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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리 May 20. 2021

아빠가 죽어도 난 안 울 것 같아.

알츠하이머


'아빠가 죽어도 난 안 울 것 같아.'


초등학교 때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 내 눈엔 정말로 눈물이 맺히지 않았다.


아빠의 죽음 앞에서도 별 감정 없었던 나를 벌하시려는 걸까? 신은 아빠를 데려가지 않으시고 '상세불명의 치매'라는 병명과 함께 나와 엄마 곁에 남겨두셨다.


가정과 아내에게 무심한 남편, 권위적이고 매질하는 아빠, 그게 우리 아빠였다. 그런 남편과 아빠의 대소변을 매일 받아내야 하고 씻겨야 하고 밥을 먹여야 한다. 그뿐인가? 고집 피우고 밥과 약을 먹지 않으면 얼러야 하고 새벽마다 밖에 나가겠다는 아빠를 말려야 한다. 생전 듣도 못한, '신박하다'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욕을 들어야 하고 그 욕을 남에게 하면 대신 사과해야 한다.동정의 말과 눈길을 보내는 지인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고 저소득층과 장애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비정상이고 미쳤는지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서막일 뿐.


"요양원에 보내. 나는 내가 늙어도 자식한텐 짐 안되고 요양원으로 갈 거야."


주위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나 역시 도저히 못 참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요양원에 전화도 수차례 해봤고 아빠에게 이렇게 속 썩일 거면 요양원으로 가라고 소리 지르며 협박도 했었다.


그런데 엄마와 나는 14년째 버티고 있다.


아빠가 요양원에서 구박받으며 사는 상상조차 못 견디는 마음. 책임감. 그리고 간혹 보여주는 아빠의 웃음.


이름 모를 복잡한 감정들과 책임감, 그리고  웃음이 우리의 발목을 잡아 엄마와 나의 꿈과 바꾸고 하루하루 14년동안 그냥 견디며 살고 있다.


나의 기록에 아름다움은 더러운 진흙밭에  방울맑은 물만큼  추하고 끔찍할  같다. 나는 계속   방울을 찾으며 살겠지만  괴로움이 우리와 같이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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