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란을 먹다 쓰다
주인공이 전화로 아침식사를 주문하고 삼십 분 후 침대에서 먹었다. 크라상, 마멀레이드, 치즈, 사과,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포치드 에그, 쥬스와 커피. 다른 건 다 알겠고 몰라도 짐작할 수 있었는데 포치드 에그는 무엇인가. 포치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졸이다, 데치다라고 써있다. 수란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하나 더 나온다. 물에 데친 달걀?
액체 상태의 달걀을 대체 어떻게 데친다는 건지 상상이 안 되었다. 별로 맛있을 것 같지도 않다. 희한한 음식도 다 있다고, 그나저나 침대에서 먹는 아침이라니 근사하지 않냐며 어릴 때부터 한결같이 게을렀던 촌년은 침을 꼴깍 삼켰더랬다.
책으로만 봤던 음식들은 대개 실망스러웠다. 마시멜로도, 구운 사과도, 아스파라거스도, 구멍 뚫린 치즈도 수십 년 동안 삼킨 침만큼은 안 되었다. 상상을 너무 오래 했던 탓이다. 딱 하나, 포치드 에그만은 진짜 맛있어서 놀랐다.
데친 달걀이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진작 몰랐지? 잠시 분개했으나 그럴 만했다. 어릴 때는 반숙을 좋아하지 않았으니 먹어봤대도 별로였을 테니. 눅진한 노른자의 맛을 알게 된 후 먹어서 다행이었다.
촌년은 입맛도 촌스러워서 육수를 잘 못 먹는다. 네 발이건 두 발이건 지느러미건 간에 고기가 헤엄친 물은 싫다. 잠겨 있던 고기도 별로다. 달걀도 국 끓일 때 자칫하면 비린내가 난다. 호텔 주방장들은 자기네끼리만 공유하는 비린내 잡는 비법이 있는 걸까, 한입에 사라진 물달걀을 아쉬워하며 궁리해 봤다.
요는 알의 신선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트에서 산 달걀을 데치기는 쉽지 않다. 흰자가 굳기 전에 풀어져 국이 되어 버리므로. 해서, 뜨거운 물에 넣기만 하면 되는 이 간단한 음식을 자주 먹을 수는 없다. 만드는 시간도 프라이할 때랑 비슷한데도.
역시 닭을 키울.. 수는 없으니 양계장 있는 동네로 가서 살까 싶기도 하고. 아침부터 생각이 또 엉뚱한 산을 오르는구나. 밥이나 먹자. 아니 포치드 에그. 아니 데친 달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