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물 특허는 단순한 ‘섞기’가 아니다

조합만으로는 안 된다. 효과의 '예상 불가능성'이 있어야 무기가 된다

by 이민주

“대표님, 이 조합으로 특허가 될까요?”

C대표가 서류 뭉치를 내밀며 물었다.


그는 녹차 추출물, 비타민C, 콜라겐 펩타이드가 적힌 문서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세 가지 다 피부에 좋은 성분이잖아요. 조합해서 특허를 내보려 합니다.”


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성분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등록 가능성은 낮습니다.”


C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효과는 분명히 있을 텐데요.”


바로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기술 기반 창업자들이 혼란을 겪는다.
‘효과가 있다’는 것과 ‘특허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조성물 특허엔 세 가지 벽이 있다


조성물 특허가 등록되기 위해선 반드시 세 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


1. 신규성
→ 기존 논문이나 특허에 같은 조합이 없어야 한다.
→ 흔한 조합이면 “이미 있는 기술”이라며 거절된다.


2. 진보성
→ 단순히 좋은 성분을 합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기존 연구자가 예상하지 못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 예: A와 B가 각각 효과 10%였을 때, 단순히 20%가 아니라 30% 이상으로 ‘점프’해야 진보성이 인정된다.


3. 실험 데이터
→ 말이 아니라 수치로 증명해야 한다.
→ 시험관 수준의 데이터도 가능하지만, 단순 합산된 효과라면 통과되기 어렵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대표님 자료엔 이 세 가지가 다 들어 있나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등록되는 조합 vs 거절되는 조합


많은 창업자들이 이 차이를 모른 채 조합을 내고, 그 결과는 뻔하다.


거절되는 조합의 공통점

이미 잘 알려진 성분을 그냥 섞은 경우

효과가 단순 합 수준에 그치는 경우


등록되는 조합의 조건

새로운 공정이나 소재에서 나온 성분

기존 연구자가 예상하지 못한 시너지 효과

특정 비율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효능


나는 C대표에게 실제 사례를 들려주었다.


“홍삼과 유산균이 각각 장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특정 비율로 조합했더니, 장 건강뿐 아니라 면역 지표까지 함께 개선됐습니다.
이건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죠. 그래서 특허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심사관이 진짜로 보는 것


특허 심사관이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단 하나다.

“이 효과는 기존 연구자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는가?”


예측 가능했다면 → 진보성 거절

예측 불가능했다면 → 진보성 인정


특허는 효과의 크기로 판단되지 않는다.
예상 불가능성”, 이 한 가지가 핵심이다.


창업자가 준비해야 할 것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보다
“그 효과는 아무도 예상 못 했다”는 근거다.




창업자들이 자주 빠지는 실수 3가지


나는 현장에서 아래 실수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1. 논문만 믿고 출원
→ 논문에 이미 나온 조합이면 신규성이 없다.
→ 100% 거절된다.


2. 단순한 합산 데이터
→ 실험을 해도 효과가 그냥 더해지는 수준이면 진보성이 없다.


3. 배합 비율의 함정
→ 비율 없이 성분만 나열하면 거절 확률이 높다.
→ 반대로 비율을 정확히 잘라서 쓰면, 경쟁사가 조금만 바꿔도 회피할 수 있다.


해결책은?
범위형 청구항 설계다.
특허는 숫자 싸움이 아니라 범위 싸움이다.




성공적인 조성물 특허의 3가지 조건


나는 화이트보드에 다음 3가지를 적어주었다.


1. 범위형 청구항
→ 예: “A 성분 20~50%, B 성분 30~70%”
→ 단일 수치보다 범위를 설정해야 경쟁사의 회피를 막을 수 있다.


2. 예상 밖의 효과
→ 예: “장 건강뿐 아니라 피부 지표까지 개선”
→ 기존 연구자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야 한다.


3. 제품과의 연결성
→ 실제 제품이 특허 청구항 안에 정확히 포함되어야 한다.
→ 그래야 침해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금 이 질문에 답해보라


나는 C대표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이 조합은 기존 연구자가 쉽게 떠올릴 수 있었는가?

내 데이터는 단순 합이 아닌,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주는가?

청구항은 특정 수치가 아닌 범위형으로 설계됐는가?

실제 제품이 청구항 범위 안에 정확히 들어가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예”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 특허는 무기가 아니라, 종이일 뿐이다.




특허는 줄타기다


조성물 특허의 본질은 간단하다.


너무 넓게 쓰면 → 거절된다.

너무 좁게 쓰면 → 경쟁자가 피해 간다.


특허는 과학이 아니라,
전략의 예술이다.


등록성과 실전 방어력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하느냐가
브랜드의 생존을 좌우한다.




C대표는 처음에 이렇게 말했다.

“이 성분들, 다 피부에 좋은 거니까 조합하면 특허될 줄 알았어요.”


나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좋은 성분을 섞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는 단순한 섞기가 아닙니다.
예상 밖의 효과, 전략적인 범위, 제품과의 연결성.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살아 있는 무기가 됩니다.”



오늘의 정리
조성물 특허는 ‘효과’보다 ‘예상 불가능성’이 핵심이다.
단순한 조합은 특허가 되지 않는다.
범위형 청구항 + 실험 데이터 + 제품 연계성이 필요하다.
줄타기를 잘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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