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자기 객관화를 하는 시간
· 3 차수: 1월 2일 ~ 1월 11일
기대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도 앞섰던 3차 미션을 수행할 시간이 왔다. 이번 주부터는 이력서와 셀프브랜딩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을 정리하는 것뿐인데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거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한 일을 정리하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인데도 뭔가 매력적인 이력서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과 경험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객관적 시각에서 냉정히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것도 참 어려웠다.
'이걸 읽을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문서다! 이 문서를 읽고 내가 궁금해지게 만들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길 당부받아 솔직하게 마주해 보기로 했다.
1. 나의 장점, 단점, 강점, 약점은 무엇일까?
- 내 장단점, 강약점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데 작성하려니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제일 어려운 내용이기는 했는데 이걸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았다. 과시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겸손을 떨 내용은 아닌 것 같아 나름의 피력을 해보기로 했다.
2.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장단점과 강약점
- 장단점은 자매들을 통해 받아냈고, 15년 넘은 친구들에게도 요구해서 아주 대략의 답변을 끌어냈다. 친구여도 역시 남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그동안 일하면서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정리해 봤다.
3. 나의 프로젝트, 성과와 기여도, 배움 정리
- 경력이 짧진 않으니 뭔가 하긴 했는데 도대체 뭘 했다고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물론 성과가 좋고 잘난 프로젝트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겠지만, 성과라고 할만한 게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심란해졌다. 그래도 회사 매출 성과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성과(=배움) 으로 치환하다보니 써지긴 했다.
· 1월 2일부터 11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다. 다짐했고, 실천해 내는 것에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중이다. 먹는 것까지 제한하기엔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서 16시간 공복 유지로 간헐적 단식을 다시 시작했다. 의식적으로 물 1.5L는 마시려고 노력하는데 적어도 1L는 마시는 중이다.
·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세 권 중 <기브 앤 테이크>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완독했다. 둘 다 ebook으로 도전했었는데, 잘 읽히지 않아 종이책으로 다시 읽어서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다. 역시 종이책이 주는 느낌은 대체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 아이패드 인물화 드로잉 수업에 꽂혀서 앉은자리에서 5시간 동안 그려냈다. 완성하니까 이걸 내가 그린게 맞나 믿기지 않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졌다.
· 3차 미션지를 받아 들고 회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생겼다. 앉아있는 시간에 비해, 완성된 것이 눈에 잘 안 보여서인지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다. 누워서 넷플만 보는 일상을 하루 정도 실천했다가 더욱 무기력에 빠져버렸고, 무조건 책상에라도 앉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 미션지와 함께 공유받은 이력서 양식을 열심히 채워놨는데, 노트북이 다운돼서 매우 식겁했던 날도 있었다. 정말 열심히 채워가던 거라서 다 날린다는 생각이 들자 엄청난 멘붕에 빠져버렸다. 복구를 못하면 이건 보잘것없는 이력서였을 테니까 다시 쓰라는 신의 계시다!라고 정신승리를 했지만 솔직히 진짜 그랬다면 3차를 보내는 동안 의지를 잃어버렸을 것 같다. 다행히 복구는 되었지만, 노트북의 앞날은 장담 못하는 슬픈 통보를 받았다.
· 닭발 먹기도 실천했다. 사당까지 나들이했지만 모처럼 먹는 닭발 정말 맛있었고, 2차도 완벽했던 훌륭한 마무리였다.
·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던 두 분이 모두 첫 출근을 확정 지었다. 그래서 조급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난 이제야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는데 시간 투자도 안 하고 조급증이 도져버리다니 도둑놈 심보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집중하기로 했다.
· 쓰면서 고민되던 부분도 많고, 막막함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됐건 나는 매력적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 경험과 프로젝트들이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참여한 모든 멤버가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던 경험에서의 배움을 계속 되뇌다 보니 성과가 없어 내놓기 부끄러운 프로젝트라 생각했던 게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조건 성과가 있어야만 잘한 것이다 생각했는데, 성과는 없어도 나는 실제로 많은 일을 했고 배워서 다른 일에서 적용하고 있으니 꽤 괜찮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건 회고 중, 느낀 점을 발언하는 자리에서 말해놓고 나니 '내가 이 차수에서 배운 게 이거구나'라는 걸 깨달은 부분이다. 그 말을 뱉기 전까지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말하면서 스스로 깨우침을 얻는 자리라니. 또 한 번 회고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 회고 때마다 우리의 미션지를 공유하는데, 다른 분들 것을 보고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어떻게 더 디벨롭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사실 막막하고 작아지는 느낌에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쌓여갔었고, 그 마음이 나태로 이어지려던 찰나에 원동력을 얻은 기분이었다. 내 시각에만 갇혀 매몰되지 않고 빨리 물어보고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