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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Apr 03. 2022

제7화 해지치 않아

길고양이 뉴스를 보고

요즘 부쩍 뉴스를 통해 길고양이들에 대한 학대를 접하게 된다. 우리 집 양말이도 길거리 출신으로 길거리 생활을 대략 3개월 정도 했다. 다행히 너무 어릴 때 데려와서 그런지 사람 음식은 보지도 않고 사료나 고양이 전용 간식이 아니면 먹질 않는다. (간식도 엄청 까다로운 기준으로 고른다) 양말이 덕분인지 나는 길거리 고양이에 대한 적대감을 따로 느끼진 않는다. 그냥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옆 집으로 놀러온 길고양이

물론 나 역시도 새벽에 길거리 고양이 울음소리에 깬 적도 있다.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어두기도 한다. 여러모로 불편함은 존재한다. 나는 길거리 고양이를 옹호하는 입장도 아니고, 싫어하는 입장도 아니다. 근데 다만 고양이와 인간이 합의점을 잘 찾아 조화롭게 잘 살길 바랄 뿐이다. 어릴 적에도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때리진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때리는 건 나쁜 짓이라 배웠기 때문이다.  

 

개인 집에 마련된 고양이 쉼터

우리 집 희망이는 골든리트리버로 대형견에 속하는 견이다. 대형견의 등치는 실제로 보면 더 우람하다. 30kg가 넘는 체중에, 두발로 서면 160cm 정도는 거뜬히 넘어가는 것 같다. 나는 희망이와 동네 산책을 할 때마다 희망이에게 교육 시키는 것이 있다. 바로 길고양이에게 가지 말 것. 희망이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아왔기에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사냥의 본능 때문인지 고양이를 보면 흥분한다.    

  

길고양이와 희망이의 대치 상황

아마 동네 고양이들 사이에서 희망이는 아주 유명 인사일 것이다. 노랗고 갈색이 섞인 덩치 큰 개가 우리를 잡으려고 한다며 숙덕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이 주택인데도 불구하고 그 흔한 길고양이들이 우리 집 울타리로 절대 넘어오진 않는다. 희망이는 단순 놀이라 생각하고 고양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지만 길고양이들에겐 희망이는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이 길거리에서 쉬고 있으면, 방해될까 고양이 근처엔 일부러 피해서 다닌 적도 있다. 길고양이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돌아서 산책해야 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그냥 소소한 배려이고 희망이의 흥분을 막는 방어책이기도 하다.     

 

길거리 고양이 따뜻한 볕 아래 쉬는 모습

이쪽 동네 길고양이들은 다른 동네 고양이들보다 좀 더 윤택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집마다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사람도 많고, 고양이가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도 존재한다. 그리고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지속해서 광범위하게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도 존재한다. 반면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고 하는 반대파들도 있다. 이런 모든 모습은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강자는 약자를 괴롭히기보다 중재하고 지켜주는 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인간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뇌가 있고, 고양이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풀숲에서 쉬고 있는 길고양이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각박하고 개인주의 사상이 강해졌다고 해도 그 이유가 동물을 괴롭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고양이를 챙겨달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괴롭히지만 말아 달라는 거다. 그런 행동들이 오히려 고양이 혐오보다 인간혐오를 더 늘어나게 할 것이다. 당신 역시 강자가 될 수도, 약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공존과 평화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고양이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순 있지만 우리를 죽이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고양이를 불편하게도 할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좀 더 평화적으로 동물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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