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1화 리뷰
만약에 제주도 여행 이벤트에 당첨됐어. 근데 이제 헤어진 애인이랑 신청한.. 갈래 말래?
이 드라마는 밸런스 게임 문제로 딱인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하송이와 박도겸은 갓 헤어진 연인이다. 게다가 쌍방으로 서로에게 뒤돌아선 게 아니라, 하송이(방민아 배우)는 이별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 ‘사귈 거냐 말 거냐’가 아니라 ‘헤어질 거냐 말 거냐’로 출발하는 이야기라니, 조금은 더 뒤가 궁금해지는 시작이었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는 MBC 2020년 드라마 극본 당선작이다. 공모전 당선작들이 최근 보여준 신선함을 이 드라마도 이어줄지 시청자들은 기대의 눈으로 지켜볼 듯하다. 1화에서는 두 사람이 여행에 갈지 말지부터, 이 여행이 이별 여행이 될지 극복의 여행이 될지에 대한 의문을 빠른 템포로 제시해주었다.
그런데 한 회가 끝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보다도 “아, 제주도 가고 싶다!”였다. 즉 화면에 대한 만족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쾌한 여름 느낌이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첫 화에서는 제주에 가기 전부터 이미 제주도 같은 청량함을 연출해 보여주었다. 송이는 정원사로 일하고 있고, 송이의 집 역시 다양한 색깔로 가득 차 있다. 독특하면서도 서로 조화로운 배경과 소품들이 공들인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다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들이 제주에 도착한 후는 더 그랬다. 여행이 어려운 시국에 더 간절한 싱그럽고, 생동감 있는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화면의 연속이었다. 이야기만큼, 그들이 제주도에 있는 이상 볼거리도 계속 기대되는 드라마이다.
또, 역시 연출만으로 그림이 완성되어 있으니 스토리를 좀 더 지지해주는 효과도 있는 듯하다. <이벤트를 확인하세요> 연출 속의 상쾌한 제주는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도, 이별 여행이 되어도, 서브 남주와의 새 이야기가 시작되더라도 꽤 괜찮은 곳이다. 이미 주인공들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름다우니, 헤어지면 헤어지는 대로 아련한 여름의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적어도 시청자에게는 ‘재결합 안 해서 찜찜한, 결말 때문에 다시 안 볼’ 드라마가 아니라 ‘헤어졌지만.. 아름다운 여름이었다.’로 남을 테니 말이다.
특히 색감이 하는 역할이 하나 더 있다. 하송이와 박도겸(권화운 배우)이 가진 색채가 아주 뚜렷하게 대비된다는 점이다.
아직 이 연애를 생동감 있게 이어가고 싶은 하송이의 메인 컬러는 쨍한 주황이다. 송이의 공간은 늘 푸릇푸릇하고, 적어도 10가지 이상의 색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송이가 찾아가는 박도겸은 늘 탁한 초록의 옷을 입고 있다. 게다가 도겸의 공간은 역시나 다운된 톤으로 통일되어 있다. 송이에게 끊임없이 등을 돌리고 있는 박도겸은 이미 감정의 색을 잃은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제주도에서는 또 상황이 달라진다. 아마 억지로 간 제주도 커플 여행, 억지로 ‘송이 색’을 입은 박도겸이 보인다. 이후에는 여행 전에 입던 탁한 톤의 옷이 아니라 비비드한 파란색 옷을 입은 도겸은 송이의 신발끈을 묶어주며, 단호했던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색감으로도 주목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신선하게 시작한 첫 화를 보고 떠올린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그 첫 번째는 바로 두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다. 1화에서는 세 커플의 패키지여행인 만큼 나이대의 차이로 각 커플들의 개성을 보여주었다. 계속해서 SNS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여행하던 효정(남규희 배우)과 종호(이진혁 배우)는 카메라가 꺼진 후엔 살벌하게 투닥대는 연기를 실감 나게 보여주어 몰입도를 높였다. 첫 화부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인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가 기대된다.
이들뿐 아니라 ‘서브 남주’로 등장한 여행 가이드 서지강(안우연 배우)의 역할에도 주목해볼 수 있다. 여행과 지강의 시너지로 송이가 변화를 보일지, 또는 헤어지자면서도 사연이 있어 보였던 도겸이 변할지도 궁금해진 첫 화의 마무리였다.
두 번째로는 4부작의 짧은 드라마인 만큼, 현실감을 잃지 않고 달릴지도 궁금하다. 4회 만에 이야기를 완성하려면, 매 회차마다 전개가 매우 빨라야만 한다. 때문인지 첫 화에는 여행 가이드인 지강이 송이를 따라 버스에서 내려버리는 장면처럼 조금은 몰입이 깨지는 순간도 있어 아쉬웠다. 남은 회차를 통해서는 전개 속도와 스토리의 견고함 사이 균형을 맞추며, 짧지만 탄탄한 드라마로 4회까지 완성되기를 바라며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