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재미있어야 하고 읽고 나면 가슴에 찡하게 남는 게 있어야 해요.” 조경숙 작가의 글에 대한 신념처럼 “고바우 일기”는 읽을 때는 재미있고 읽고 나면 잘 만들어진 휴먼 드라마 한 편을 본 듯 가슴이 간질거리는 책이다.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지 않은 진솔한 언어로 쓰인 시를 보는 느낌이다. 편안하게 읽으며 작가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고 나의 어린 시절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다.
“고바우 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작가의 신창초등학교 동무들로 어머니 뱃속에서 육이오 전쟁을 보낸 전쟁동이 들이다. 감꽃 목걸이도 하고 풀반지를 끼면서 보낸 초등학교 친구들이 2015년 두 번째 서른다섯 살을 보내며 톡으로 다시 만났다고 했다. 나이에 관계없이 대부분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초등학생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고바우는 단체 카톡방 이름이다. 만화가 김성한의 4컷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생각하게 하지만 완전 다른 뜻이다. 붕데미에 있는 2학년 때 소풍 갔던 절이름 ‘고바우’란다. 군북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곳이다. 고바우에서 신창초등학교 동무들은 버킷 리스트를 지워 나가며 신나게 뛰어놀고, 누룽지 긁는 숟가락을 박하 엿으로 바꿔 먹은 추억이 고스란히 책에 실려 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보따리’라는 작가의 말이 책을 보니 그대로 이해가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현재의 삶이 시처럼 함축적인 말로 잘 정리되어 있어 쉽게 읽히지만 행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제안하였고5년 넘는 시간을 톡으로 만났지만 책을 낸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작가는 고바우의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 톡의 대화를 책으로 엮자고 제안 하였고 우려했지만 모두가 만족한 멋진 책이 되었다고 했다.
저자도 처음으로 내는 책이었다. 어릴 때 문학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K-장녀였기에 자신의 꿈을 풀어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흔이 넘어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듬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태고 시도 쓰고 다른 사람의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담아 한 권으로 묶어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아름다운 도전의 성공적 열매이다.
저자는 칠순이 넘었지만 책 내용이나 구성은 젊었다. “고바우 일기”에는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앞마당 오른쪽 남새밭 옆 우물가에서 달맞이 꽃잎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 감성과 부끄러워 못하고 살았던 말에 대한 아쉬움과 시 읽는 마음과 시를 쓰는 언어들이 힘든 삶들을 단순하고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힘든 현실 때문에 잃어버린 동화를 다시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