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술모임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나는 뽕에 가득 찼다. 영화 속 대학교 캠퍼스도 내가 졸업했던 대학교였다. 영화 속 대학생활, 게이-여사친 베프 이야기는 나를 옛 추억 속에 빠뜨렸다. 내가 행복했고 즐거웠던 대학생활 때의 기억이 자주 생각난다.
영화에는 게이클럽도 나오고, 게이 술번개(방장이 게이 커뮤니티에 술모임을 개최한다는 글을 올리고 게이들이 신청해서 오는 모임) 장면도 나온다. 이 장면들도 나를 옛 추억 속에 빠뜨렸다.
게이클럽 가서 신나게 놀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고고보이쇼나 정보가 없었다. 한국 게이 클럽들은 일본/대만 게이클럽과 다르게 SNS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내 퀴어 친구들은 클럽을 좋아하지 않아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술번개를 가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5년 만에 술번개를 갔다. 2019년 25살 때 간 뒤로 5년 만이었다.
(5년 전에 필자의 이상형 사람들은 술번개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5년 만에 가본 술번개는 정말 5년 전과 그대로였다.
멋져 보이고 내 스타일인 분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에게 호감을 표현하신 분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질량 보존의 법칙 마냥 늘 미스매치 관계였다.
10시 30분 1차 술모임
12시 30분 2차 술모임
03시 30분 3차 술모임
3개의 술모임에 참석했다.
2차 술모임에서 만난 동생들이 나를 좋아해주며 함께 인스타 맞팔/교류도 하고, 3차 술모임도 갔다.
5년 전과 비슷한 사건도 있었다.
나이 많은(40대?) 분이 20대에게 들이대고 스킨십하고 뽀뽀하고...
20대 분은 굉장히 불쾌해하고 싸움날 뻔하고...
사람들이랑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그냥 대도시의 사랑법 보고 너무 좋았어서 5년 만에 술번개 왔다고 말했다.
남자 찾으면 좋겠지만 나는 즐기러 온 게 더 크다고 말했다.
말도 필터 없이 숙숙했다. (ㅋㅋ)
그렇게 나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없었다.
내가 괜찮아했던 사람들은 딱히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상호불일치를 느끼고 개웃겨하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때문에 찬 뽕을 어느 정도 뺐다.
오랜만에 밤새 놀고
술번개에서 만났던 동생들과 해장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7시에 아침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