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림 Oct 05. 2024

푸바오 없는 푸바오 여행 - 1. 김빠진 콜라처럼

급박하게 일정변경을 하고 나니 기운을 다 쓴 것 같았다

푸바오 있는 곳이 산사태로 오도가도 못한다니, 일단 숙소부터 변경을 해야 했다. 중국은 위챗이라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가 있어서 거의 모든 사람이 쓰고 있고, 푸바오를 보게 된다면 픽업이나 티켓 예매를 부탁해야 해서 이미 메신저에 목월청람 호스텔의 주인장을 추가해둔 상태였다.


연락을 해보니 자연재해로 정신이 없을 텐데도, 이틀 뒤 예약을 플랫폼에서 취소하면 취소 승인을 내주겠다는 답변을 해주고 취소 승인도 해주어 여행자 입장에서는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취소한 날은 청두의 다른 호텔에 숙박 예약을 해야 했는데, 하필이면 반려인이 강제로 푸바오를 보게 된 처지니 지쳤을 몸을 잘 쉬라고… 평소라면 숙박하지 않을 것 같은 최고 번화가 노른자땅 비싼 호텔에 예약을 해둔 것이다. 그리고 타오바오에 자질구레한 차도구 같은 것들을 주문하고 호텔 프론트에 받아두라고 한 상태였다. 반려인에게 연박을 할까 다른 호텔을 1박 예약할까 물어봤더니 왕복 택시비 아끼니까 연박을 하자고 했다. 맞는 말인데… 슬펐다. 아무튼 여기도 이메일로 물어보니 취소를 하고 재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여기는 3일 전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승인 없이도 취소 후 2박을 재예약할 수 있었다. 니콜로 호텔 같은 경우 숙박 플랫폼보다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더 좋은 가격을 제공하고 있고, 카드번호를 넣어도 실제 결제는 숙박 후 일어나기 때문에 호텔 공식 홈페이지로의 예약을 추천하고 싶다.


니콜로 호텔 청두 홈페이지 https://www.niccolohotels.com/en/niccolo-chengdu

호텔 공식 홈페이지로 예약하니 1박에 30만원 정도였는데, 서울 도심구역이라면 4성급… 정도 예약이 될까? 싶은 가격으로 너무 좋은 시설에 많은… 친절에 기반한 서비스를 받았다. 심지어는 이게 뷔페식 조식 포함 가격이라, 비행기 티켓만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호캉스로 가는 것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이 호텔은 위챗으로 고객문의를 받지 않는 대신, 호텔의 contact 페이지의 메일폼을 이용해 이메일로 문의나 요구사항을 보내면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답변을 준다. 그리고 중국어를 모르고 내부 시스템을 사용하기 어려운 외국인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https://www.niccolohotels.com/en/niccolo-chengdu/contact-us​​


그래서 결국… 푸바오라는 목적지를 잃어버린 푸덕이는 뭘 해야 하는가…? 거기 비가 많이 왔다는데 다른 근교 지역으로 이동은 괜찮은 것인가? 에 대해서까지 호텔에 직접 물어봐야 했다. 중국 본토 여행에 대한 한국어 정보가 거의 없는 탓이었다. 호텔에서는 친절하게도 시내 관광이 가능한 곳들에 대한 정보 pdf를 보내주었다.


호텔과 중국 여행 경험이 있는 지인들의 도움도 받아, 하루는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변검 공연을 보기로 하고, 하루는 청동기 시대의 근래 새로 발견된 문명의 유물을 전시했다는 삼성퇴박물관에 다녀오기로 했다.


중국도 모든 예매시스템이 디지털화되어 있어, 보통 티켓 구매를 앱 서비스를 통해 사전에 한 뒤 가는 것은 한국과 동일하다. 그런데 한국도…? 그러려나?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이 되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중국 현지 통신사의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공연 티켓이든 박물관 입장 티켓이든 공항 버스 티켓이든 정말 아-무-것-도 살 수 없다. 중국은 통신망 자체에서 유튜브,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같은 한국인이 이용할 만한 커뮤니티 서비스가 많이 차단되어 있어 보통 한국사람들은 단기여행이라면 로밍을 많이 해가게 되는데, 중국 현지 시스템에서는 모든 절차에서 휴대폰 인증을 요구하며 +82-10으로 시작되는 핸드폰번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 미리 준비해서 갈 수 있는 건 알리페이와 위챗을 설치한 다음 신용카드를 몇 장 등록하는 것과, 고덕지도라는 현지의 네이버지도/카카오맵같은 앱을 받아 비록 가입 및 로그인을 할 수 없을 지라도 갈 위치를 즐겨찾기하는 것이다.(이 앱은 비로그인 사용자에게도 즐겨찾기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가입은 안시켜주지만 즐겨찾기는 할 수 있는 고덕지도

왜냐면 여기도 한국처럼 구글 지도가 썩 정확하지 않아 로컬 업체 지도를 써야 해서 그렇단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호텔에 굉장히 많은 것을 요청해야 했다.


