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 하우스: 드림팝의 계보를 따랐는가?

갤럭시 500 / 데이비드 로백 / 비치 하우스 / 디보션

by 감상주의

*본문은 주 글감의 본격적인 탐구에 앞선 일종의 사전 연구이자 스케치 노트로, 완결성이나 구조적 논리를 덜 중시하는 대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흥미와 아이디어에 따라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성한 데모 격 콘텐츠입니다.


| "gauzy indie forebears"


- Galaxie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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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axie500.bandcamp.com/track/tugboat


● 포스트-벨벳 언더그라운드로 일컫기도 한 인디 록 씬 내에서, 갤럭시 500은 벨벳의 60년대 아트 록 프로젝트들 중 유달리 3집 셀프 타이틀의 접근법을 기용한 그룹: 소프트하고 서정적인 미니멀리즘, 난해한 네오-사이키델리아나 노이지한 얼트-록이 아니라.


● 이따금 로우파이한 질감으로 쟁글거리는 기타 톤이 넘실거릴 때도 있지만, 슈게이즈와 달리 이들의 몽상은 치솟는(soaring) 이펙트나 사운드의 벽(wall of sound)에 덜 의존.


● 훨씬 익숙하고 팝 록 형태를 갖추면서도, 대신에 리버브를 거의 모든 악기에 덧입힘으로써 악기들이 마치 옅은 잔상과 아지랑이를 일으키는 공감각적 효과를 부여(이를테면 형용사 'haze'와 곧잘 어울리는).


● 여기에 여유로운 템포와 인간적인 보컬을 통해 미묘하고, 내향적이며, 절제적인 분위기를 갖춘 인디 팝을 완성─드림 팝이 슈게이즈나 네오-사이키델리아와 구분될 수 있는 단서 마련하며, 나아가 드림팝의 '호흡과 강도, 그리고 밀도'에 일조.



- David Roback: The Rain Parade, Opal, and Mazzy Star


https://rainparadelabel51.bandcamp.com/track/what-shes-done-to-your-mind-piucci-d-roback


Rain Parade: David Roback에 의해 결성된 그룹으로, 80년대 페이즐리 팝(Paisley Pop) 씬의 중심. 소위 미국 서부식 사이키델리아.


- 60년대 사이키델릭 팝에 경도된 그들은 당대 유행하던 뉴 웨이브 및 포스트-펑크와 교차하는 사운드의 뼈대에, 음향으로 하여금 나른한 환상성을 연출하고, 해변에 놀러 온 듯한 온화하고 낭만적인 감성을 유도.


- Galaxie 500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그리고 비틀즈)를 예찬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인 태도는 지양. 대신에 서정적이고 간결한 연주, 인상주의적인 가사 및 분위기로 부드러움과 몽롱함을 더욱 강조하면서, 때로는 로큰롤에 가까운 멜로디로 친근함과 정겨움을 형성하기도.


RYM


https://youtu.be/MWuUYFF31rQ?si=Jd7Y4b9FS2yjyzS8


Opal: 그러나 이후 David Roback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3집보다는 1집, 혹은 비틀즈보다는 조이 디비전의 어둠을 참고한 새로운 실험에 관심. 그렇게 Rain Parade를 떠나 어쿠스틱 프로젝트 Rainy Day에서 합을 맞춰본 적 있는 Kendra Smith와 Opal을 결성.


- 『Happy Nightmare Baby』는 이전 프로젝트들의 나른한 몽상과는 확연히 다른, 헤비하고 퍼지(fuzzy)한 톤의 기타 리프와 베이스, 타격감이 강조된 드럼 등이 중심인 포스트 펑크.


- 꿈결에 대한 탐구는 여전하면서도 이번에는 불길함과 나른함, 즐거운 꿈과 악몽 간의 모호한 경계를 도발적으로 해체하는 데 집중.


- 혼란스러운 꿈의 양면성을 대비하는 것이 Opal의 미학적 핵심이며, Smith(84~87)와 Hope Sandoval(87~89)로 하여금 차가움과 달콤한 유혹이 공존하는 여성 보컬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열쇠 ─ 이것이 Opal이 Mazzy Star의 전신일 수밖에 없으며, Sandoval이 앞으로 Roback과 함께 해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Polyvinyl Records


https://youtu.be/ImKY6TZEyrI?si=IKYHH0gOxvtK4yFL


Mazzy Star: [She Hang Brightly]와 [So Tonight That I Might See]에 걸쳐, 로백과 산도발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그러나 꿈의 훨씬 복합적인 성격을 체현: 인간이 수면에 취하면서 평균적으로 8번 이상의 각기 다른 꿈을 꾸면서도, 불분명한 흐름과 망각에 의해 하나의 꿈을 꾼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것처럼─나른함, 아련함, 어지러움, 불길함, 음침함이 불규칙적인 형상으로 엉겨 붙은 다면체.


