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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사전 Nov 18. 2021

당황하다 2

동사: 놀라거나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

-전편에 이어

 

  돌아갈 곳이 있어야 여행자다. 고로 난 여행자니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야 하며, 그 비행기 표를 구하려면 반드시 핸드폰으로 인터파크 직원과 통화를 해야 한다. 

  들어가지 않는 유심카드를 들고 허탈한 마음으로 담배를 꺼내자 웬 네팔 청년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느냐, 무엇을 봤느냐, 어딘 가봤느냐 같은 질문을 대답할 기운도 빠진 내게 물어왔다. 참고로 네팔리들은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관광 산업이 큰 나라답게  기념품이나 관광 패키지를 판매하려고 말을 거는 경우가 많지만, 나라 전체의 평균 연령이 20~22세 사이라는 아주 젊은 나라여서 그런지 외국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건네는 담배에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며 거절한 그는 자신의 친구들도 한국으로 가고 싶어 하며 한국에 호의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원한다면 동네 구격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물론 내가 원해서 금액을 지불한다면 거절하지 않겠다는 친절한 멘트도 잊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난 그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봤고 상당히 최신 기종이라는 것을 확인 후 문방구에서 구입한 유심 카드를 보여주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물었다. 그리고 그의 명쾌한 대답에 난 가네쉬(지혜의 신이자  재물의 신, 코끼리 머리를 하고 있으며 힌두교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에게 감사 기도를 올렸다.

  "잘라서 써."


  나중에 알았지만 유심 커터기라는 것이 존재할 만큼 유심을 잘라 기종에 맞추는 것은 흔한 것이었다(최근에는 규격이 거의 통일되어 잘 쓰지 않는다고). 유심은 판매하지 않았던 핸드폰 대리점에서도 유심 커터기는 사용하고 있었고 나는 곧 인터파크와 통화하여 돌아갈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여행이란 변수의 연속이라 하지만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자 느낀 당황스러움은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큰 배낭과 카메라를 들고 오지를 찾아다닌다며 자부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저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인 주제에.




-당황하다: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 확인하는 순간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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