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과 행동

첫번째 강의


규범과 사회적 행동

규범과 사회적 행동은 사회심리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단계이자 현대의 사회심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초석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근대 심리학에 있어 매우 자주 거론되는 주제이자 다양한 실험과 연구로 매우 깊게 탐구된 주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나, 스탠퍼드 대학교 감옥 실험 등, 사회적 규범이나 조직 내에서 나타나는 인간이 행동에 대한 탐구를 집중적으로 본다.


규범 활성화

사회적 규범이 실제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 구성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규범의 활성화라고 표현하게 된다. 규범이 활성화가 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직접적인 알림” 의 방식이다. 제일 단순하며, 쉽게 활성화되기도 하는 이 방법은,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대상에게 알림을 주어서 규범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당기시오/미시오” 표시나, 간단히 적혀있는 경고문과 같은 것들이 이의 예시라 볼 수 있겠다. 두번째는 “규범에 대한 상기”이다. 이는 첫번째보다는 다소 덜 직관적인 방식으로, 타인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줌과 동시에 규범 자체를 상기시키는 방법이다. 직접적인 알림에 비해 효과의 반경은 크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강력한 효과를 내며, 항상 의도된 바와 완벽하게 일치하게 재현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세번째 효과로 넘어갈수록 활성화는 더 간접적인 형태를 띄게 되는데, 제일 간접적인 것이 바로 “환경으로부터의 규범 도출”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 규범은, 규범이 환경으로부터 만들어지고, 또한 그로부터 도출/활성화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방식의 규범 활성화는, 어떠한 환경의 두드러지는 특징 자체가 시발점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규범의 활성화로 인한 교정 효과 또한 양날의 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러한 규범의 활성화가 항상 의도한 바와 같이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데에 있다. 활성화의 방식이 간접적일수록,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교정하고자 하는 행동이나 규범에 대한 인식에 크게 자리한다. 규범이나 교정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인식으로 이루어졌을때, 규범의 활성화는 오히려 변질되어 의도된 바와는 다르게 반사회적인 길로 흘러 표현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감소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실제 사람들이 이해하는 규범과 활성화의 효과가 다를 시 오히려 바람직한 행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탈개인화와 집단행동

사회적 규범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탈개인화(Deindividuation)또한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이다. 탈개인화란, 개인이 집단 속에 포함됨으로 인하여 개인의 정체성이 약해지거나 흐릿해지고, 집단에 속함으로써 부여/강화되는 익명성으로 인하여 평소 억제되던 반사회적 행동이 표출되는 것을 뜻한다. 특히나 큰 집단의 군중 상황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게 되는 이러한 특성은, 군중에 속해 있음으로 개인으로써 주목받지 않는다는 점으로 인하여 약해진 통제능력과 책임감은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심리학에서는 탈개인화를 단순한 통제의 상실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개인의 이탈과 반대되는 현상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회 정체정의 모델에서는 익명성이 개인을 무질서로 몰아세우는것이 아닌, 오히려 집단의 규범을 더 강하게 따른게끔 유도한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개인이 식별되기 어려워질수록 개인의 특성보다는 집단의 정체성과 규범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며, 이에 따라 사람들은 집단의 생동 방식에 더욱 일치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의 정체성이나 규범이 올바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로 개인은 그러한 사상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외집단에 대해 익명성이 강화되는 경우, 앞서 말한것처럼 개인의 책임성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개인이 본인보다 집단의 이익이나 집단의 규범에 맞춰진 행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탈개인화는 단순히 비이성적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현상이라기보단 집단 규범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과정중 일부로 이해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인데, 완전한 탈개인화의 과정과, 탈개인화가 이루어진 집단의 핵심 사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예시이다.

사회적 규범과 집단행동은 집단의 형성 과정에서도 나타나게 되는데, 최소집단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우 사소한 차이나 단순한 무작위 배정만으로도 자신과 타인을 서로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구분짓게 된다는 것이다. 기준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세밀한지와는 무관하게, 사람은 본능적으로 본인이 속한 집단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개인의 행동 또한 집단의 이익이나 목표에 유리하게끔 맞추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사회적 범주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개인이 익명성을 가지거나 개인의 정체성이 약해질수록 이러한 집단 정체성의 영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 상황의 힘

집단 상황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구로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평범한 대학생들이 무작위로 죄수와 교도관의 역할을 부여받아 가상의 감옥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설정되었다. 원래 2주동안 지속될 예정이었던 이 실험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급격하게 변한 참가자들의 행동들로 인하여 불과 6일만에 중단되었다.

처음에는 큰 변화 없이 진행되어 가는 듯한 실험은, 일부 참가자들이 상황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사용하게 되며 차츰 어두워졌다. 교도관의 역할은 맡은 참가자들은 점차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일부 죄수 역할의 참가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 정신적 붕괴에 가까운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과 결과로 인하여, 이 실험은 개인의 성격보다도 상황과 역할이 인간의 행동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되었다.

이 연구를 둘러싼 논쟁도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간 행동의 원인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한편에서는 상황이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주장의 상황주의(Situationism)를 강조하였으며,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정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문제 행동을 보인 것이라는 주장을 내새운 성향주의(Dispositionism)가 강조되었다.

월요일 연재