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기고 싶습니다.
금연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간은 원래 게으름을 향해 만들어진 동물이므로, 1. 담배를 사러 이 추운 날에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2. 라이터에 불을 붙이고 3. 담배를 피우는 이 일련의 동작들을 모조리 귀찮아하면 된다. 세상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한데 언제 그걸 다 하고 있어.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이불 바깥을 나가지 않는 것이다. 원래는 집 안에서는 아이코스를 폈었는데, 아이코스 기계도 가족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에 내가 담배를 피우려면 꼼짝없이 영하 몇 도를 오르내리는 바깥에서 펴야 한다. 끔찍하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은지 4일이 흘렀다.
사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준비에 필요한 건 체력이다. <미생>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하면 승부에서 자포자기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나는 이제 절대로 승부에서 지고 싶지 않다. 인생의 여러 가지 승부가 있었고 나는 아주 가끔 이겼고, 대부분은 졌고 도망쳤다.
나는 인간의 자존감이란 인간 마음속의 심판자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남에게 엄격한 만큼 자신에게 엄격해서, 자기 자신이 한심한 짓을 하거나 자꾸 지면 마음속 심판자는 스스로에게 자꾸 낮은 점수를 매긴다. 그러면 실제로 인간은 그런 인간이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성공이, 이 모든 알고리즘을 상쇄하고 선순환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겨야 한다. 이기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어떻게? 일단은 체력부터다.
요즘엔 이기는 전략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나는 승리가 간절하다. 남을 짓밟고 올라가고 싶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내가 나를 납득시키는' 과정. 진짜 승패와 상관없이, 스스로가 올바른 전략을 세우고 그걸 성실히 지켜가며 자신만의 규율을 지켜가는 과정. 수도승처럼, 혹은 군인 같은 삶.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진짜 목적은 그것을 하나의 규율로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하루에 8시간은 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1시간의 운동을 매일 한다 등등. 나머지 시간은 자격증에 헌신한다 등등.
그건 누굴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다. 내 마음속의 심판자는 누구보다 냉정하다. '최선을 다했어요'라는 말을 사람들은 쉽게 하는데, 정말로 최선을 다 했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면 마음속 심판자는 네가 최선을 다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고, 그 순간의 주춤거림과 망설임이 링 위에 올라갔을 때 실수가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마음속 심판자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까지 너무 비겁하게 살아왔다. 안일하고 충동적이며 방향성이 없었다. 6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끊을 시간이 된 것이다. 다시 한번 달리기 위해, 마음속 심판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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