1. 타오바오에서 주문한 택배를 받아줄 것(중국 현지 주소와 컨시어지의 전화번호를 요청해야 택배를 수령할 수 있다. 타오바오 택배기사 여러분들은 전화 걸어서 연결이 안되면 배달 안해주고 그냥 가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2. 변검 공연 티켓 예매

3. 삼성퇴박물관 티켓 예매 (이 경우는 신분증이 필요해서 이메일로 여권 사진을 찍어 보냈다)

삼성퇴박물관은 청두 시내와 약 100km 떨어져있는 곳에 있기 때문에 오가는 차도 필요했는데, 리무진과 여행사 차 및 운전기사 대절 및 택시 콜 등 많은 옵션을 제안했고 결국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비용이 제일 싼 택시를 선택하게 되었다.

티켓같은 경우는 호텔 직원이 직접 예약해준 뒤, 알리페이 QR코드 이미지를 받아서 페이에 인식한 뒤 직원에게 직접 송금했다. 우리 이렇게 막… 개인한테 막 시켜도 되는 거유?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중국을 다니려면 익숙해져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다음에는 난 그렇게까지 유튜브 안해도 되니 유심을 하나 사갖고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


여기까지 하는데 메일이 여러번 오갔고, 출국 이틀 전 밤에 이걸 할려니 정말 기운이 쭉 빠졌다. 짐도 전부 다 새로 싸고, 당일에 인천공항으로 가긴 갔는데… 이건 기대도 안되고…. 지치기만 하고….. 울고 싶었다.

그래도 10년만에 맛본 기내식은 맛있었다.

우리의 일정은 일단 밤 11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첫날에는 공항에 딱 붙어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과연 중국의 입국심사는 굉장히 확인절차가 많아서(양손 열손가락 지문을 다 받는데 인식도 잘 안돼! 공항 직원분이 멋슥 한 뒤 지문을 닦아주며 이리저리 츄라이를 했다. 우리는 그 뒤로도 이런 일을 늘 겪게 되었다.) 많지도 않은 인원수에 비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일단 수많은 푸바오와 푸덕이 유튜브에서 나왔던 빨간색 글자의 웰컴투청두가 나오는 입국장까지만 나오면, 그때부터는 큰 인포그래픽에 핫핑크색 픽토그램이 그려져있는 酒店-hotel만 따라가면 초행자라도 쉽게 호텔을 찾을 수 있다. 호텔의 이름은 영어로는 joyhub cheer hotel. 현지어로는 天府空港悦享酒店(天府机场店)이다. 대만도 그렇지만 모든 호텔의 이름을 현지어로 알아두는 게 좋다. 호텔 간판에는 대문짝만하게 영어로 박혀있을지언정, 영어로 검색하거나 사람한테 물어보면 절대로 모른다는 사-실! 알아두셔야 중화권 여행을 쾌적하게 할 수 있고요.


아무튼 호텔을 찾아갈 때 바깥공기를 안맞아도 되니 매우 쾌적하다. 중국은 공항 호텔 직원도 영어를 못한다는 도시전설과 달리 영어도 매우 잘 해서 무리없이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린 지 한 시간만에 호텔 방문을 열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해외여행 역사상 기록인데?


분명히 성인 두 명으로 예약했지만, 헬로키티가 그려진 이불과 함께 키즈 물품이 가득한 패밀리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시설의 모든 것이 깨끗하고 좋았다. 일본이나 한국 대비 내는 돈에 비해 공간이 넉넉하다. 바깥은 무시무시한 열대야였지만, 에어컨도 빵빵하니 잘 나온다. 하지만 티비방송은 cctv만 열두개… 마치라잌 kbs 12개에 서울방송 대전방송 경기방송 부산방송 제주방송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서 재미는 좀 없었다.

이 호텔의 특이점이라면 역시 매트리스가 엄청 편하다. 여기서라면 영원히 잘 수 있을 것 같아….도대체 뭘 쓰는지 진짜 궁금하다.


하지만 조식은 포함이니까 잡숴줘야지. 푸바오도 못보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어! 이동네 호텔은 다 12시 체크아웃이라 느긋하다.

열심히 중식 조식을 먹었다. 이 호텔 음식 맛있는데, 오히려 중국 음식 자체에 있는 향신료에 대한 호불호가 더 많은 것을 결정하는 듯 했다. 흥선대원군 입맛인 반려인은 별로라고 했지만, 나는 진짜 맛있게 배를 두들기며 먹었다.


조식을 먹은 뒤, 허허벌판에 지어진 공항 내 호텔의 마약침대에서 또 한숨 자고 11시 40분이 넘어서야 느긋하게 공항버스를 타러 호텔을 나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