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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혁 May 31. 2021

엄마, 아빠, 할머니 안녕!

Chapter 1. 경기의 시작 - 탄생 誕生, [첫 번째 이야기]

- 엄마, 아빠, 할머니 안녕!


 “이얏!” 1998년 7월 5일, 경기도 구리의 한 병원. 짧은 스포츠머리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한 남자는 병원이 떠내려갈 듯 괴성을 지르며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만끽했다. 마냥 신난 그 남자 옆에는 한 여자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누워, 미소와 눈물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품에는 요상하게 생긴 조그만 핏덩이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안겨 있었다.


 나는 그렇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원도 삼척 바닷가 싸움짱과 한 때 전라도 익산을 주름잡았던 '칠공주' 대장의 아들이 되어버렸다. 열 달 전쯤 두 사람의 밥상에 올라간 시금치나 두부조림이었을 뿐인 영양분이 지금 새로운 탄생에 성공했다. 세상 그 어떤 달콤함에도 쉽게 웃음을 보이지 않을 것 같이 생긴 두 남녀는 발가벗은 채 울기만 하는 아기를 보며 바보처럼 웃고 울기를 반복했다. 다 큰 어른 둘은 고작 나 하나를 얻고는 세상 모든 만물을 손에 쥔 양 기뻐했다.


  아빠는 돈을 벌고 싶어서 일찌감치 강원도 삼척에서 상경한 사람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장남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늠름했다고 한다. 사고뭉치이기도 했지만 이면에는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살던 아들이었다고 했다. 아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 다니며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많은 일들을 하셨다. 10 가까이 서울 바닥에서 치열하게 일구어낸 사업체는 안타깝게도 IMF 경제 위기  뜻대로 되지 않고 기울어버렸다.


 나의 엄마 역시 1남 3녀중 첫째다. 밑에 딸린 세 동생들은 모두 4년제 대학에 진학했지만 엄마는 그러지 못했다. 그리 좋지 않은 형편에 본인이 4년제 대학을 가겠다고 하면 동생들이 대학을 가지 못할까봐 고집 피우지 않았다고 했다. 2년제 전문대를 마치고 엄마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왔다. 남자들이 너무 많이 따라다녀 피곤했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여자를 다루는 스킬이 전무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아빠와의 결혼’이 결과이다 보니, 그리 많은 추종 세력이 있었다는 점이 일단 의심스럽고, 혹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들의 수준이 심히 의심되지 않는 바 아니나, 아무튼 그랬다고 한다. 딱히 대단한 기술이 없는 엄마는 나를 키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내가 태어난 직후에 경기도 시흥에서 큰 갈빗집 하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갈빗집 아들로 막이 오른 최준혁의 삶. 아쉽게도 부잣집에서 놀고먹을 운명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평범한 서민층에서 내 인생 첫발을 뗐다. 전형적인 맞벌이 가정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부모의 품 속에 묻혀 있을 시간은 적을지 모르지만, 일단 행복한 가정 속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랄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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