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호프맨, 반달 뜨는 꽃섬) 시집을 읽는다.
시 속에는 시인이 25년 동안 해외에서 살아온 이방인의 삶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녹아있다. 그리고 인간이면 모두 겪는 고독과 외로움도 담겨있고, 꿈을 접었던 이야기도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시작한 이야기도 있다.
호프맨 시인은 시로 나는 누구인가를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처럼 한때는 아팠고 한때는 울었던 시인, 한때 피아노를 치던 사람, 다시 피아노를 치는 사람, 한때 시를 쓰던 사람, 다시 시를 쓰는 사람이기에 '글쓰기 피아노 해바라기처럼'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피아노 뚜껑을 열고 건반을 보면
해바라기 수천 개의 씨앗의 얼굴을 만난다
그 얼굴이 음악이 되어
–중략-
피아노는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꽃이다
글쓰기는 해바라기 씨앗처럼
작은 글자들 수천 개 수만 개 음색을 품는 작업이다
-중략-
문학도 예술도 해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글쓰기 피아노 해바라기 중에서-
시인은 예술이 해를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예술이 삶에서 나오니 삶이 또한 해, 바라기일 것이다. 시인은 가가족을 사랑해서 가족바라기가 되었고 시를 좋아해서 시바라기가 되었고 피아노 연주하기를 좋아해서 피아노바라기가 되었다. 그 바라기 삶에서 벗어나 지금은 시인이 되어 시를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산다. 시인은 몇 년을 더 가족바라기를 해야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 그날을 꿈꾼다.
시인이 우리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을 바라기 하며 그것 주변을 빙빙 돌지만 말고 '하나의 해바리가가 웃게 되는 고귀한 창작'*을 하라고 우리에게 한 통의 엽서처럼 이 시를 보냈을 것이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며 바라기 하는 삶에서 하는 삶으로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는지 나를 돌아본다.
‘나는 누구인가’ 시집 부제처럼 ‘피아노 치는 시인’으로서, 시인은 멀리 베트남에서 서울로 날아와 2025년 10월 25일, ‘나는 누구인가’ 시집 발간 기념 북토크에서 피아노 연주를 한다. 시인이 연주하는 음악 속에는 20대의 방황하는 그도 들어있고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그도 들어있고 2000일을 매일 글을 쓰는 그도 들어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사랑도 들어있을 것이라 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글쓰기 피아노 해바라기처럼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