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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프롬 더 하드코어 or 비욘드 더 포스트 (1)

Unwound / Leaves Turn Inside You

by 감상주의

| 목차(1)

- Magrecone: for 텍스쳐 실험, 스튜디오로 개조된 농가가 주는 공간적 특수성

+ <Led Zeppelin IV>

- Replikants: for 음향 실험, 무엇을 위한 연습인가?

- <This Is Our Message>

- Slickaphonics



| Magrecone: for 텍스쳐 실험, 스튜디오로 개조된 농가가 주는 공간적 특수성

004_unwound-511x371.jpg Unwoundarchive

<Challenge for a Civilized Society>에서의 파일럿 실험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불완전한 성과일지라도. 그들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전에 이뤘던 BMG와의 퍼블리싱 계약과 투어를 통해 확보해 둔 자금과 투자자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때가 왔다. 바로 자체-스튜디오 Magrecone Studio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시골의 어느 한 농가의 일부를 빌렸다. 관련된 시각 자료는 내가 못 찾았거나 그들이 일절 촬영하거나 공개하지 않았다. 시크릿 아지트인 것이다. 다만 그들은 그곳에 대한 몇 가지의 코멘트를 분명히 남겼다. 그중 가장 눈 여겨볼만한 대목이라면 이것이다.


"스튜디오를 송라이팅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 스튜디오를 마치 필터라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저스틴 트로스퍼"


록 음악에서 비슷한 사례는 워낙 많다. 자체 설립 혹은 독자적 실험을 목적으로 이용 방식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도 이미 그들을 참고했음을 함께 밝혔다. 이를테면 Radio Head의 The Mill, 비틀즈의 Apple Studio, David Bowie의 Château d'Hérouville. 물론 중요한 것은 밴드가 스튜디오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어떤 작업을 위하여 그 정도까지의 투자와 도전이 필요했는가, 그 안에서 무엇을 실험하려 했는지가 요점일 것이다.


여기에 관해 그들이 공개한 몇 가지 힌트는 이렇다.

디스토션을 줄이고, 텍스처와 톤을 첨가하려 했다

음질 등을 비교하기 위해 들었던 많은 음반들 중 기억에 남는 것: Radio Head - <Kid A>, Dr.dre - <The Chronic>

Led Zepplin의 사운드를 원해서 드럼을 거실에 설치하기도 했다

Replikants(저스틴 트로스퍼, 브랜트 산데노를 포함한 다른 밴드 트리오)와 함께 이곳에서 재밍과 레코딩을 진행했고, Replikants 작업은 사실상 <Leaves>를 위한 연습용이었다.

당대 판을 치던 디지털 레코딩이 아닌, 레트로 아날로그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디스토션을 줄이겠다는 것부터 그들이 기존에 잘해오던 펑크 록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했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내가 각별히 주목한 포인트는 텍스쳐다.

'공간적 특성'에 의한 텍스쳐를 말이다.

반대로 말해 결과적인 텍스쳐에는 반드시 작업 중 발생하고 스며든 그곳에서의 특성이 물리적으로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워보는 것이다.


Metal Kingdom

*<Led Zeppelin IV>


그것은 그들이 참고했던 Led Zeppelin의 혁신적 레코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스튜디오의 아날로그적 특성과 더불어.


미국 워싱턴 주의 Magrecone는 언와운드를 위한 Headley Grange였던 셈이다. 그곳은 영국 햄프셔 주의 시골집을 작업실로 개조한 사례의 원조다.


Led Zeppelin의 경우에는, 그곳에서 기본 트래킹 작업 후, 다른 스튜디오에서 오버더빙을 마친 식이다.


그들이 열악한 전원주택에서 그토록 몰입했던 것은, 그곳이야말로 그들이 원했던 블루스를 엑기스 마냥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질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들이 원했던 것은 우선 생생함이었다. 그리고 낡고 좁으며, 일상적으로 제공받던 편의마저 제한된 환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개방성을 마련했다.


이때 개방성이란 단지, 창작적 자유 및 영감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이것이 곧 후배 사라 런드가 드럼을 거실에 설치했던 이유와 직결된다. <IV>의 대곡 'When the Levees Breaks'를 창조해 낸 주택 내 계단과 같다. 가장 라이브 세션에 근접하며 가장 순수한 형태의 스테레오를 별다른 믹싱 없이도 공간의 특수성이 진작에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 Replikants: for 음향 실험, 무엇을 위한 연습인가?


그들의 힌트 중 다음 주목한 대목은 밴드 Replikants에 대한 언급이다. 마찬가지로 3인조이나 그중 언와운드 멤버로는 저스틴 트로스퍼와 브랜트 산데르노(언와운드에서 이미 탈퇴한 상태나, 사실상 계속해서 멤버인 상태), 그리고 새로운 멤버 조 플러머로 구성돼 있다. 공통적으로 기재돼 있는 그들의 바이오그래피에서, (의도적인) 구조의 부재와 관습의 무시는 언와운드의 선구적 행보를 위한 원동력이라고 서술돼 있다. 무형(formless)의 원칙이라고 달리 일컬을 수도 있을 테다.


갈수록 실험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언와운드에 비해, Replikants는 애초부터 실험을 목적으로 하여, 임시적으로 결성된 그룹이다. 사실상의 연습용 밴드라고 설명한 것은 이 실험이 Magrecone 스튜디오에서의 본 작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재밍과 레코딩은 사실상 음악적 연주라기보다는 음향과 오디오 장비를 가지고 장난질을 하는 것에 가깝다. 주제는 '무조형의 노이즈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노 웨이브를 떠올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존 케이지나 백남준의 오디오 실험과 비교하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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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Our Message>


첫 번째 습작에 록을 기대해선 안된다. 오로지 노이즈를 이용한 무분별한 콜라주에 집중한 작품이다.

인더스트리얼에 가까우나, 이 또한 장르음악으로서의 접근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나마 대중음악적 구조를 갖춘 곡은 'Organ Transplant' 뿐이다. 나머지는 일련의 테이프 작당질이다. 극단적으로 시끄럽고 공포스러울 정도로 기괴하다.


어쩌면 '유령의 집'이라고도 불릴 만큼 뒤틀리고 음산했던 스튜디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음악에 개방적인 공간감과 자유로운 영감을 부여했던 것과는 별개로, 분명 그곳의 물리적 폐쇄성이 확실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인지, 인위적으로 환경을 구현하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2-3-4- Go! Records

<Slickaphonics>


다음 습작은 <This Is Our Message>에서 벌여왔던 실험의 데이터들을 록에 적용하는 단계다. 말하자면 베타테스트 같은 것이다.


지저분한 노이즈는 거의 그대로 투입했지만, 그럼에도 미세하고 대략적인 방식으로나마 구조와 형태가 잡히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태아 상태의 포스트 록'의 형상인 셈이다.




타이틀에서 힌트를 준 것인지는 확실지 않지만, 약간의 구조가 생기기 시작하고 나서 보니 이러한 형태학적 추론이 가능해진다.


플런더포닉스의 편집 + 프리 재즈의 임프로비제이션 + 포스트 록의 매무새


미리 말하건대, 이 세 가지 각각이 <Leaves Turn Inside You>에서 파생적/변용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Led Zeppelin에게 영감을 얻은 '공간이 주는 자체 음향 효과', Radio Head에게 영감을 얻은 '아트 록으로의 진보'까지 집약될 때 비로소 최종적 작품의 정수가 완성된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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