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엄마는 무너지지 않는다 (11)

#11. 브랜드는 결단이다

by 이민주

“이름이 참 독특하네요.”

내 닉네임을 본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말한다. ‘둥이변리사’. 쌍둥이 엄마이자 변리사라는 뜻이다. 처음엔 농담처럼 붙인 별명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이 이름은 나의 ‘정체성의 문장’이 되었다. 육아, 지식재산, 기록이라는 전혀 다른 세 영역이 이 이름 아래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깨달았다. 브랜드란, 남들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이름으로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름은 가장 작은 브랜드다

우리는 이름을 붙이며 존재를 구분한다.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한 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고민한 것도, 모두 ‘이름 짓기’였다.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로 낙인을 찍다’는 뜻이다. 자신의 것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한 표시, 그 원시적인 행위가 오늘날의 ‘브랜딩’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름을 짓는다. SNS 계정 이름, 블로그 닉네임, 유튜브 채널명, 회사 브랜드. 이 모든 순간, 우리는 하나의 선택을 한다.


“나는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름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그 안에는 방향, 가치, 태도가 담긴다. 따라서 이름은 가장 작은 형태의 브랜드이자, 가장 강력한 정체성의 선언문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결정의 반복’이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나도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말속에는 종종 ‘보여지는 나’에 대한 고민이 더 많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브랜딩은 ‘무엇을 보일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까’의 문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집중이란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도 같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많지만, 그중 단 하나를 고르고 반복해서 쌓아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선택의 일관성이 결국 신뢰를 만든다. ‘둥이변리사’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그런 결단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엄마’와 ‘전문가’의 중간 지점을 표현하려는 시도였지만, 이제는 ‘일과 삶을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의 중심축이 되었다.


결국 퍼스널 브랜딩은 화려한 슬로건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이루는 결단의 기록이다.



이름을 지을 때 우리는 무엇을 담는가


쌍둥이의 이름을 정할 때, 나는 온 가족과 함께 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직접 이름을 짓진 않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뜻을 듣고 그 의미를 함께 고민했다. 그 경험은 나에게 ‘이름의 무게’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했다. 하나의 이름에는 단순히 음운의 조합이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철학이 담긴다. 그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지, 어떤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는지, 그 모든 바람이 이름이라는 한 단어에 응축된다.


그 과정을 돌아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건 아이의 브랜드 철학을 설계하는 일이구나.”


그 깨달음은 나 자신의 삶으로 확장되었다. 나 역시 ‘하나의 브랜드’로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결국 ‘어떤 이름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곧 ‘어떤 철학으로 살아갈 것인가’의 질문과 같다.



브랜드는 타인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아무리 멋진 이름을 정해도 타인이 기억하지 못하면 그것은 브랜드가 될 수 없다. 결국 브랜드는 ‘타인의 기억 속에서 완성되는 정체성’이다. 그래서 브랜드는 혼자의 결심이 아니라 ‘보여준 행동의 누적’이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모임에서 강연을 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말했다.

“지식재산을 일상 언어로 풀어주는 변리사.”

“생각을 특허로 바꾸는 엄마.”

“기록으로 자기 삶을 설계하는 사람.”

그 말들이 쌓이며 나의 이미지는 명확해졌다.


로고나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떠올려지는가’가 진짜 브랜드다. 브랜딩은 외부에서 부여되는 명성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보여준 태도와 언어가 만든 ‘인지의 결과’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생각을 현실로 설계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콘텐츠를 쓰고, 그에 맞는 언어를 고르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결국 브랜드는 철학이 아니라 실행의 누적이다.



브랜드의 본질은 ‘살아가는 방식’이다


브랜드는 전략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다. 엄마로서의 나, 변리사로서의 나, 기록자로서의 나는 겉보기엔 다르지만 모두 한 방향을 향한다. 아이의 삶을 설계하듯 나의 삶도 스스로 설계하고 싶었다. 하루 10분의 기록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작은 실천들을 반복하다 보니 그 자체가 ‘브랜딩’이 되었다.


브랜드는 내가 말하는 문장이 아니라, 내가 살아내는 문장이다.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떤 언어로 설명하며,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가. 그 모든 행동이 브랜드의 문법을 만든다.




아이의 이름을 지었던 날을 떠올린다. 그 이름은 단지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담은 약속이었다. 나 역시 매일의 선택 속에서 나의 이름을 새롭게 짓고 있다. 그 이름은 직함이 아니라 철학이다. 그리고 그 철학은 오늘의 선택으로 증명된다.


브랜드는 결단이다. 결단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완성된다. 오늘 나는 그 이름으로 살아간다. ‘둥이변리사’라는 이름 안에서 일과 삶, 생각과 감정, 모든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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