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쓰려는 대표님, 담당자님! 제발 망해주세요 :)
브랜드사에서 대행사로 이직한 지 조금 됐습니다. 현재 전, 매월 최소 8개의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갑니다.
각 프로젝트의 목표가 다르듯 클라이언트(브랜드 사 담당자)들도 1부터 10까지 모두 다른 분입니다.
현재까지 맡은 프로젝트의 기간은 길어봤자 2달 정도,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에, 저를 포함한 모든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각기 다른 스트레스와 성취감으로 기간을 버티거나 이끌고 있습니다.
본문 내용은 대행사와 함께 성공하기 위한 브랜드사 담당자분의 핵심 요소만 정리해 둔 것으로 그리 무겁게 보실 필요는 없으시고 핵심 요소를 갖추신 분들께서는 이 본문을 감정 쓰레기통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대행사 직원분들께서 보신다면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그 감정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옳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대행사는 브랜드 사의 마케팅 팀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들이닥친 엑셀러레이팅 열풍으로 많은 대행사들이 말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귀사에 마케팅 팀처럼 활용해라'는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시장주의, 자본주의인 이상 절대 그렇게 작동되지 않습니다. 아마 사회-공산주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이유는 브랜드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브랜드 잠재력은 브랜드 내부 담당자(즉 클라이언트 내부 담당자)의 마인드, 브랜드의 가용 자본, 브랜드의 이해력, 크게 이 3가지로 구성됩니다.
브랜드 잠재력 3대 핵심 요소 :
브랜드 내부 담당자의 마인드, 브랜드의 가용 자본, 브랜드의 이해력
(내부 담당자의 이해력)
브랜드 내부 담당자의 마인드
결국, 어떤 일이든 사람 vs 사람으로 일을 시작하고 끝맺음합니다. 자동화 시대가 도래하긴 했지만 AI가 일을 끝내진 않습니다. 결국엔 사람이 정리하고 끝맺음합니다. 주니어일 때는 마냥 당연한 걸로 여겨졌던 브랜드사(클라이언트)의 마인드와 태도는 대행사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워커 홀릭께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럼 프로답지 않은 거 아니냐'라고
그럼 아래 3가지만 체크해 보세요.
브랜드 내부 담당자가 프로 마인드가 되기 위한 3가지 요소
1. 기 설정한 기간을 임의로 당기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2. 메신저로 대화 시, 귀사를 담당하는 대행사 직원을 무시하지 않는다.
3. 당신의 브랜드와 제품, 그리고 생각은 최소 50% 틀렸다.
"귀하께선 프로이신가요?"
많은 기업 내 마케팅 팀이 10명이라고 가정하면, '프로'라고 할 법한 실무와 관리가 둘 다 가능한 인원은 1명입니다. 하지만 그 '프로'는 브랜드 잠재력의 구성요소인 브랜드의 자본 이 충족되어야만 '귀하를 위해서' 실무를 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제가 컨설팅한 회사 중 1곳(총 사원 수 100명 내외)은 팀원은 18명이지만 '프로'는 1명이었습니다.
브랜드의 가용 자본
자본이 많아야 '프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맞지만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가용 예산 범주가 뚜렷해야 합니다. 최근에 맡았던 뷰티 스타트업 브랜드의 경우, 의뢰 전 하루 평균 매출액 30만원에서 2주 동안 총매출 3000만원, 즉 2주간 하루 평균 매출액 약 210만원을 달성해달라라는 프로젝트를 의뢰하신 적이 있습니다. 목표는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목표만 뚜렷했습니다. 2주 총매출 3000만원. 근데 알고 보니 쓸 수 있는 광고비는 정해져 있지 않은 건 물론이고 예산 범위가 고무줄처럼 실시간으로 축소되었다가 확대됩니다. 한마디로 살을 빼기로 다짐을 하고 선, 매 끼 삼겹살을 먹으며 하는 다이어트와 똑같습니다. 허상 그 자체
500만원으로 3천만원을 만드는 건 '종사자'가 해야 될 수도 있지만 3000만원을 써서 3000만원을 만드는 건 귀하께서도 하실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이해력
'아는 것'의 상위 개념이 '이해'입니다. 어쭙잖게 아는 건 있지만 어쭙잖게 이해하는 건 없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이해 영역과 대행사 직원의 이해 영역은 아래 내용 처럼 상반됩니다.
A제품에 대해선 클라이언트는 '이해'하고 있지만 대행사 직원은 '알고'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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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마케팅에 대해선 클라이언트는 '알고' 있지만 대행사 직원은 '이해'합니다.
제품-서비스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의 부족이나 이해가 필요한 부분, 다시 말해 정보의 오류적인 측면에서의 피드백은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지만, 대행사 직원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한 광고-마케팅적 피드백은 확률적으로 50% 정도는 낭비입니다. 오히려 그 피드백들을 반영하면 성공과의 거리가 멀어지리라 100% 확신합니다. (대행사 직원들은 브랜드사가 거시적으로 내놓는 마케팅적 방향과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어떤 방법을 활용해서든 100% 사전에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접근합니다.)
플랫폼 배너 광고나 SNS 광고를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컴플레인 중 하나가 '후킹'이 되지 않는 거 같다 는 의견인데 6개월 동안 최소 100명의 크고 작은 기업 담당자님들과 테스트해본 결과 그들이 말하는 '후킹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내가 담고 싶어 하는 제품의 특징이 없어요'라는 뜻이 숨어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메신저로 클라이언트님들을 응대하다 보면 '~~ 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피드백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앞서 말씀드린 마인드와 자본 그리고 이해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 하는 건 어떨까요?'의 본래의 뜻인 '생각과 필요를 물어보는 뜻'이 아닌 '이렇게 꼬옥 해주세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워 뜻을 꽁꽁 숨겨 피드백을 하시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마케팅 시장과 소비자 배려가 부족한 거죠.
소비자 배려가 부족하신 클라이언트분들 제발 정신 차리시거나 망해주세요. 후배들이 이상한 회사에서 갈려 나가는 걸 보기 싫습니다. 아니 이젠 참기 힘듭니다. 제발 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