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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현 Nov 02. 2024

읽상

내 몸 혁명 |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바빌론

#내몸혁명 #느리게나이드는습관

 

 이전 세대에 비해 늦게 자녀를 갖다 보니 노쇠화도 10년 이상은 지연시키려고 한다. 수명 연장은 내 뜻이 아닐 테니, 젊음의 기간이라도 늘려보고자 하는 의도다.

 

 요즘 한 주에 3~4일은 1일 1식만 하고, 나머지 3~4일도 2식 정도만 한다. 일주일에 10~11끼 먹는 셈이다. 식사 시간 외에는 물과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월~목 나흘 중 사흘은 1식을 지키려고 한다. 보통 월, 화, 수 연속으로 1식만 하게 되면 목요일쯤 자동으로 맥도날드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식을 하는 날은 저녁식사만 한다. 1식을 점심으로 한다는 건 밤잠을 포기한다는 것과 진배없다. 저녁식사를 1식을 하게 되면 하루 종일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틸만하다. 점심을 먹어버리면 그날의 식사는 끝났다는 좌절감에 위축될 수 있다. 이 부분을 비교실험해 본 바는 없고 아내랑 식사할 시간이 저녁밖에 없기도 하고 한 주에 최소 2회는 음주를 해야 살 맛 나는 알코올중독 경증이 있는 터라 저녁식사를 1식의 메인으로 잡았다.

 

 하루에 먹는 끼니 수 보다 중요한 건 공복시간이다. 1식을 하는 날은 보통 저녁 7~8시에 식사를 하게 되는데 다음날 오후 5시쯤 프로틴 음료를 챙겨 먹으니 약 21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2식을 하는 날도 최소 공복시간을 14시간으로 잡는다. 전날 저녁 8시에 식사가 종료되었다면 다음날 점심을 아침 10시 이후에 먹는다. 이런 공복시간 유지를 통해서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을 개선하고 신진대사를 최적화하며 오토파지 현상을 활발하게 한다. 한 끼의 식사도 반드시 채소-단백질-복합탄수화물 순으로 식사한다. 절대 식사량 감소에 따른 단백질 손실은 프로틴 음료의 도움을 받는데, 흡수가 느린 카제인 단백질이 함유된 제품으로 보충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는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주로 묻는 질문은 어떻게 배고픔을 참느냐인데, 약 4년 전쯤에 24시간 단식을 시도하다가 현기증을 느끼며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고통을 모른다고 할 순 없다. 다만 결혼 후 아침식사를 거르기 시작했고_때마침 오피스 근로자는 아침식사가 뱃살만 쌓는다는 기사도 봤기에_자연스럽게 1일 2식을 몇 해간 해왔다. 빵이나 군것질 류의 간식은 일부러 주변에 두지 않다 보니 찾지 않게 되었다. 2년 전부터 점심은 서브웨이를 주로 이용했는데 지난해부턴 샐러드 비중이 높은 도시락을 갖고 다니며 식사를 했다. 올봄부턴 한번 패싱 해볼까 라는 두서없는 추진을 통해 한 끼만 먹어도 하루가 돌아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나름 몇 해 간의 조정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거꾸로 점심을 먹는 날에는 약간의 거북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메뉴에 따라 다르긴 하다). 나름 정리하자면 1일 1식도 나름 할만하니까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꼭 지키려고 하는 게 하루 최소 7시간의 수면시간과 운동이다. 저녁 8~9시면 잠드는 아이를 모시는 집이다 보니 요즘은 10시 반에 잠들어서 5시 반에 일어나 조깅을 하거나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을 가기 위해 준비한다. 출근준비로 바쁜 시간대라서 운동시간은 기껏해야 30분 남짓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야 몇 배 낫겠다는 생각에 일단 하고 있다. 이마저도 금요일쯤 되면 피곤하다는 핑계로(어쩌면 숙취일 수도 있다) 운동을 안 나가는데 월요일이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운동화를 신는다. 작심 4일 정도를 매주 반복하고 있다. 1일 1~2식을 하는 사람에게 근력 운동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을 크게 의식하고 있진 않다. 그래도 체중과 허리둘레 길이는 줄고 있긴 한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올해 건강 검진 결과로 보기엔 최근의 습관이 주는 영향력이 한정적일 것 같아 내년도 건강검진이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긴 하는데, 요즘 식습관이 너무 좋아서 놓치기 싫다. 개인 시간도 늘어나고 한 끼의 식사가 주는 기쁨이 더 커져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부디 지금의 방법이 나를 좀 더 젊고 건강하게 유지시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4.10.28


#이처럼사소한것들

일상이란 늘 평범하고 너무나 반복적이라 큰 의미 없이 흘러간다고 느낀다. 그런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우리가 조금씩 더하는 사소한 관심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 모두 거창한 영웅담을 쓸 수는 없지만 “나”라는 사람의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그들 삶의 일부가 되고 나아가 더 넓은 세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상상도 꽤나 즐거운 영웅담이다.


마케팅이 발달하면서 시의적절한 광고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몇 해 전만 해도 동물 구호 단체의 기부 광고가 자주 나오더니 요즘은 아이들을 도와 달라는 배너가 자주 보인다. 며칠 전에는 차마 지나칠 수 없는 광고를 보고 정기 기부를 신청해버렸다. 혹자는 이러한 광고가 기부를 종용하기 위한 ‘빈곤 포르노’라고 비판하지만, 곰팡이가 가득한 집에서 나뒹구는 100일 남짓 된 신생아에게 기저귀 한 묶음이라도 전해질 수 있다면 그 상술에 휘말릴 용의가 있다. 나 혼자만의 선택과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겠지만 나의 미미한 관심이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나둘 모인 작은 관심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상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니, 소중하게 느껴야만 한다.

2024.10.30


#바빌론

번잡한 세계에서 스타부터 잡부까지 모두가 그려내는 수많은 순간들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이어진다. 이들이 빚어낸 영광의 장면들은 멀리서 보면 모두 사소해 보이지만, 그 사소함이 모여 역사를 만들고 존경을 이끌어낸다. 이런 흐름은 비단 영화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영화 <1987>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며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것처럼(물론 강동원은 자신의 존재로 그 당위성을 만들어냈지만), 우리 역시 매일의 사소한 순간을 쌓아가며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가는지도 모른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다섯 살 때부터 비디오 가게를 참 열심히 드나들었다. 가장 자주 빌려본 영화는 성룡 영화였지만, 비디오 가게에서 어떤 영화를 고를지 고민하는 순간들조차 행복했다. 어렸을 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영화배우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잘생긴 사람만 영화배우를 할 수 있다’는 선입견에 갇혀 자체검열을 거쳐 묻어두었다. 대신 영화에서 항상 멋지게 나오는 “형사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겁 많고 유약한 기질에 휘발되었다. 게다가 동네에서 본 경찰 모집 공고문에 ‘적녹색 색약은 지원에 제한이 있다’는 문구를 보고 현실에서 폴리스 스토리를 찍는 꿈은 일찍 접었다. 그렇게 비집고 나온 꿈이 영화 평론가였고, 어린 나이에 씨네21을 참 열심히 읽었다. 그 당시에 직업 세계를 다양하게 알았다면 다른 세상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영화 산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작게나마 남아 있다. 한창 이직을 고민하던 30대 초반에는 영화사 회계팀 공고를 찾아보기도 했다. 얼마나 멀리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 화려하고 번잡한 세계에 기웃거려보고 싶다.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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