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아홉 번째 밤 01
푸슈- 팡- 파파팟-
이것은 우주가 만들어지는 소리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신은 거대한 인내심으로 가장 작은 티끌까지도 알맞은 힘을 들여 만들어 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크고 작은 행성들에게 처음 약속했던 바와 같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주기로 하였다.
행성들은 서로 순서를 다투며 신 앞에 길게 늘어섰다.
유순하고 양보심 많은 별들은 기꺼이 앞자리를 양보하고 뒷자리를 자처했다.
- 저는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흙을 원합니다.
- 저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뜨거운 불을 원합니다.
- 저는 무엇에도 꺾이지 않는 강철을 원합니다.
행성들이 저마다 원하는 바를 이루고 마침내 마지막에 서 있던 행성이 신 앞에 섰다.
- 무엇을 원하는가.
- 저는 인연因緣을 원합니다.
지구는 우리를 선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지구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