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림프맨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나
"왜 예쁜 한국 여자들은 못 생긴 남자 하나를 두고 싸우는 거야?"
여행에서 만난 외국인 남자가 나에게 물어온다.
"무슨 말이야?"
"혜리랑 한소희 말이야. 엄청나게 못생긴 남자 하나를 두고 두 미녀가 싸우잖아"
"맞아. 맞아. 한국 여자들은 못 생긴 남자들을 좋아하나 봐"
이 정도면 실시간에 가깝다. K-팝, K-컬처에 이어 K-가십을 머나먼 타국땅에서 듣게 될 줄이야.
대체 왜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서까지 유명할까. 그 정도 삼각관계가 외국이라고 없겠냐마는 아마도 너무나 빼어난 두 여자 연예인의 외모 대비 초라한 류준열의 얼굴 때문에 시각적 각인이 되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그가 보여주는 3인의 얼굴이 나온 게시물 속의 류준열은 평소보다 더 못생겼다.
"에이. 류준열 얼굴이 더 못 나왔네. 이렇게까지 못생기진 않았어. 그리고 키도 크고 몸매 비율이 엄청 좋아서 어떤 패션이든 잘 소화해.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남친룩의 정석을 보여주는 연예인이었다고"
류준열 안 좋아하는데... 어느덧 그를 변호하고 있다.
곁에 있던 다른 남자가 끼어든다.
"중국에서는 그런 남자를 쉬림프맨이라고 불러"
"쉬림프맨? 그게 뭐야?"
"얼굴은 못생기고 몸매는 좋은 남자"
"엥? 왜? 새우 머리가 그렇게 못 생긴 건가?"
새우의 굽은 등을 생각하며 물었으나, 예상치 못한 그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졌다.
"새우 먹을 때 머리 따고 먹잖아. 머리 따고 먹으면 맛만 좋다"
한참을 웃었는데,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이거 이렇게 넋 빠져라 웃어도 되는 얘기인가? 생각해 보니 15년 전만 해도 이런 류의 농담이 만연한 사회에 살았는데.
못 생긴 얼굴을 제외하면 더없이 훌륭한 이성, 내 사랑 못난이. 말해도 되는 건가. 웃어도 되는 건가. 누군가 나에게 못생겼지만 사랑한다고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닌가. 아 혼란해.
끝내 잘 모르겠는 기분으로 내 맘속에 쉬림프맨 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