불공정 같은 단어를 지워주어 오로지 목소리와 가창력에 대한 긴장만을 남겨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보면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시청자에게는 그만큼 심심해진 무대라는 점이다. 복면으로 인해 오로지 목소리만이 남았을 때, <복면가왕>에서는 ‘내가 아는 가수가/배우가/또는 누군가가 나올까’라는 궁금증으로 그 공백을 채웠다. 이를 이을 수 없는 <더 마스크드 탤런트>에서는 <복면가왕>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양념이 무대에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일반인 출연자이더라도 정체가 궁금하다는 전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편견을 버리고 노래를 들어본다’는 점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진부하고 비슷한 가창력 뽐내기 무대로 느껴지기도 했다. VCR에서 도전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노래에 대한 소중한 서사를 자신의 복면과 더 잘 엮어준다거나, 조금 더 보고 듣는 이들이 따분함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디테일한 무대 연출이 가미되었다면 복면의 역할을 되려 살릴 수 있었을 듯했다.
이미 ‘경연의 민족’으로 불려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많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 사이 등장한 <더 마스크드 탤런트>. 편견을 벗는다는 취지 속 흥행한 <복면가왕>과 비슷하고도 다른 진부함을 여전히 찾을 수 있었다. 동시에, 독특한 재미 여부를 떠나 노래하고 싶은 다양한 ‘비(非)노래인’이 무대에 올라온 것은 유의미했다. 복면 속에서 부담을 덜고 오랜 꿈을 펼치는 모습은 소중했기에 다음 스핀오프에서는 시청자에게 역시 다채롭게 느껴지는 복면 무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