- 로백이 이전에 몸담았던 그룹의 잔상은─Rain Parade, Rainy Day, Opal─은 물론, 드림팝 계열에 포함되거나 영향을 준 여러 아티스트의 뉘앙스─The Doors, Galaxie 500, Cocteau Twins, Yo La Tengo 등─도 고루 흡수.


- ex) "Halah", "Fade Into You" 등 어쿠스틱하면서도 약간 사이키델릭한 포크 블루스가 주를 이루면서도, "Blue Flower", "Bells Ring", "She's My Baby" 등에서는 Opal을 재소환하는 기타 디스토션이 자극과 환기를 주도. "Mary of Silence"에서는 트립합에 가까운 고딕 코어까지.


- 이를 하나의 꿈인 것처럼 이어주는 역할이 호프 산도발의 속삭임─이를테면 늦은 저녁의 바에서 취기가 오른 상태로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해 의식이 흐려지면서 점차 깊은 무의식에 빠져들게 될 때, 이후부터는 산도발이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각기 세계를 계속 안내하듯.


- 궁극적으로 로백이 계속적으로 구현하려 했던 꿈의 세계는 기존에 그가 있던 Paisley Underground 및 Neo-Psychedelia에서 벗어나 뒤틀림과 나른함, 몽롱함과 황홀감, 차가움과 따스함, 감미로움과 혼미함, 순결과 퇴폐, 그리고 슬픔과 행복감이 공존하는 곳─드림 팝만의 '아이러니와 무드'에 일조.



| "The Ethereal Lovechild?"


- Beach House (2006)

RYM



비치 하우스(Beach House)의 데뷔 이래로 평단은 하나같이 그들을 드림팝 그룹으로 분류하며, 그들이 특정 계보를 충실히 따른 것처럼 규정


- 특히 그들을 사실상 처음 세간에 알린 피치포크부터 유독 갤럭시 500과 매지 스타를 그들과 연결(ex 셀프 타이틀 리뷰 헤드라인, 『Teen Dream』 리뷰 첫 문단).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공통분모나 연결점에 대한 근거는 거의 서술하는 경우가 없음.


- 그들이 드림팝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곧 몽롱함(dreamy)이 감상에 지배적이라는 뜻일 것─대중음악에서 몽롱함은 일반적으로 크게 두 가지의 조화로 형성: 나른함(laziness) + 흐릿함(gauziness).


- 이 두 가지의 발현에 있어서

1) 갤럭시 500이 제시한 호흡-밀도-강도: 느릿한 호흡, 소프트한 연주, 그리고 미니멀리즘

2) 매지 스타가 제시한 혼성 포맷(남성의 기타 연주 & 여성의 보컬), 꿈의 양면성에 의한 아이러니한 감성, 고딕함과 멜랑콜리함 사이의 중간 지대에 있는 무드("Mary of Silence"에서 선보였던) 등

비치 하우스에게 각 밴드의 성향과 특징이 혼합된 형태가 원리가 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비치 하우스의 초기작에서는 이러한 특징들을 충분히 확인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선대의 비전을 계승하려는 의도로 귀결하기 위한 근거로는 불충분.


- 이를테면 1집 셀프-타이틀 앨범에서 둘은 스캘리가 작업실로 쓰던 지하실에 갖춰져 있는 최소한의 장비─대부분 저가의 오르간이나 드럼 머신, 하프시코드, 기타, 멀티 트랙 녹음기 등─들을 이용해 트랙들을 제작


- 즉, 그들의 몽환은 레퍼런스보다는 환경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


- 오르간의 화성은 별 다른 효과 없이도 영적인 느낌으로 빈틈없이 풍성하게 심층을 마련; 기타의 슬라이드 주법은 리버브에 과하게 집착하지 않아도 소리를 흐느적거리게 만들어 유령의 메아리나, 구름의 부유함, 늪지대의 습윤함 등을 자동적으로 생성; 저가형 빈티지한 드럼 머신의 질감은 무미건조한 기계성를 케케묵은 먼지로 적진(積塵)─각 테마를 다루는 서정이 뒤틀리고 쓸쓸히 잊힌 우화가 되도록.


