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 Jun 29. 2021

엄마가 모바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3

중구난방 아이템전

이 게임에는 빨리 달려서 승부를 보는 '스피드전'과, 아이템으로 상대편을 공격하며 경쟁하는 '아이템전'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템전을 하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초보도 1등을 할 수 있으니까. 게임 기술이 중요한 스피드전보다는 운이 작용하는 가지고 있는 게 뭐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아이템전이 우리 팀에게는 잘 맞았다.


"아, 물풍선 누구야!"

"나다."

"앞에 내가 있는데 쏘면 어떡해..."

"그러게 왜 거기 있었냐."


그렇다고 해서 아주 문제가 없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템전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일정 시간 간격으로 필드에 소환되는 아이템을 먹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의 게임'이었다.


레이싱 게임답게 앞에 가고 있는 사람을 공격해서 내가 앞으로 가는 게 주로, 공격 아이템과 방어 아이템, 상대방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견제 아이템, 그리고 필드에 두고 밟게 해서 공격하는 설치형 아이템이 있었다.


공격 아이템과 방어 아이템은 문제가 없었다. 팀전이면 알아서 상대방을 잡아 캐치해서 쏴 주는 전자동(?) 시스템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대편 내편 가리지 않고 공격이 설치 아이템과 견제 아이템이 문제였다.


엄마 제발, 자석만은 쏘지 마요...


아직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템의 용도를 잘 모르는 엄마는 무작정 아이템을 나에게 날리며 공격했다. 특히 '자석'이라고 하는, 앞에 있는 사람을 뒤로 끌어당기는 아이템을 자주 썼다.


이거


자석 때문에 잘 달리다 역전패를 당하니 조금 억울해진 나는 엄마에게 자석만은 조심히 써달라고 했지만.


"다 조그매서 잘 안 보여."

"그거야 뭐... 어쩔 수 없지."


하긴, 틀린 말은 아니다. 조그만 화면 속에서 상대편 찾기도 힘든데 우리 팀은 어련할까. 사실 내 눈에도 잘 안 보인다. 이 모든 건 엄마가 아닌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과 캐릭터들 탓이다. 넥0은 각성하라.


"언니는 또 왜 이래..."

"ㅋㅋㅋㅋ."


언니가 자석을 쏠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게임을 잘 아는 언니조차 나한테 자석을 쏘기 시작한 건 영 달갑지 않았다. 아마 엄마가 쏘니 같이 따라 쏘는 거 같은데, 하나도 버거운 자석을 두 개 동시에 맞는 말단 생각을 좀 해줬으면 한다. 안 하겠지만.


이로서 나는 뒤에서 자석을 쏘는 팀원들에게 매번 당하며 남들이 전진할 때 자체적 후진을 하는 꼴이 되었다.


"자석? 이거 조준 어떻게 해?"

"너도 그냥 써~"


엄마와 게임을 시작한 지 2주째.


상대편과의 싸움이 아닌 우리 팀과의 싸움이 되고 있었다.


엄마의 현란한 드리프트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모바일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