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교주 Dec 09. 2022

손 절

결혼을 핑계로 인간관계 정리하기?

저는 이제 결혼이 임박합니다.

무려 일주일 전인데요. 나이가 차다 못해 넘쳐서 결혼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많은 생각도 들고,

젊고 어린 예비신혼부부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언니로써 이런저런 조언을 주고싶기도... 하지만

그냥 가만히 소심히 있는 파워 I의 예비신부입니다.


하고싶은 말은,


결혼준비에 대한 정보가 아무래도 결혼이 처음이다보니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가입을 했어요.

이런저런 글들, 질문, 속상한 맘도 나눠보고, 지혜와 조언을 구하는 글들도 보이는데요.

유독. 

[결혼으로 인간관계가 정리되네요]

[이런 친구 손절해도 되는거죠?]

[손절 각인가요?] 등의,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해도되나 싶은, 그런 글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댓글에는 또 언론몰이 하듯 우르르 다같이 글속의 괘씸한 사람을 손가락질 하며 마녀사냥을 합니다.


예를들어,

-현재의 예비신부 A는 친구 B가 결혼할 때 축의금도 많이 했고, 지방까지 거리3시간을 찾아갔었는데

친구 B는 남편과 축의금 5만원을 들고 왔더라. 


-고등학교 때 친구였는데 서로 인스타로만 서로 소식 보고 지내다가 결혼준비 시기가 맞물려 같이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해주기로 했는데 본인은 그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주었는데, 상대 친구는 신혼여행 다녀오더니

연락두절 이더라.


-명절이며 때마다 가족여행 해외로 국내로 잘만 다니면서 인스타에 올리더니 내 결혼식에 갑자기 안가던 시댁을 간다며 결혼식 불참 소식을 알려오더라.


등등등,

사유는 참 다양한데, 글로보면 참 괘씸하기도 하고 예비신부입장에서 서운할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의 서운함 때문에 인간관계를 정리한다..... ???? 

이것이 결혼으로 인간관계가 정리가 된다....???

과연 합당한 이유일까 싶더라구요.


잠시 저의 이야기를 해보면,

20대에서 30대를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면 말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인과  친구들의 결혼식이 저에겐 부담이 아닐 수가 없었어요.

당시 운영하던 미술교습소의 수도세가 6개월 3만원이 밀려서 친구에게 전화하며 폭풍오열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3만원이 없는데 5만원이 있었을까요.  나이도 그렇고 부모님께 면목이 없어 심지어

빌려서 갈 수도 없고.. 정말 아끼는 동생인데 결혼식에 참석은 하고싶은데... 차마 가진 최선으로 3만원만 내고 장문의 편지까지 남겼던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제가 직장생활을 하며 여유가 생기고는 그때 정말 마음의 빚이었다며 상품권으로 다시 보답하기도 했구요..)


그냥 이렇게 사람의 일과 사람의 속과 사람의 사정은 그 누구도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겁니다.

물론 언급한 사례들에 정말 작정하고 그냥 상처를 준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관리하고 정리해야 할 인연은 나를 망치며, 나에게 불이득과 불온전한 마음과 부정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어린아이처럼 나에게 섭섭하게 했다고, 내가 가장 축하받고싶은 날 나에게 서운하게 했다고,

인연을 그렇게 쉽게 끊어내고 심지어 인터넷카페에 공개적으로 올리며 합리화를 시키는 모습들은 안타깝기만 할 따름 이었습니다. 

물론 인연을 정리하고 말고 또한 각각 사람의 마음이고 선택입니다만, 한때는 좋은 추억과 기억과 또 나에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것이 인연이라면 서운한 감정만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인연이 참으로 아쉽고 아깝지 않을까요?


결혼으로 서로의 상황과 이제 가는 길이 조금 달라질 뿐, 인간관계의 갈림길로 굳이 서로 편 나누기 하며 줄을 서야만 하는 걸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와 휴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