- 산도발과 달리 르그랑의 목소리는 대단히 중성적이며, 켄드라 스미스와 비교해도 사이키델리아 록보다는 20세기 초중반의 고전 팝에 근접(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역시도 평단은 벨벳 언더그라운드 1집의 니코와 자주 비교).


- 이를테면 앞서 산도발이 바에서 취기와 함께 꿈에 인도하는 것에 비유했다면, 르그랑은 더 이상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고독함만이 공기를 대신 채운 무도회장으로의 초대.


● 이러한 악기의 특성과 르그랑의 톤을 최적으로 활용한 비치 하우스는 오히려 콕토 트윈즈나 매지 스타조차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정서를 구현


- 기이한 뒤틀림을 넘어선 극도의 황량함과 허무함(이를테면 Nitsuh Abebe의 비유처럼; The house was clearly abandoned around the end of the second World War)─키워드; 죽음, 부식, 쇠퇴, 침잠, 소멸...


- 극단적으로 내려앉은 담즙이라는 측면에서 Low의 슬로코어와 비견될 수 있으나, 한 없이 깊은 이들의 슬픔에는 그럼에도 연민과 감수성을 느낄 틈이 존재한 반면에, 비치 하우스는 일말의 감정적 개입조차 불허하는 냉랭한 공허함.


● 그들은 앨범 내내 일관된 기조를 유지하며 때로는 더 큰 애수, 또 다른 때는 더 큰 조소, 혹은 더 큰 체념이 각기 있는 것 정도의 차이.


● 그러나 Opal이나 Mazzy Star처럼 꿈의 면면을 병치하는 방식이 아닐 뿐, 그들의 몽상은 무드와 뉘앙스로 하여금 미묘한 양면성과 아이러니함이 혼재.


- Nitsuh Abebe가 'dead elegance'라고 표현한 것처럼, 분명 어둠과 곰팡이로 가득 차있는 듯한 음울함이 진주 꾸러미로 치장한 순백의 드레스를 연상케 하는 우아함으로 읽히는 마법. 혹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차가운 애수에 불가사의하게 온정 어린 손길이 닿기도("Apple Orchard"의 가사처럼).




- Devotion

Bella Union

https://youtu.be/IoGoT4V6_uY?si=4zBtX_pI599GBqr1


● 초기 비치 하우스의 음악은 비록 샘플링 및 사운드 콜라주를 활용한 것이 아니지만, 정서적 측면에 한해서 헌톨로지(Hauntology)와 더 비슷할 수 있음; 심연으로 잊혀 가는 향수, 쇠락의 잿더미 속에 유물처럼 파묻힌 인간성을 씁쓸하게 더듬는 손길, 혹은 고독한 유령과의 은밀한 대화.


● 2집까지만 해도 그들은 뒤틀린 영적 분위기, 이를테면 유령이 된 성녀로 비유할 수 있는 특유의 미학과 정서를 발전하는 데 집중; 더욱 안정된 프로덕션, 앨범으로서의 응집력 및 밀도, 신중하고 점진적인 미학의 전개 등


- 특히 앨범 아트워크 및 타이틀과 더불어 본작보다 한 층 더 밝고 관용적인─초대받은 손님에게 친절하고 우호적인─기품을 품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나, 르그랑의 수사학에는 오히려 수수께끼와 비애가 더 눅진해지면서 아이러니를 심화.


● 비록 그들의 사운드가 훨씬 선명하고 깔끔해졌더라도, 그 모든 표면에 뿌연 안개(haziness)가 도포─비치 하우스 본연의 색채이자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인상으로서 묶어내는 정수 궁극적으로 몽롱함(dreaminess).


- 이들이 하이프를 얻기 시작하면서 00년대 초에 들어 잠시 정체되거나 슈게이징과 경계가 모호한 채로 있던 드림팝 본연의 미학과 흐름을 되살린 밴드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 Master of None'이나 'Gila' 등이 초기 The Weeknd의 피비 알앤비 사운드("The Party & The After Party", "Loft Music")에 샘플로 사용된 사례가 간접적으로 방증하듯, 이들의 사운드가 드림 팝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됐을 때, 자칫 드림팝= (침잠하는 우울 or dead elegance)로 오해하면서 정서가 획일화될 가능성도 있었음.


- 또한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갤럭시 500과 매지스타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사생아, 그리고 고상한 타락천사의 이미지로 국한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참.


● 이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미학적 흐름에 거대한 변화를 감행하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


따라서 [Teen Dream]에서의 대격변은 곧 예고된 필연.




Polyvinyl Records






비치 하우스(Beach House) 스케치 노트 Finish,

탐구를 위한 감상: [Teen Dream] Start.

(썸네일 배경 출처: Appl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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