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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나 Guna Aug 20. 2022

다시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었다 (태국 여행 3편)

ft. 방콕에서의 오마카세 & 짜뚜작 시장


이전 에피소드: https://brunch.co.kr/@d5e937fde430458/12


나와 동생의 방콕에서의 마지막 메인 식사는

오마카세였다.


왜 태국까지 가서 굳이 오마카세를 먹지? 푸팟퐁 커리, 똠양꿍을 냅두고?


이전 편을 구독하신 독자님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나는 여행에는 정답이 없다는 최대치를 이 여행에서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찾아보자면, 태국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해산물을 구할 수 있고, 생각보다 수준 높은 일식점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어디서 먹을까를 고민하던 와중,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양을 고려하여, 호텔 내부의 일식당에서 점심 식사용으로 준비하는 세미 오마카세를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호텔에서 대부분을 해결하려는 계획이긴 했지만, 실현을 해보니 숙소를 정말 잘 선택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오마카세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하는 동시에 노쇼를 방지하기 위하여, 디파짓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가 머무는 호텔의 경우 디파짓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의 큰 장점이었다. 때문에 하루 전에 예약을 하고도 오마카세를 이용할 수 있었다.


동생의 경우, 오마카세가 처음이었고, 나도 방콕에서의 오마카세라는 이색적인 경험에 기대와 흥분이 되었다.

호텔 내부의 시그니처 인테리어인 작은 연못을 따라 걷다 보면 독립적인 공간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우리가 오마카세를 경험할 곳이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목조 건축물이 오마카세 레스토랑이다)


깨끗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모습을 눈에 정성스럽게 담으며, 착석하였다.



깔끔하게 차려입는 셰프가 나와서 오늘의 요리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며, 곧바로 에피타이저가 서빙되었다. 미끄덩거리면서 약간 비릿한 맛이 감도는 차가운 에피타이저였는데, 생각보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첫 스시. 역시 첫 스시가 기대감이 있어서인가. 적당한 온도의 밥과 신선한 생선의 맛의 조화였다.


독일에 살면서 이렇게 좋은 퀄리티의 스시는 먹어 본 지 오래였는데 (뒤셀도르프의 Yabese를 제외하고는), 입안에서 생선살이 녹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의 맛과 향이 자꾸만 떠오른다. 날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동생의 입맛에도 꽤 맞았는지, 이어 줄줄이 나오는 음식들도 하나같이 훌륭했고 맛있었다.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며, 하나둘씩 넘기다 보니, 금방 디저트까지 오게 되었다. 사실 중간에 배가 불렀지만, 이렇게 맛있는 스시는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배부른 상태에서도 기분 좋게 계속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족한 동생의 얼굴을 보니, 오마카세를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데서 좋은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호텔방에서 뒹굴고 있으니, 뭔가 이 더운 날씨를 이기고 관광을 한 군데 정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 결과, 우리는 택시를 타고 짜뚜작 시장으로 향하였다. 기념품도 사고, 우리가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길거리 음식도 하나 정도 먹어보기로 하였다. 짜뚜짝 시장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혼잡하고 교통 체증이 심한듯하였다. 도착하고 내리자마자, 우리는 '아…. 역시 호텔에 있을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장의 규모에 놀랐다. 도저히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각종 공예품, 옷, 먹거리가 즐비했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나도 저렴하였다.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는 동생의 체력을 고려하여, 우리는 미리 쇼핑하기로 계획한 것들만 재빠르게 스캔하였다. 동생은 핸드메이드 코스터와 팔찌를 구매하였고, 인터넷에 있는 정보대로 소심하지만 단호하게 물건 가격을 깎는 재미를 느끼며 쇼핑을 하였다. 나의 경우, 동남아 스타일의 시원한 여름 원피스를 두 벌 정도 구매하였고, 추가로 라탄 스타일의 작은 핸드백을 사고자 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오늘 향하는 크라비에서 살 것을 기약하며 한 발 물러났다.


장난이 아닌 더위 속에서 극심하게 저하되는 체력을 느끼며, 동생과 바나나 전병 하나를 테이크 아웃하여 숙소로 돌아오고자 했다. 시장 주변이어서 택시 잡기가 힘들어, 환승을 감수하고 한 번 대중교통을 타보기로 하였다. 생각보다 환승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땀내 나는 지하철은 그다지 쾌적한 환경이 아니었고, BTS에서 내리자마자 숙소로 오는 길에 비가 쏟아져, 편의점에서 잠시 비를 피하였다.



분명, 온몸이 끈적거리고, 더위에 지치는 상황이었지만,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의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잠시 비를 피하며 비 내리는 방콕의 모습도 감상하고, 축축해진 옷은 시원한 호텔방에서 깨끗이 씻고 나오면 금방 말라있을 것이니.


숙소에 돌아와서 깨끗이 씻고 짐을 정리하니, 동생은 벌써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내가 독일로 떠났던 이후부터 늘 반복되던 만남과 이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이별은 더욱이 서럽고 아쉬웠다. 독일에서 혼자 힘든 시간을 겪으며, 내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던 탓일까.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은데, 자꾸 아쉬워서 동생을 한 번 더 불러보고, 몇 번이나 다음 만남을 기약하였다.


그렇게 동생이 떠나고 공항에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무렵, 크라비를 함께 동행하기로 한 나의 친구가 도착하였다.


 다른 여행의 시작이었다.



오마카세 정보

Tenko

https://www.pullmanbangkokkingpower.com/restaurant-bar/tenko-bangkok/

온라인 예약 가능, 점심 오마카세 1인 기준 2,000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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