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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Dec 27. 2023

총량 불변의 법칙


누구나 저마다의 고민과 생각을 안고 살아간다. 표면에 드러낼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냐의 차이지 내가 하는 생각이 세상에서 제일 무겁고, 버겁게 느껴지다가 고민이 사라지면 매너리즘에 빠져 ‘고민 없는 게 고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하곤 한다.


올해의 내가 그랬다. 흘러가는 대로 살며 고민이 없는 상태였고, 올해는 감히 나의 호시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하게 지내왔다. 그렇게 잘 마무리할 준비만 하고 있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미납 고지서가 날아왔다. 마치 나에게 배당된 감정과 생각들을 다 하지 못했으니 채우지 못하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하듯.


갑작스레 찾아온 일 때문에 나는 매일 고뇌해야 했고, 슬퍼하며 눈물도 흘렸고,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휘몰아치는 감정과 생각들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었다.



올해 이 정도로 생각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그러면서도 나에 대해서, 내 주변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돌아볼 수 있던 시간을 가진 게 올해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이 새로울 수는 없지만, 지루하지 않았기에 현실에 안주하며 정말 살아지는 대로 생각했는데 더 이상 익숙함에 속지 말라는 신호를 받은 기분이었다. 이런 순간들이 내게 찾아오는 것은 주변의 소중함과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더욱 진하게 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생각의 과정을 겪게 한 일들이 힘들긴 했지만 나쁜 경험은 아니었으며, 그로 인해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했으니 스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매년 해야 하는 생각과 고민의 양은 어쩌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이런 시간을 가진다는 게 너무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어떤 부분에서든 순간순간 고민할 시간들이 주어지는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은 지나갔어야 할 시간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정신승리를 해내본다!


(물론 그 시작이 슬픔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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