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직장인으로 번아웃이 올 때 대처하는 법
을 정리한 글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2D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로 집을 자주 비우셨고, 첫째였던 제가 집에 혼자 있을 것을 걱정해서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빌려주시곤 하셨었는데요.
꼬마 자동차 붕붕, 호호 아줌마, 흙흙꼭두장군 등
어렸을 적 혼자 있었던 저의 시간을 함께해 준 친구들이 있었죠.
처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를 잊지 못해요.
일요일 오전에 디즈니 만화동산을 했었는데요.
일주일 내내 그 시간만을 기다려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은 가진 것이 훨씬 많지만 그런 설렘을 느낄 순간이 별로 없는 게 아쉬워요.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고대하는, 사람들 마음에 연료가 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결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왔고, 목표가 있어서 그런지 밤샘 작업도 박봉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잠이 들 때면 내일은 이렇게 해봐야지. 저렇게 하면 좀 더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고민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아침 해가 뜨는 걸 보면서 납품을 했을 때도
처음 기획 작품에 참여했을 때도 부족했지만 채워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10년 차쯤 되니 이제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게 돼요.
이제 내 옆에 뭐가 남았을까..
함께 시작했던 동기는 다 사라졌어요.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사회의 일원이 되어서 활동하고 있죠.
어떻게 보면 실력을 인정받아서 어느새 회사에서도 관리자의 위치에 있어요.
아직도 갈 길이 먼데 10년쯤 되니 좀 지치기는 해요.
회사에 가기 싫어서 아침에 미적거리며 침대에 머물거나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게 느껴지거나
주말만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거나
남들이 보기엔 조금 소소하더라도
방전된 배터리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충전기를 꽂아둬둬 더 빠르게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
이럴 때 저만의 처방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평소에 먹기 주저했던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저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ost를 듣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감동받았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그래 다시 한번 잘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평소에 당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자제하는 편인데 좋아하는 것을 먹습니다.
반야심경 리믹스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땀을 냅니다.
등산을 하든 사우나를 가든 무작정 걷든 지금 환경에서 벗어나서 땀을 냅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를 미리 걱정하여 안 좋은 결말들을 상상했던 뇌가
지금 숨 쉬고 있는 현재로 돌아와요.
지금 들이마시고 있는 숨, 아픈 다리, 콧등에 맺히는 땀에 집중하게 됩니다.
특히 등산은 한 발짝 한 발짝이 모여서 어느 순간 정상에 닿으면 인생이랑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매일 걷는 한 발짝 한 발짝이 지겹고 아무 의미가 없는 거 같아도
구불구불 산을 걷다 보면 정상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에게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세 번째,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합니다.
번아웃이 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왜 이렇게 되지 않을까'에 너무 집중해서 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내 맘같이 않은 사회, 사람, 사랑, 미래 같은 거요.
그럴 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헤아려보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적어봅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부터 한 번 해봅니다.
작은 것 하나에 성취를 느끼면 그다음에 조금 더 큰 것, 그다음 조금 더 큰 것을 해봅니다.
내가 오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요.
내가 오늘을 행복하기로 선택합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환경에서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아요.
저 사람만 바뀐다면 행복하겠지, 이런 환경만 바꾸니다 면 행복하겠지 하고
전제를 내가 바꿀 수 없는 외부에 둔다면 내 행복은 항상 외부에 흔들리게 됩니다.
네 번째, 그냥 삽니다.
삶에 꼭 의미가 없어도 괜찮아요. 저희도 주워졌기 때문에 그냥 사는 거예요.
부자가 되지 않더라도 성공하지 않더라도 그냥 오늘 살아있는데 의미가 있어요.
가끔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하고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칩니다. 인생에 태풍이 불고 홍수가 나서 내 모든 것을 쓸어내립니다.
다만, 언젠가는 다시 해가 떠요. 평생 비만 오지 않아요.
이 파도를 이기려 하지 말고 그냥 넘어졌다. 망했다. 슬프다. 아프다. 이 감정을 인정해버려요.
그리고 이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누워있어도 괜찮아요.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걸 알 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위로가 될 때도 있어요.
한국 사회를 살면서 현재,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는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내가 선택한 삶보다는 다른 사람이 좋다는 삶을 살아오는 사람이 많죠.
하지만 tv나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는 걸 나이가 들수록 느끼고,
또 더 이상 인생이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때가 있죠.
하지만 기대, 희망, 행복, 사랑은 모두 허락받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모두 공짜랍니다.
여러분이 맘껏 다가올 날들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