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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하지 않은 것, 예닐곱 개를 단숨에 찾았어요

-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에서

by Cha향기

버스 정류장에서 희한한 것을 봤다.

늘 버스를 기다리던 곳이었다. 잠시 눈여겨봤더니 두 개인 줄 알았던 미용실 홀이 하나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건 내겐 무해한 것이긴 하지만 그동안 내가 깜박 속았다는 점에서 기만당한 것 같았다. 그렇긴 했지만 미용실 원장님의 센스가 돋보였다. 간판은 두 개 달렸으나 홀은 하나였다.

IE003548518_STD.jpg ▲미용실 간판 /홀은 하나인데 간판은 두 개


그런데 도로변에 자질구레한 쓰레기가 잔뜩 놓여있다. 그걸 보니 아침부터 눈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 안쪽에 재활용 분리 수거함을 설치하여 그곳에 내다 버리면 도로변 미관을 해치지 않을 것 같았다.


IE003548520_STD.jpg ▲ 쓰레기 /도로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이어서 시내버스를 내리려는데 버스가 굳이 1차로로 이동했다가 다시 어렵게 2차로로 이동하여 정차했다. 알고 봤더니 BMW 승용차 한 대가 버스 정류장 바로 뒤편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것도 운전자도 없이 말이다. 그러니 그곳을 지나는 모든 시내버스가 그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1차로로 변경했다가 다시 2차로로 진입하여 정차해야만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용차 운전자는 자기 생각만 한 것 같다.


IE003548521_STD.jpg ▲얌체, 불법 주차 / 시내버스 정류장 뒤편에 주차해 둔 승용차


어제저녁에 산책하러 갔는데 지나가는 길에 있는 공원의 운동기구가 낡아도 너무 낡아 있는 게 늘 맘에 걸렸다. 대한민국 광역시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걸 누가 알까? 이곳의 시설은 사람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탁상행정의 민낯이라고나 할까. 담당 관리자는 단 한 번이라도 이곳에 나와봤을까? 운동 기구에 곰팡이가 잔뜩 핀 채로 방치되어 있다. 공원 전등마저 희미하여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딴짓하기 좋은 곳이다. 지나가면서 보니 여남은 명 되는 남녀 청소년들이 시시덕거리며 몰려 앉아 있다. 그 주변을 지나가자니 위화감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 공원은 'OO 어린이 공원'이라고 행정 명칭이 주어져 있다. 청결 상태가 심각하여 어린이가 이용할 수 없는 공원인데 말이다.

IE003548522_STD.jpg ▲ 공원 운동기구 /낡아서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다

좀 더 걸어가니 공영 주차장 담장에 소파와 의자 등 생활 폐기물이 버려져 있다. 어린애들이 놀겠다고 기어 올라간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법하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저런 장면은 보이지 않는지?


IE003548523_STD.jpg ▲ 버려진 소파 / 위험해 보인다.

이윽고 공영 주차장 옥상 야외 헬스장에 도착했다. 그곳은 주말이 되면 학생들이 몰려와 헬스장 한가운데 있는 정자를 차지하고 앉아서 음식을 나눠 먹고 노닥거린다. 그런 후에 먹었던 음식물 용기를 공원 바닥에 내동댕이쳐두기도 한다. 그렇게 학생들이 공원을 차지하고 있는 날은 일찌감치 그 자리를 뜬다. 순찰하는 분들이 정기적으로 돌아보면 그렇게 막 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헬스장 정자 안에 놔둔 바둑판을 누군가 엉뚱한 곳에 내려다 두었다. 왜 그런 걸 만질까? 왜 제자리에 두지 않을까?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IE003548528_STD.jpg ▲ 바둑판과 음식물 담았던 플라스틱 통 / 헬스장에 마구 버려지고 옮겨진 것들~

둘러보니 무해하지 않은 것들이 꽤 많았다. 카파라치, 쓰파라치, 담파파라치처럼 이런 현장도 제보하는 제도가 있다면 보다 쾌적한 환경이 될 것 같다. 이런 걸 제보하는 사람은?


손 볼 곳을 제보하는 일이니,
손파라치라고 하면 되겠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8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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