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선덕여왕>, <해를 품은 달> 그리고 <옷소매 붉은 끝동>
<다모>, <대장금>, <주몽>, <이산>, <동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MBC에서 방영된 사극이라는 것이다. MBC는 본래 명실상부 사극 최고였다. 아쉽게도 2010년대 후반부터 MBC를 비롯한 모든 사극이 부진했다. 언제부터인가 사극은 돈 많이 드는 ‘노잼’ 공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사극에는 현대극에선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신분을 뛰어넘는 주인공의 성장, 어린 시절부터 얽힌 인연, 뚜렷한 인과응보, 전통의 미 등이 있다.
MBC는 올해 하반기 <옷소매 붉은 끝동> 방영을 앞두고 있다. MBC는 과연 이전처럼 명성을 떨칠 수 있을까? 또, 다시 사극 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옷소매 붉은 끝동> 방영 전에 MBC 사극의 명성을 다시 떠올리며 사극의 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인연과 성장의 서사가 잘 어우러진, 대장금(2003)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OST가 유명했던 드라마 <대장금>. 장금이가 태어나기 전 장금이의 어머니가 수라간 나인 시절이었던 시절부터 장금이가 최고상궁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았다. 무려 54회에 걸쳐 방영되어, 지금의 드라마 속도와는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금이 태어나기 전 악연을 장금이의 성장과 함께 잘 풀어내 재미와 긴박감을 잃지 않는 드라마다.
장금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수라간으로 들어간다. 천박하다며 같은 나인들 사이에서도 차별을 받지만, 뛰어난 미각으로 수라간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장금이의 재능을 잘 보여주던 대사가 바로 그 유명한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났다 했는데…”다. 장금은 한상궁 밑에서 일을 배운다. 최고상궁을 두고 한상궁과 최상궁이 경합을 벌이던 날, 최상궁의 계략에 납치된 한상궁을 대신해 장금이는 최상궁과 경합을 펼친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산딸기로 승리한 장금이 덕에 한상궁은 최고상궁이 된다. 장금은 어머니가 한상궁의 절친이었다는 것, 한상궁은 자신의 절친 명이의 딸이 장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둘 사이는 더욱 애틋해진다. 그러나, 최상궁의 계략으로 한상궁은 유배를 가다가 건강을 잃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장금 역시 제주도로 유배를 떠나게 되지만, 의술을 배워 궁궐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병에 든 왕을 치료해 죽은 어머니와 한상궁의 명예를 찾고, 자신의 꿈이자 어머니의 꿈이었던 최고상궁에 오르게 된다.
최상궁이 질긴 악연을 회상하며 발을 헛디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있다. 어린 시절과 대비되어 피 한 방울 보이지 않고도 비극이 극대화되어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자극적인 소재와 폭력적인 장면으로 비극을 말하는 최근 드라마와는 대조된다.
매력 있는 주조연 캐릭터들의 활약, 선덕여왕(2009)
<선덕여왕>은 신라를 배경으로 덕만이라는 여성이 왕이 되는 일대기를 다룬다. 배우 이요원은 남장을 소화하기도 하고, 위엄 있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미실’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배우 고현정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비담’ 역시 그랬다. 남자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배우 김남길은 비담을 연기하면서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선덕여왕>은 주연 배우와 작가가 모두 MBC 연기대상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MBC 시상식뿐만 아니라 백상 예술대상에서 배우 고현정이 TV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미실’이란 캐릭터가 얼마나 인기 많았는지 입증했다.
덕만은 쌍둥이 중 동생으로 태어나지만, ‘쌍둥이가 태어나면 왕족이 멸망한다’는 황실의 예언에 따라 버려진다. 진흥왕이 죽고 실세가 된 미실은 덕만을 죽이려 했지만, 찾지 못해 실패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덕만은 10대가 된다. 덕만은 우연히 자신의 쌍둥이 언니 천명공주와 동행하며 관계를 이어 나간다. 덕만은 남장을 하고 화랑으로 들어가 천명의 측근이 되지만, 자신이 쌍둥이 동생임을 알고 화가 될까 떠난다. 미실이 덕만의 정체를 눈치채고 쫓는 과정에서 천명이 죽고 신라를 떠나던 덕만은 각성한다. 그리고 신라로 돌아와 미실을 무너뜨리고 신라의 왕이 되려 한다.
미실이 악역 중 손에 꼽히는 악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왕이 되지 못한 이유는 덕만이 남긴 명대사에 있다.
“공주 덕만은 혼인하지 않고 스스로 신국의 후계를 이을 부군이 되려 합니다.”
이때 덕만의 선언을 듣던 미실은 그동안 자신만만했던 그녀의 얼굴에서 볼 수 없었던 표정을 한다. 배우 고현정이 그 찰나를 잘 살려 기억에 남는다.
원작과 아역의 화제성 갑, 해를 품은 달(2012)
사극 로맨스 소설로 유명한 정은궐 작가의 ‘해를 품은 달’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액받이 무녀 ‘월’의 로맨스를 다루었다. 지금은 주연이 되어버린 배우 김유정, 김소현, 여진구가 아역으로 나와 열연해 화제성이 높았다. “잊으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라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명대사뿐만 아니라, OST ‘시간을 거슬러’도 많은 인기를 끌어 모든 게 핫했던 드라마였다.
어린 시절의 이훤과 연우는 우연한 계기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왕세자였던 이훤의 정혼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세자빈 간택에서 최종으로 뽑힌 연우는 세자빈이 된다. 그러나, 외척세력의 계략으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그리고 이훤을 좋아하던 보경이 세자빈이 된다. 무녀 녹영은 연우를 차마 죽일 수 없어 약을 먹인다. 죽은 줄 알았던 연우는 살게 되지만 기억도 동시에 잃는다. 그렇게 연우는 무녀로 살아가게 된다. 훗날, 왕이 된 이훤은 누군가의 계략으로 건강에 이상을 느끼자 액받이 무녀를 들이는데, ‘월’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연우가 액받이 무녀로 이훤의 곁을 지킨다. 이훤은 연우를 찾기 위해 외척세력과 맞서며 왕권을 지키고 연우를 다시 중전으로 맞이한다.
그 당시, 드라마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아역, 배우 김수현의 풋풋한 마스크와 몰입력 높은 연기력에 다른 주조연 배우들은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연우 죽음에 관여했지만 그래도 사랑을 택할 거라고 말하는 민화공주(배우 남보라)의 눈물 연기가 이목을 끌었다. 또한, 서브 남주였던 양명이 이훤을 돕다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시청자에게 ‘서브병’을 안기고 눈물 속에서 퇴장했다.
그리고 MBC 기대작, 옷소매 붉은 끝동(2021)
MBC가 오랜만에 사극을 준비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대장금>에서 대장금의 라이벌 금영의 아역으로 나온 이세영과 2PM 준호가 주연을 맡는다. 의빈 성씨 덕임과 조선시대 정조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덕임은 자유로운 삶을 원하고, 정조는 나라가 일 순위인 캐릭터로 나온다. 지향점이 다른 둘의 로맨스가 어떻게 진행될까? MBC가 사극의 명가라는 타이틀을 <옷소매 붉은 끝동>과 함께 다시 거머쥘 것이라 기대해본다. <검은 태양> 후속으로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