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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대리 Jul 05. 2023

너를 좀 더 꽉 안아줘야지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유

"우리는 매일 태어나는 것인가 매일 죽어가는 것인가"


십여년 전 논술 선생님이 던졌던 저 질문에 나는 고작 고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죽어가고 있다 답했다.

때이른 비관주의자도 아니였고, 세상을 향한 염세주의자도 아니었지만 심오한 질문에 나는 퍽 쉽게 웃으며 대답했다.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도 지나가는 누군가가 묻는다면 여지없이 나는 매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두려움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지만 나에게 생이란  죽음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하루하루 내가 가진 성냥개비들을 태워가며 소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죽음은 늘 가까이 있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 죽음이라는 두려움은 망각으로 잊혀진다. 이런 두려움마저 잊지 못한다면

불안함에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항상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는 생의 소중함을 처절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이 무한한 듯 생을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저주하고 욕하고, 분노하면서도 웃고 울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후회하고 절망할 수도 있고, 용감했을 수도 정의로웠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무한한 듯 생을 살아가다 문득 생의 유한함을 떠올리며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꽉 끌어안는 순간들이 있다.


이 삶의 끝이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게 되면 나는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할 수 있는 한 아주 힘껏 껴앉는다.

그 사람과 그 순간의 향기와 온도를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모든 감각을 곤두세운다. 그 날의 날씨 온도, 습도까지 모두 추억에 새기기 위해

온 몸의 감각을 곤두 세우고 되감고 곱씹는다.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가 가진 에너지를 부정적인 곳에만 쓰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나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이 바스라질까 싶어 날을 세웠던 순간을 다시 잠재운다.


아, 나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구나. 우리는 매일 죽어가고 있는 것일테니까

그러니 내 앞에 너를, 나를 좀 더 꽉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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