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두 명만이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오후 세시쯤, 서점을 다 봤으니 이제 슬슬 조식먹은 배가 꺼져 건너편 IFS 빌딩에 있는 광동식 딤섬 레스토랑 점도덕에 가기로 했다. 이 레스토랑은 프랜차이즈이고, 아이고 우리 흥선대원군 입맛 인간이 이제 마라는 쳐다보기도 싫대요 하니 추천받은 곳이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한 점이 있는데, 기본으로 우려주는 차가 엄청 맛이 없단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개인이 가져간 찻잎을 가져가서 우려달라고 하면 추가 차지 없이 우려주고, 어떤 외부 음료도 금지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일단 위씨철관음을 시키며 받은 사은품 찻잎을 10g 준비했다. 하지만 날씨가 워낙 더워서 1층에 있는 헤이티에 들러 음료수를 사갖고 가기로 한다.
주문 후 세월아네월아 기다린다. 25분을 기다려서야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한국은 춥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째서~?
헤이티를 찾는 것도 좀 헤맸기 때문에 레스토랑에는 거의 저녁식사 가까운 시간에 입장하게 되었다. 그래도 여기는 QR로 주문하는 곳이라 다행이지만 음식들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집안 흥선대원군에게 한판 고르라고 하고 두번째 주문을 내가 했던 것으로.
음식은 깔끔하고 맛있었고, 한국 딤섬집들보다 양이 많다. 메뉴 8가지 시켜먹었고 300위안대를 지불했다.
원래 어떻게든 두보초당을 갔다올까 했는데, 오후 5시 반이 넘었음에도 역시 야외에 판다체질 인간이 다닐만한 기온은 아니라 포기했다. 대신 아저씨가 좋아할만한 전자상가나 전자제품 판매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쭉 타이구리를 걸어서 유명한 사찰 건너편에 있는 사천 전통 제과점에서 과자를 사서 호텔로 복귀 후 짐을 찾아 IFS 판다 궁뎅이 앞에서 공항버스를 탄다. 까지를 일정으로 잡았다.
얼레벌레 전자상가와 슈퍼마켓을 구경하고 사찰 앞까지 오니 입장이 끝나 있었다.(다섯시까지) 뭐 주 목적은 과자니까 길을 건너 제과점에 가서 아묻따 팅부동을 외치며 파파고로 미리 준비한 문장을 들이밀었다. “제가 오늘 한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내일 새벽에 도착할 건데,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고 집에 갈 때까지 상할 염려가 없는 과자를 몇 가지 추천해주세요.“ 어차피 우리는 봐서 골라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오마카세 가챠로 간다아~~~!
과자를 사고 나니 판다… 아니 판다 체질 인간의 컨디션이 굉장히 나쁘다! 이럴 때는 모든 것을 중지하고 시원한 곳에 들어가 앉아야 한다. 비행기는 12시 5분이고, 아직 7시니까 괜찮다. 타이구리 2층의 그럴싸한 찻집에 들어가 망고주스를 하나씩 시켰다.
음료가 주문 40분 뒤에 나왔다. 카운터에 아무도 재촉하거나 싸우는 사람을 발견하지는 못했는데…. 한국인만 30분 넘게 안절부절했다. 주말 저녁이라 공항가는 버스가 막힐 텐데 일찍 타야 되지 않겠냐고 한다. 40분만에 나온 음료를 3분만에 원샷하고 찻집을 나섰다.
7시 45분에 일어나, 조금 일찍 호텔에서 짐을 찾고 판다 조형물 바로 밑의 공항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이미 버스는 와있다. 다만 이번에도 공항버스비 15위안을 지불하는 것이 문제였다.
반려인이 굉장히 자신있게 교통카드 QR이라고 발급한 건 찍히지 않고, 아무튼 티켓을 전화번호 인증을 해서 사야 하는 상황인가보다. 그래서 버스에 올라탄 상태로 팅부동을 외치고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래서 직원이 어떻게 해줬냐면… 자기 것인 듯한 핸드폰 번호를 입력해서 그 단계를 넘기고 위챗 결제를 해주었다. 이거 인증번호 입력같은 건 안해도 되나봐….
뭐 5분 남짓 이러는 사이 우리 뒤에 10명 넘게 줄이 쫘악 섰고 중국인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으나 한국인인 반려인은 뒤에서 울기 직전이 되어 있었다.
버스 안에서 안늦어, 왜냐면 첫날 호텔 티비에서 국제공항 스케쥴을 봤는데 저기 국제편이 하루에 6-7편밖에 안되거든.. 같은 소리를 하며 반려인을 애써 안심시켰다. 다행히 버스는 고속도로 정체 없이 쾌속으로 달려 1시간 20분만에 텐푸 국제공항에 내려 주었다.
좀 넉넉한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입장 짐검사를 하고 짐을 정리하고 쉬고.. 어쩌고 다시 중국공항 절차 어쩌구들… 을 진행했더니 출국장에는 딱 보딩패스 시간 20분 전쯤 도착했다. 일단 출국을 위한 짐 검사가 복잡하고 터무니없이 공항이 넓어서 이동시간이 한세월 걸리는 탓이다. 특히 탑승구간 간격이 한국 두배이기 때문에 기진맥진하며 걸었다. 출국장에도 카트를 제공하는 이유가 있다.
11시 20분, 출국장에 와서야 차용으로도 많이 쓴다는 농부산천 생수를 갈증해소용으로 겨우 마실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새벽에 도착했고, 아침에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푸바오가 이끈 여행은 끝났다.
중국은 초행이었고,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안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에 팅부동러인데 도와주세요! 해야 하는 부끄러움만… 타파한다면.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조급함을 참는다면. 중국이라는 국가가 만든 시스템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너무나 불친절했지만, 중국인 여러분들이 너무 친절해서 감동받았다.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사실 말 못하는 동양계 외국인 객들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지 않기에. 특히 니콜로 호텔 컨시어지 여러분 이런 진상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푸바오를 보러 또 가겠습니다. 그때는 푸바오의 무사와 행복을 볼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